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부장 낙수는 동료들과 '계산된' 관계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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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김부장' 낙수는 회사에 헌신하지만 그 방향이 다르다. 낙수는 입사 시 본 면접에서 "다른 회사엔 원서도 내지 않았다"며 면접관의 환심을 산다. 하지만, 바로 다음 장면에서 이 말이 '진심'이 아니라 입사를 위한 '계산된 멘트' 였음이 드러난다(2회). 그렇게 대기업 ACT에 공채로 입사한 낙수는 25년을 '진심'이 아닌 '계산된 마음'으로 회사에 헌신한다.
통신회사인 ACT는 광고를 통해 '세상을 연결한다'는 가치를 강조하지만, 낙수는 이런 '가치'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회사에 오래도록 살아남아 임원을 다는 것만이 중요하다. 그에게 중요한 건 자신의 실적을 올리고, 윗사람에게 잘 보이는 것이다. 25년을 이런 식으로 열심히 일해 살아 남았지만, 그는 결국 사고를 친다. '실적'만 생각하다 초고속망이 깔리지 않은 지역에도 초고속망으로 가입하게 하는 등 '대충' 일을 처리한 것이 화근이 되고 만다. 낙수는 결국 그토록 바라던 임원 승진을 눈앞에 두고 아산공장으로 좌천된다.
낙수의 이런 모습은 어린 시절부터 형에게 비교당하고, 학력과 학벌, 직업에 서열을 두는 사회의 영향을 받아 형성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환경 속에서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고, 가족들을 건사하기 위해 애써온 그는 "서울에 아파트 있고 애 대학까지 보낸 인생은 위대한 거야"(2회)라며 자신의 노력을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바란다. 물론, 낙수의 이런 모습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이는 서열을 중시하는 가부장 문화 속에서 가족을 부양하고, 스스로를 지켜내야 하는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삶이기도 하다.
하지만, 낙수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일하는 것이 '영성'은 아니다. 낙수가 '영성'을 발달시킬 수 있었다면, 일에서 '세상을 연결하고, 취약 계층에게 인터넷망을 제공한다'와 같은 의미를 찾고, 고객들과 연결감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회사의 다른 직원들을 보다 존중하며 지냈을 것이다. 하지만, 낙수는 고객과도 회사와도 다른 직원들과도 연결감이 없다. 회사에서 살아남아 위로 올라가겠다는 '계산된 마음'이 이 모든 것을 우선한다.
이처럼 자기 자신. 회사, 그리고 다른 직원들, 심지어 가족과도 진심으로 연결될 수 없기에 낙수는 그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람들과도 회사와도 점점 멀어지고 만다.

▲ 낙수는 그 많은 '계산된 노력'에도 불구하고 좌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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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과 낙수뿐만이 아닐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일터에서 하루 대부분을 보내고, 일을 중심으로 살아간다. 그 긴 시간을 보내는 일터에서 '영성'을 발휘할 수 없다면, 점차 일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 낙수처럼 피폐해져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직에서의 영성'은 구성원 각자의 몫이기도 하지만, 조직 자체가 보다 궁극적인 가치를 추구하고 구성원 각자의 잠재력과 가치를 존중하는 분위기를 형성할 때보다 잘 발휘할 수 있다. 그럴 때 '태풍상사'의 직원들처럼' 계산된 마음'이 아닌 '진심'으로 조직에 헌신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일하는 우리들 스스로도, 또한 우리가 속한 일터에서도 이 질문을 늘 마음에 품고 지냈으면 좋겠다. 6회 <태풍상사>의 차란(김혜은)이 미선에게 던진 바로 그 질문 말이다.
"뭘 위해 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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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상담심리사. 심리학, 여성주의, 비거니즘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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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헌신하는 '두 사람', 왜 다른 결말 맞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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