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있는 고리원자력발전소. 설계수명이 다해 영구정지된 고리1호기와 계속운전 절차를 밟고 있는 2호기, 그 옆으로 3·4호기의 모습이 보인다.
김보성
기후위기는 원전 안전의 전제를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 최근 10년간 한반도 연안의 해수 온도는 평균 1.58℃ 상승했으며, 이는 지구 평균의 두 배에 달하는 속도다. 고리 2호기의 설계 해수 온도는 본래 27.8℃였으나 2005년 36.1℃로 상향 조정됐다. 그러나 이는 냉각 계통의 개선이 아니라 '기준만 높인' 행정적 조정에 불과했다.
원전의 핵심은 증기를 발생시켜 터빈을 돌리고 이를 다시 응축해 순환시키는 과정이다. 이때 응축 효율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냉각수의 온도다. 일반적으로 원전은 해수 취수 온도의 상한선을 27~28℃로 설정하며, 프랑스는 27℃, 일본은 30℃ 내외를 기준으로 한다. 이를 초과하면 원자로 출력을 제한하거나 필요시 가동을 일시 중단해야 한다.
원전은 하루에도 수백만 톤의 해수를 순환시킨다. 이런 이유로 흔히 "바닷물은 무한하니 냉각수는 걱정 없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그러나 실제 문제는 국소 해역의 온도 상승이다. 취수와 배출이 반복되는 좁은 수역에서는 열이 축적되어 냉각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동시에 해양 생태계에도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한다. 특히 반폐쇄적 구조의 만(灣)에서는 온배수가 빠져나가지 못해 지역 수온이 빠르게 상승한다.
해수 온도의 상승은 발전 효율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냉각 능력의 저하로 원자로의 열 제거 능력에도 부담을 가중시킨다. 각국은 온배수 배출 온도를 법적으로 제한해, 배출수와 해수의 온도 차가 7~10℃를 넘지 않도록 규제한다. 그러나 해수 자체가 이미 고온인 경우 이 기준을 맞추기 어려워, 법적 규제 위반과 지역 생태계 파괴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온배수와 고수온이 겹치면 양식 어류나 패류의 집단 폐사가 일어나며 원전 인근 어업에도 심각한 피해를 끼친다.
냉각 계통 강화 없이 단순히 기준만 올린 결과, 여름철 해수 온도가 이 한계에 접근할 경우 원전은 자동 정지해야 한다. 즉, 냉각 효율이 떨어지는 만큼 안전 여유도 사라진다. 한수원은 열교환기 추가 설치 등을 언급하며 관리 방안을 제시했으나, 근본적인 설비 보강이나 냉각수 시스템 개선은 여전히 미흡하다.
전력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원전 출력제어(감발)는 2025년 기준 40회 이상 발생했다. 대부분은 재생에너지 발전이 급증하는 낮 시간대(10~16시)에 집중됐다. 즉, "냉각수는 뜨거워서 위험하고, 전력은 남아서 줄여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현실이 된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은 기술적 모험이자 환경적 역행일 뿐이다.
한수원은 수명연장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회계상의 착시다. 노후 설비의 보수비용, 안전 강화비용, 폐기물 관리비용은 공식 계산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의 '제3차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은 단가 상승분을 축소 반영했지만, 실제 관리비용은 ㎥당 2억 원 이상으로 기존의 두 배 수준이다. 결국 수명연장의 경제성은 국민의 세금과 전기요금 위에 세워진 허상이다. 값싼 전기는 없으며 낡은 원전의 비용은 미래세대가 치르게 된다.
인공지능 시대의 착시

▲ 10월 23일 서울 중구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고리원전 2호기 수명연장 심사 중단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산업계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급증"을 이유로 노후 원전의 계속운전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이는 현실을 왜곡한 과장이다.
첫째, 실제 전력 수요는 기술 발전과 효율 향상으로 완화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여러 연구기관은 AI 연산 효율 향상, 냉각기술 개선, 서버 가상화 등으로 인해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집약도는 지난 10년간 거의 변하지 않았다. 또한 한국전력의 수요 전망 또한 과거보다 완만해지고 있다.
둘째, 데이터센터는 24시간 100% 부하로 돌아가지 않는다. 운영 패턴은 시간대별·계절별로 달라지며, 스마트그리드·수요관리(DR) 기술을 통해 충분히 조정이 가능하다. 즉, 필요할 때 전력을 줄이는 '가변 부하 관리'가 이미 현실화된 것이다.
결국 문제는 전력량의 절대 부족이 아니라 수요 관리의 실패다. 노후 원전을 돌려가며 전력 잉여를 늘리는 것은 AI 시대의 에너지 혁신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 에너지 효율·수요관리·분산형 전원의 조합이 지속가능한 해법이지 40년 된 원전이 아니다.
부산 시민과 시민단체가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문제는 고리 2호기 수명연장 과정에서 주민 참여는 철저히 배제되었다는 것이다. 두 차례의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공청회는 시민 반대로 무산됐고 민간검증단 구성 요구도 거부됐다. 한수원은 형식적 설명회만 열고 "의견 수렴 완료"를 선언했다.
주민이 직접 접근해야 할 핵심 자료인 사고관리계획서, 방사선확산 예측자료, 주기적안전성평가서 등은 모두 "기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비공개 처리됐다. 이것은 단순한 정보 비공개가 아니라, 지역 주민의 자기결정권'과 '위험 인식권'을 침해하는 일이다.
또한 고리 2호기에 문제가 생겼을 때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울산의 경우 위험에 대한 책임은 같이 지고 있으나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어떤 권리도 갖지 못하고 있다. 안전을 논하는 자리에서 시민이 배제된다면, 그 결정은 결코 사회적 합의를 얻을 수 없다.
고리 2호기 수명연장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선택의 문제다. 법적 절차의 위법, 기술적 노후, 기후위기의 냉각 한계, 주민 참여의 부재, 경제성의 허상, 그리고 전력수요 착시, 이 모든 요인이 겹친 상태에서 "계속운전"을 정당화할 근거는 없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세계가 배운 교훈은 단순하다. "균열이 있는 원전은 멈추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그것이 과학이자 상식이다. 고리 2호기의 스위치를 끄는 것은 과거 기술을 거부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미래 세대의 안전을 위한 선택이며 기후위기 시대의 책임 있는 전환이다. 더운 바다 위, 낡은 원전은 설 자리가 없다. 지금은 고리 2호기를 비롯한 낡은 원전을 멈춰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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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원전 주변의 심상찮은 조짐... 부산 시민 안전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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