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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고 복지관 찾은 할아버지께 한 부탁... 놀라운 변화 일어났다

[17살, 노년에게 지혜를 묻다 ③] 세대의 틈을 메우는 다리, 전수희 복지사님을 만나다

등록 2025.11.24 17:15수정 2025.11.2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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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우고등학교에 재학중인 1학년 강유미, 김서윤, 김진모, 박정민, 주진서, 차수린입니다. 저희는 사회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실천하는 문제공감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노인분들의 정서적 외로움을 알게 되었고, 깊이 고민해보려 합니다. 이에 대한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앞으로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만나뵈어 이야기를 들어볼 예정입니다. 또한 그 모든 이야기를 기사에 담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합니다.[기자말]
 중원노인복지관 정문에서 인터뷰를 마친 후, 기념으로 전수희 복지사님과 사진을 찍었다
중원노인복지관 정문에서 인터뷰를 마친 후, 기념으로 전수희 복지사님과 사진을 찍었다 차수린

지난번 김혜원 작가님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노인분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지, 기사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할지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노인분들을 직접 만나기에는 여전히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 한국 사회에서 노인분들이 실제로 어떻게 살아가고 계신지 가장 가깝게 알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를 고민하다가 자연스럽게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이 떠올랐다. 마침 김진모 어머니의 지인분 중에 현재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계신 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운 좋게 빠르게 연락까지 닿았다. 한시가 급했던 우리는 서둘러 인터뷰 날짜를 잡아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중원노인복지관'을 찾게 되었다.

처음 둘러본 복지관은 우리의 상상보다 더욱 완성형의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춤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연습실, 갖가지 채소를 기를 수 있는 야외텃밭. 복지관에 다니시는 노인분이 운영하시는 카페 등이 있어서 하나의 작은 사회처럼 느껴졌다. 이곳에서 전수희 사회복지사님(중원노인복지관 부장)은 활기찬 인사말로 우리를 맞아주셨다.

'불쌍한 사람을 돕는 사회복지' 가 아닌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사회복지'

- 어쩌다가 사회복지 일을 하시게 되셨나요?

"처음 시작할 때는 불쌍한 사람을 돕는 거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내가 어떤 사회복지를 하고 싶다거나, 어떤 마음을 가져야 된다거나… 같은 명확한 가치관은 없었어요. 어른이니까 경제적인 활동을 해야 하는데, 돈도 벌면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혼자 사시는 노인분들을 계속 도와드려도 그분들의 삶이 나아지지는 않더라고요. 그걸 깨달은 순간부터 불쌍한 사람을 돕는 복지가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복지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전수희 사회복지사님은 '불쌍한 사람을 돕는 노인복지'가 아닌,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노인복지'를 꿈꾸게 된 과정을 들려주셨다. 이어서 "독거노인분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묻는 질문엔 잠시 생각을 고르신 뒤, 이렇게 답하셨다.


"'나' 답게 살기 원하는 건 노인분들도 마찬가지거든요. 노인이라고 나와 다르지 않아요. 내가 좋아하는 걸 노인분들도 좋아하시고 그런 거예요. '독거노인분들의 생활이 어렵고, 힘들고 외로운 존재'라는 프레임은 그분들이 스스로 만드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만들어요. 노인들도 마찬가지로 사회에서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싶거든요.
사실 처음부터 외로운 사람들은 없잖아요. 그분들도 가족들, 직장이 있었을 거고 친구들도 있었을 텐데 나이가 들면서 이 관계적인 부분들이 조금씩 사라지는 거죠."

복지사님은 '도움받아야 하는 존재'로 독거노인분들을 가두어버리는 사회의 시선을 비판하시며, 안타까움을 표하셨다. 노인분들도 사회에서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 하신다는 말 또한 덧붙이셨다.


