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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의 '사회적 기업 사형 선고'... 제주도 사람들이 극복한 방법

[사례로 보는 대안 정책] 제주사회연대기금 '제주고팡'

등록 2025.11.03 09:12수정 2025.11.0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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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와 노동-시민사회의 연대 문화 확산을 위해 만들어진 솔라시 조직위원회는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구체적 현실 속에서 더 나은 내일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사례로 보는 대안 정책'을 연재합니다.[편집자말]
제주는 화산섬이다. 그것도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화산섬으로 마지막 화산활동이 약 3000년 전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섬이라는 특성과 척박했던 자연환경 때문인지 제주사회는 더욱 단단하게 유대해야 했다. 가족을 중심으로 집성촌이 형성되었고 '괸당문화'라는 것이 생겨났던 이유는 한 식구라도 더 '우리'의 범주에 더해서 살아남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런 제주였다고 마냥 못사는 것은 아니었다. 제주는 삼무(三無)의 섬이다. 도둑, 대문, 거지가 없다고 해서 붙여졌다. 대문은 바람이 워낙 강해서 대문을 대신하는 정낭을 두었기 때문이라 하고, 정낭을 둘 수 있었던 이유는 척박했던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주도민들이 선택한 특유의 '다정함', '유대' 때문이었다.

제주의 공동체성은 전국에서도 손꼽힌다. 공동목장을 운영하는 마을회, 공동어장을 관리하는 어촌계가 있고 한 해의 무사안녕을 기리는 포제와 마을 어른들을 모시고 하는 공동세배가 있다. 그래서 제주는 참 좁다고 했다. 물론 이런 문화는 최근 들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4.3 사건을 거치고 자본이 제주를 삼키면서 언젠가는 당연했던 '수눌음 정신(상부상조)'을 이야기하는 공동체가 정말 귀해졌다.

다시 연대를 말하기까지

제주고팡 출범식 2022년 6월 28일, 30여개의 기업과 개인의 출연으로 '제주고팡'이 출범한다.
▲제주고팡 출범식 2022년 6월 28일, 30여개의 기업과 개인의 출연으로 '제주고팡'이 출범한다. (사)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사회적금융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제주에서 자발적인 연대를 통한 자조기금이 탄생하게 된 계기는 애석하게도 2020년 우리 모두를 힘들게 했던 코로나19가 시작이었다. 지역의 유력 협동조합이 쓰러지던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꼈던 동료·후배 기업가들이 다시는 사회적기업가가 제주에서 홀로 쓰러지게 둘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면서 생겨난 것이 제주사회연대기금 '제주고팡'의 시작이다.

제주고팡은 2021년 생드르영농조합법인의 김기홍 전무를 중심으로 제주내일 사회적협동조합의 좌경희 전무,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의 강호진 대표,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 임현정 센터장 등의 지역 사회적경제 활동가가 초기 모델을 구상해 냈다.


이때 재단법인 밴드의 김선영 이사가 자조기금의 운영 원칙 등에 관한 조언을 아끼지 않은 덕분에 사업을 기획하는데 시간을 많이 아낄 수 있었다. 그렇게 2022년 (사)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는 총회를 통해 제주사회연대기금의 출범을 위한 초기자금 1천만 원의 출연과 사업 운영을 승인하고 본격적인 사업 준비에 착수한다.

그리고 2022년 6월 28일, 30여 개의 단체와 개인이 부금협약 또는 출연의 형태로 1억 3천만 원을 모아 제주사회연대기금인 '제주고팡'이 출범한다. '고팡'은 제주어로 곳간을 뜻한다. 단순히 돈을 모으는 금고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자원을 쌓아두고 필요할 때 꺼내어 쓰는 연대 공간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제주고팡은 그렇게 긴급한 자금 수요가 있는 제주도 내 사회적경제조직을 대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마중물' 역할을 자처했다.


출범 이후 본격화된 '성장'이라는 과제

제주사회연대기금의 출범과 함께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내에는 사회적금융TF 가 만들어진다.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와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사회적금융'에 관심과 열정을 가진 네 명의 자문위원을 구성해서 본격 운영을 시작했다. 결성 초기 1년 동안은 자금 공급을 하지 못했다. 미비했던 규약의 법적 검토와 더불어, 기금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적절한 재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규약 등의 정비가 완료되고 TF에서 심사체계를 정비하던 중에 윤석열 정부에서 제4차 사회적기업 육성기본계획이 발표한다. 이로 인해 사회적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이 대폭 축소됐다. 이제 막 시작한 사회적경제조직들에겐 사형선고가 내려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취약계층 고용을 기반으로하는 조직에서는 고용을 유지하다가 재무 위기를 맞는 곳이 나타났다. 제주고팡은 바로 긴급융자사업 공고를 게재했고 몇몇 기업을 대상으로 융자가 집행되었다. 추석을 맞아 긴급하게 인건비를 지급하거나, 주문물량을 소화하기 위한 운전자금 목적이 많았다.

