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차산에서 바라본 한강변 아파트
이현우
하지만 추석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지난 10월 15일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3차 대책이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우연인가. 대책 주요 내용은 ▲ 서울 전 지역 및 경기 일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 부동산 금융 규제 강화, ▲ 주택 공급 확대방안 등이다.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주택 공급을 늘려서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방향으로 보인다.
그런데 우리가 사려는 집은 집값이 올랐다. 지난 9월 대출상담을 위해 방문했던 은행에서도 확인한 시세가 2천5백만원이 올랐다. 흔히 말해 '영끌'해도 간당간당했던 집값이 올라버린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 집주인은 인테리어 비용을 제하지 않은 금액을 제시했다. 집값 상승을 기대했기 때문일까.
집주인 입장에서는 시세가 오른다면, 올려 받는 게 당연하다. 다만 집을 실제로 사려고 마음먹은 우리와 같이 1천~2천만 원이 아쉬운 사람 입장에서는 매정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실수요자의 솔직한 마음과 의문
부동산 대책 발표로 인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실수요자이자 도시를 공부한 사람으로서 이번 정책에 관해 솔직한 마음과 의문이 드는 부분을 말하고자 한다.
첫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서 실거주를 의무화하여 투기 수요를 막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실거주자에게 매매 기회를 주겠다는 정책 의지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러나 이미 다주택자인 이들과 강남, 송파 등 지역의 고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이들이 얻은 불로소득은 어떻게 봐야 할까? 주택을 갖고 있기만 해도 물가상승률을 훨씬 뛰어넘는 이익이 생긴다. 아무런 생산활동을 하지 않아도 오르는 것이다.
둘째, 금융 규제로 인한 대출 규제다. 15억 원 이하는 현행과 동일하게 최대 6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지만, 15억 원 초과 25억 원 이하 주택은 4억 원, 시가 25억 초과 주택은 2억 원으로 대출이 가능하다. 우리 부부와 같이 처음 주택을 구매하는 이들에게는 '생애 최초'라는 대출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집값의 최대 7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투기와 갭투자를 막고 실수요자에게 주택을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의지는 충분히 이해된다. 그런데 이는 어디까지나 부동산 매물이 시장에 나올 때만 한정된 이야기다. 물론 부담 가능한 적정한 금액이어야겠지만 시장에 매물이 많이 나오게 되면 가격 경쟁을 통해 집값은 하향 조정될 것이다.
부동산 매물이 시장에 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새로운 주택 공급량을 늘려야 하는 걸까? 공급량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부담가능한 금액이 아니라면 구매할 수 없다.
문제는 보유세다
도시공학과에 입학하여 얕게나마 경제학에 관해 공부했다. 경제학에서 생산 3요소는 토지, 자본, 노동이다. 이 세 가지 없이 생산물을 얻을 수 없다. 여기서 자본은 인간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것으로서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쉽게 말해 농사 도구, 기계, 컨베이어 벨트와 같은 것들이다.
토지에서 나온 이익을 지대라고 부른다. 마크 트웨인의 "땅을 사라, 땅은 더 이상 만들 수 없으니까"라는 명언처럼, 토지는 자본과 달리 더 이상 만들어낼 수 없는 유한성을 지닌다. 게다가 도시화되면서 도심지 내 부동산 가격이 비싸졌다. 입지가 좋은 부동산은 가격이 비싸다. 그런데 그 입지라는 조건을 지주가 만든 걸까?
쉬운 예로 역세권을 생각해 보자. 역세권은 지주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학군의 예도 있다. 서울에서도 특히 강남의 집값이 비싸다. 명문 학교가 정부 정책에 의해 강남으로 이전했고 이에 따라 강남의 집값이 더욱 올랐다. 입지라는 조건은 현대에는 공적 도시계획의 결과물이며, 오랜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면 인류가 만들어낸 공동의 산물이다. 특정 이익을 지주만이 가져가는 건 부당하다.
우리 집을 예로 들어보자. 거주하는 동안 집값이 오르락내리락했는데 한때 집값이 1억 가량 올랐다. 물가상승률을 훨씬 넘어선다. 그동안 집주인은 무엇을 했나? 단지 소유했을 뿐이다.
지대로 얻는 이익은 불로소득이다. 애덤스미스, 밀턴 프리드먼, 데이비드 리카도 등 다수의 경제학자는 보유세 부과를 찬성했다. 특히 정부 개입과 세금 부과를 극도로 싫어했던 프리드먼조차도 보유세는 효율성이 높다는 이유로 '가장 덜 나쁜 세금'이라고 주장했다. 보유세는 자본주의에서 그렇게 강조하는 '효율'적인 사회가 되려면 반드시 거둬야 하는 합리적인 세금이다.
10.15. 부동산 대책에서 세제 개편 관련해서는 '세제 합리화', '조정'과 같은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의문을 남게 했다. 마치 중요한 순간에 드라마 회차를 마무리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후 많은 전문가가 집값 안정을 위해 보유세 증세에 관한 찬반 의견을 냈다.
또한 보유세를 올린다면 종부세를 올려야 하는지, 재산세를 올려야 하는지, 올린다면 어느 수준까지 올려야 할지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보유세는 종합부동산세(아래 종부세)와 재산세로 구분된다. 종부세는 2025년 기준 공시가격 합계액이 12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 납부하는 국세이며, 재산세는 토지, 건축물, 주택, 선박, 항공에 부과되는 지방세이기 때문에 의견이 갈리고 있다.
종부세든, 재산세든 보유세를 올리는 게 온당하다. 보유세는 불로소득인 지대를 거둬들이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마강래 교수의 주장처럼 거둔 세금은 다시 시민에게 분배되어 자산 불평등을 완화하는 기회가 되며 지역 불균형 문제를 완화시킬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방세인 재산세를 증세하는 방향이라면 국토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도권에서 거둬들인 세금이 비수도권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개편해야만 한다.
아직 정부가 부동산 세제 개편에 관한 명확한 방향이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구체적인 증세 대상이나 세율이 명확해지지 않아서인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두고 간을 보고 있는 건지 도통 알 수 없다. 보유세 증세는 전제하고, 개편 방안에 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졌으면 좋겠다.
보유세가 대한민국 부동산 문제의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또한 보유세의 목표가 집값 안정은 아니다. 다만 지대를 통한 불로소득의 증대는 사회에 전혀 이로울 게 없기 때문에 반드시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중과해야만 한다. 물론 보유세를 중과한다면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다주택자의 주택 물량도 시장에 나올 수 있고 집값 안정 효과가 덤으로 따라올지도 모른다.
여기서 하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부동산 정책은 일관성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권 초기에 세제 개편을 하는 게 중요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주들은 '어차피 정권 바뀌면 정책도 바뀌지 않겠어?'라는 마음으로 부동산을 움켜쥐고 버틸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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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 계약서 쓰기 직전에...' 부동산대책 바라보는 실수요자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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