텃밭 동아리 반장 할아버지의 이야기

 노인의 뒷모습 (자료사진)
노인의 뒷모습 (자료사진) 연합=OGQ

이후, 복지사님께 노인분들을 통해 의미를 느끼셨던 순간이 있었는지 여쭤보았다. 복지사님은 매일 술을 드시곤 복지관에 찾아와 직원들에게 욕설을 하던, 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어르신한테 술 깨셨을 때 한번 만 찾아와 달라 부탁을 드려서, 어르신이랑 같이 이야기를 했어요. 어르신 젊었을 때 어떻게 사셨는지, 어떤 걸 할 때 행복한지 질문을 하기 시작했어요. 어르신은 젊었을 때 미장도 하고 건축도 하고 그랬는데 어쩌다가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셨다고, 자기는 맨날 집에만 있으니까 존재의 가치를 못 느낀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 어르신은 텃밭 활동하는 동아리에 들어갔는데, 텃밭 활동을 하면서 동료들도 생기니까 너무 좋더래요. 아, 지금은 반장님 되셨어요. 하하"

그 어르신은 현재 술을 일절 하지 않으시고, 복지관을 찾는 아이들을 위해 매일 담배꽁초를 주우며 스스로 역할을 만들어가고 계신다고 했다. 복지사님은 이런 변화의 순간들을 함께 지켜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불쌍한 사람을 돕는' 사회복지가 아니라 노인분들과 같이 나아가는 사회복지에서 진짜 의미가 생긴다고 강조하셨다.

"이 할아버지처럼 자신이 노인으로서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고민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 내가 어르신들과 같이 나아갈 수 있다는 걸 느껴요. 그럴 때 되게 행복했어요.
예전처럼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만들고, 어르신들을 참여시키고, 끝나면 그냥 돌려보내는 형식적인 과정들이 일의 측면에서 보면 편할 수 있어요. 하지만 변화가 일어나진 않죠. 불쌍한 사람을 돕는 사회복지에서, 같이 함께 나아가는 사회복지를 했을 때 의미가 생겨요."

'동정' 이 아닌 '존경' 의 시선으로

그리고, 우리가 노인분들을 만나며, 새롭게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 있을지 여쭤보았다.

- 저희는 이 프로젝트의 목적을 '동정'이 아닌 '존경 으로 바라보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어려움을 듣는 것보다는 그분들의 삶을 들어보려고 하는데, 이 지점에서 더 고민해 봐야 할 것들이 있을까요?

"나보다 오래 이 세상을 살아온 시민의 '선배' 로서, 같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동료로 바라봐주면 좋겠어요. 근데 스스로 '난 못해'라고 생각하시는 어르신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특히 할머니들은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배우셔서… 어르신들도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정말 살아있음을 느낄 거예요."

복지사님은 노인분들을 '시민의 선배'로서, 같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동료로 바라봐주기를 부탁하셨다.

이해하려는 노력

마지막으로, 우리는 최근 심해진 세대간의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여쭈어보았다.

"사실 젊은 세대도, 노인분들도 행복한 공동체를 원하는 것은 똑같거든요. 학생들과 어르신들이 만날 기회가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어르신들이 살던 사회와 지금 젊은세대가 살고 있는 사회는 너무 다르니까요. 그 격차를 이해하는 것이 먼저인 것 같아요. 젊은 사람도 노인에 대한 사회적인 배경들을 알고자 하는 태도와 자세가 필요하고, 노인들은 젊은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하고자 하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노인분들도 우리와 같은 17살의 시절을 지나오셨다는 것을 우리는 잊고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동정의 시선들이 드러났다. 그런데 오늘, 사회복지사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노인분들을 같이 나아갈 수 있는 '시민의 선배'로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김혜원 작가님과 전수희 복지사님의 이야기를 밑거름 삼아, 이제 우리는 다양한 자리에서 살고 계시는 노인분들을 만나보려고 한다.

*후원해 주신 원고료는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만남에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열일곱살 #사회복지사 #고등학생 #노인 #노인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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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수 배우러 왔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인생에도 아름답고 빛나던 화양시절이 있었다. 지금의 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그분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기를 원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동정이 아닌 존경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위해 기사를 쓰는 열일곱살들.

"한 수 배우러 왔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인생에도 아름답고 빛나던 화양연화가 있었다. 지금의 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그분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기를 원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동정이 아닌 존경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위해 기사를 쓰는 열일곱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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