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인근에서 시민단체 '투명가방끈'과 '다다다협동조합'이 주최한 '저학력 스탠드업 코미디'가 진행됐다. 활동가 치리, 난다, 공현, 연혜원(왼쪽부터)이 코미디에 도전했다.
이진민
코미디언이 된 활동가들은 대학입시를 거부했거나 비판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자조하면서 동시에 "고학력자들이 이래서 문제"라고 학벌 사회를 과감히 풍자했다.
무대에 오른 활동가 '난다'는 "이마에 학력을 기재하는 것도 아닌데 고학력자는 티가 난다"고 입을 열었다. 난다는 "고학력자들은 어디 행사에 가면 꼭 질문한다"며 "복잡한 개념과 문장 구조를 사용하지만, 결론적으로 무슨 질문을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고 농담을 던졌다. 또 "그들은 중졸인 내가 모르는 단어들을 쓴다"면서 "한강과 낙동강은 알겠는데 공강(기자 주대학교에서 강의와 강의 사이 빈 시간)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고 장난을 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저학력에 여러 좋은 점이 있다"고 홍보에 나섰다. 난다는 "만일 내가 교육부 장관 후보가 돼도 청문회 때 논문 표절 의혹에 걸릴 일이 없다. 왜냐하면 나는 논문을 쓴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사회 현실을 비꼬았다. 또 "나는 어린이, 청소년들과 '가방끈' 길이가 비슷해서 엘리트 정치인들과 달리 청소년 인권 운동을 진정성 있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활동가 '치리'는 "지방 대학을 나왔는데 예전 명절 때 친척들이 '너 그렇게 공부 잘하더니 인생 망했다', '그런 대학 가서 어떡하냐'고 했다"고 자신의 기억을 꺼냈다. 그는 "친척들이 계속 인생 망했다고 하니까 '내 인생이 끝난 건가' 싶었다"며 "하도 그러니까 순간 할아버지를 위해 차려진 제사상이 내 몫인 줄 알았다"고 어깨를 으쓱했다.
본인의 대학 자퇴 경험을 유머로 풀어낸 '공현' 활동가는 "원래 서울대학교를 다니다가 자퇴했고 학내에 대학 진학 거부 대자보를 붙이다가 큰 관심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당시 여러 언론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내 기사가 '올해의 따뜻한 뉴스'로 선정됐다"면서 "역시 서울대생은 자퇴해도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해 관객들의 폭소가 터졌다.
박사 과정까지 마쳤다는 '연혜원' 활동가는 "누구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대학 진학이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투명 가방끈'의 길을 선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대학에 1억을 쓰고 나서야 깨닫게 됐다"며 "입시 교육의 실패를 보여준다. 대학 진학자들이 원래 가성비가 안 좋다"고 했고 관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지며 안타까움의 박수가 쏟아졌다.
학벌 비판 유머에 "이게 진짜 코미디" 시민들의 감탄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인 13일 강원 속초시 장사동 속초고등학교에 마련된 수험장을 향해 수험생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활동가들의 자조에 웃음을, 일부 고학력자를 풍자한 유머에 혀를 차며 함께 즐겼다. '배나무(활동명, 32)' 관객은 "고학력 코미디에 맞선다는 주제로 어떤 이야기를 할지 예상되지 않았는데 너무 재밌었다"며 "대학원생처럼 고학력자들은 무엇을 해도 티가 난다는 식의 유머가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 투명가방끈의 활동을 열심히 응원하고 싶다"고 전했다.
'연잎(활동명, 30)' 관객은 "사회에서는 저학력을 우스갯소리처럼 여기고 비아냥대는 소재로 삼는데 이 코미디에서는 역으로 고학력을 웃음 소재로 삼았다"며 "공연을 보면서 일종의 해방감을 느꼈고 사회를 비판한다는 코미디의 본질을 살렸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 13일 치러진 수능 시험을 기점으로 모두가 수능 대박을 응원할 때 수능에 저항하는 활동가들의 코미디에 감사하다"고 했다.
코미디쇼를 기획한 연씨는 "최근 고학력 출신 코미디언들의 '고학력 농담'이 유행하고 있다"며 "이와 반대로 사람들이 숨기고 이야기하길 꺼리는 '저학력'이란 소재를 유머로 바꾸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학력을 유머로 풀어내고 사람들이 함께 재밌게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한국 사회의 학력 차별 문제도 더 쉽게 꺼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인근에서 시민단체 '투명가방끈'과 '다다다협동조합'이 주최한 '저학력 스탠드업 코미디'가 진행됐다. 해당 사진은 홍보 리플릿의 일부.
이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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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쓰고 나서야 깨달아, 대학은 가성비 안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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