SVS 사회적금융 중개기관 지원 (재)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을 통해 자조기금의 매칭재원을 지원 받았다.
▲SVS 사회적금융 중개기관 지원 (재)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을 통해 자조기금의 매칭재원을 지원 받았다. (재)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하지만 당시 약 1억 원 남짓의 재원으로는 기금 회전율이 감당되지 않을 것 같았다. (재)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의 '지역기금 대출지원사업'을 통해 매칭 재원을 신청했고, 추가적으로 1억 5천만 원의 재원이 고팡에 쌓였다. 그 시점부터 고팡을 통한 융자 지원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청년 사회적기업가가 운영하는 B 사회적기업의 경우는 인건비 지원의 갑작스러운 종료와 코로나 이후 불황이 장기화되며 높은 고정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이미 기업과 대표자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대표자는 제주고팡의 문을 두드렸다. 기금 운영위원회에서는 첫 심사에 해당 기업에 대한 '조건부승인' 의견을 내며, 경영구조 개선을 위한 컨설팅을 조건으로 달았다. 그 후 사회적금융TF의 심사역 1인과 자문위원이 함께 B 기업에 컨설팅을 제공했고 새로운 경영계획을 도출했다. 대표자는 도출되었던 경영계획을 잘 이행해 주었고, B 기업은 흑자경영에 성공하며 자본잠식 규모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 올 하반기에는 인증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는 성과까지 거두게 되었다.

가장 좋은 리스크 관리는 버틸 수 있게 돕는 것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의 공동대표이자 사회적기업인 생드르영농조합법인의 김기홍 전무가 제주고팡을 만들면서 줄곧 해오던 말이 있다. "기업이 쓰러지지 않게만 만들면 돈은 반드시 돌아오게 되어 있다." 그와 동시에 네트워크 사회적금융TF 구성원들이, 중간지원조직이 성장해야하는 이유에 대한 충고가 이어진다. "우리가 직접 도와서 기업을 살릴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수업료는 이 연대기금이 내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B 기업과 유사한 사례가 최근 2년 내에 4건 정도 있었다. 제주고팡의 문을 두드릴 때의 사회적경제조직의 경영상황은 일반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 대개 법인은 물론 대표자 개인도 차입 여력이 한계에 있어, 일반 금융권은 물론 정책 금융도 이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다음을 도모할 수 있는 현금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동시에 해당 사회적경제조직에는 취약계층이 일을 하고 있거나, 그들만을 바라보는 농민, 소상공인들이 있는 경우도 있다.

제주사회연대기금 '제주고팡'은 사회적경제조직에게 있어 꼭 필요한 최후의 보루다. 하지만 이 보루 역시 십시일반 기업들이 모은 재원으로 운영되고 있기에 대손(貸損)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 보면 간혹 보수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가 가장 힘들다. 하지만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쓰러지게 둘 수는 없는 일이다.

사회연대금융 좌담회 지난 9월 29일 제주도의회 한권 의원이 사회연대금융 모델 구상을 위한 좌담회를 개최했다.
▲사회연대금융 좌담회 지난 9월 29일 제주도의회 한권 의원이 사회연대금융 모델 구상을 위한 좌담회를 개최했다. (사)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위기의 기업을 살리는 데에는 생각보다 큰 돈이 필요하지 않았다. 제주고팡을 통해 공급되는 재원은 기업당 평균 1900만원 정도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1900만 원도 잃어서는 안되는 소중한 돈이다. 정부 혹은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한 지점이 여기에 있다. 사회적경제조직들이 만들어내는 사회적가치를 인정하고, 리스크를 함께 감당해줄 수 있는 든든한 재원이 함께해주어야 한다.

제주는 아직 지자체 차원의 기금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의 사회연대경제 관련 정책과제에 '사회연대금융'이 호명되면서 기금 조성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제주도의회가 먼저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29일에는 제주가 2018년부터 진행해 오던 민간주도 사회적금융 수행사례를 도의회에 소개하기도 하였다.

물론 재원이 마련되는 것으로 목표를 달성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조성된 재원을 가지고 어떤 상품과 관리체계를 설계하는지에 따라서 제주지역의 사회연대경제를 든든하게 받치는 기반이 될 수도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경제조직을 위한 기금과 이를 운용하는 중개기관에 관한 제도적 뒷받침은 반드시 설계될 필요가 있다. 제주의 사회연대기금 도전은 아마 지금부터인 것 같다.
덧붙이는 글 문성식 기자는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 지역전략팀 팀장이면서 (사)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의 사회적금융TF장입니다. 센터에서는 사회성과측정과 정책 관련 사업을 담당하고 네트워크에서는 금융사업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2017년 설립되어 (사)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가 위탁운영하고 있으며 제주의 사회적경제생태계를 키우고 확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적경제 #사회연대경제 #금융 #사회적기업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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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사회적경제, 사회적금융, 사회성과측정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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