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3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에 대한 내란중요임무종사 재판이 진행됐다. 사진은 지귀연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법정은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다. 그곳에서는 오직 법과 양심, 그리고 국민의 이름으로만 말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그 신성한 공간이 한 사람의 눈빛과 변호인의 표정에 따라 흔들리는 장면을 목도하고 있다. 지귀연 재판장의 윤석열 내란사건 재판이 바로 그것이다.
한 나라의 법정이 한때 권력자였던 피고인의 요구에 따라 재판 일정을 바꾸고 "간절한 눈빛에 마음이 약해져서" 일정을 취소하는 광경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그것은 사법의 존엄이 무너지는 순간이며, 법관의 중립성과 책임이 정치적 강자 앞에서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비극이다.
법원은 국민의 법정이다
법관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으로 심판한다. 그의 입에서는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국민의 정의가 흘러나와야 한다. 그런데 지금 지귀연 재판장은 스스로 그 자리를 방기하고 있다.
"우리 변호사님들 간절한 눈빛에 제가 마음이 약해져서…"
지난달 30일, 지 재판장이 추가 기일을 잡는 과정에서 반발하는 윤석열 변호인에게 한 말이다. 이 한마디가 국민의 가슴을 멍들게 했다. 그 '간절한 눈빛'은 법 앞에서 평등을 요구하는 약자의 눈빛이 아니라, 권력과 특권으로 무장한 피고인의 오만함이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내 눈엔 지귀연 재판장이 법복을 벗고 권력의 시중을 드는 하인으로 보였다.
한 나라의 전직 대통령이 헌정을 파괴하고 내란을 주도한 혐의로 법정에 서 있다면, 법관은 누구보다 단호해야 한다. 그의 재판은 단순히 한 개인의 범죄를 다루는 절차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는가를 검증하는 역사적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그가 한결같이 보여주는 태도는 '조율'이 아니라 '항복'이다. 윤석열 변호인이 "일주일에 4일은 못 합니다"라고 말하면, "그럼 다른 날짜를 하겠습니다"라며 물러서고, 논쟁이 길어지면 "변호사님들 배고프실 때가 되면 이러시더라고요"라며 웃음으로 넘긴다.
국민은 알고 있다. 내란 재판이 이뤄지는 법정에서의 미소 한 번, 눈빛 한 번이 어떤 메시지를 세상에 던지는지를. 그것은 약자에게 절망을, 그리고 정의를 믿는 이들에게 배신을 의미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는 가벼운 사건이 아니다. 그는 헌법 질서를 뒤흔들고, 군을 동원해 국민의 대표 기관을 압박했다는 중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 재판이 시작된 지 7개월이 지나도록 여전히 공전 중이다. 2주 3회 재판을 약속해 놓고 실제로는 주 1회꼴로 열리며, 피고인 측의 '불가하다'는 말 한마디에 일정이 흔들린다.
이것은 단순한 재판 지연이 아니다. 사법방기(司法放棄)이며, 국가의 기강이 무너지는 사태다. 내란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가 피고인 측의 일정에 맞춰 움직이는 나라는, 더 이상 민주공화국이 아니다.
재판의 독립은 국민의 신뢰 위에 세워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 지귀연 재판부의 독립은 책임 없는 방종으로 변질됐다. 그는 스스로 "원칙으로 돌아가면 쉽습니다"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그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 "법정을 존중해 달라"고 말하면서도 법정을 스스로 가볍게 만든다.
그의 태도는 단순히 무능이 아니라, 의도적 회피로 보인다. 재판의 부담을 피하고, 피고인 측의 반발을 피하고, 언론의 비판을 피하는 대신, 국민의 신뢰를 내던졌다. 이런 법관이 내란 재판을 맡고 있다는 사실은, 민주주의의 심장에 칼을 꽂는 일과 다르지 않다.
국민이 재판을 지켜보고 있다

▲ 12.3 내란 재판 지연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김기영 내란청산사회대개혁부산행동 상황실장이 지난 9월 23일 낮 부산법원종합청사 앞을 찾아 조희대 대법원장과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규탄하는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김보성
법정은 닫혀 있어도 국민의 눈은 열려 있다. 방송사의 카메라가, 언론의 기록이, 그리고 국민의 분노가 이 재판을 지켜보고 있다. 재판장의 말 한마디, 일정 하나, 표정 하나가 모두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윤석열 내란 사건은 단순한 형사 재판이 아니라, 국가의 정체성을 가르는 분기점이다. 이 재판에서 사법부가 무너진다면, 대한민국의 법치는 다시는 회복되지 못할 것이다.
지귀연 재판장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누구의 법정에 서 있는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변호사들의 눈빛 앞인가, 아니면 국민의 양심 앞인가?
재판장은 결단해야 한다. 피고인의 편의를 위해 흔들리는 법정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지키는 재판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것이 헌법이 부여한 의무이며, 판사가 법복을 입는 이유다.
법 앞에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그 한 문장을 지키지 못한다면, 사법부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지금이라도 법의 이름으로, 국민의 눈앞에서 정의를 다시 세워라. 그것만이 법관으로서의 마지막 명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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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기자는 부산 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 예수살기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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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귀연의 '농담 재판', 민주주의에 대한 배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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