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원전 수명 연장, 절대 해선 안 되는 까닭

[주장] 안전·경제·기후·민주적 측면에서 본 '멈춤의 논리'

등록 2025.10.27 13:23수정 2025.10.2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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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탈핵 정책 현장에서 다시 떠오른 논쟁은 바로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이다. 설계수명 40년을 이미 넘긴 고리원자력발전소 2호기(이하 고리 2호기)이 그 중심에 서 있다. 10월 현재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설계수명이 종료된 이후에도 운영을 연장하겠다는 계획을 정부·한수원 측에서 추진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등 및 시민사회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기술 및 안전 리스크, 경제성 붕괴, 기후위기 대응 맥락, 민주적 정당성 및 사회신뢰 측면 등 어느 곳에서 봐도 다시 재가동할 이유가 없다.

원전 설계수명은 단순히 '허용기간'일 뿐이 아니라 재료 피로·부식·방사선손상·구조 피로 등의 누적을 전제한 시간 축이다. 국제기구인 IAEA의 보고서 원자력 발전소 노후화 및 수명 연장(Nuclear power plant ageing and life extension)은 원전 설계 수명을 넘어서 운영할 경우 구조물·시스템·구성요소의 노후화가 신뢰성 저하와 사고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보고서는 노화(Ageing)를 정상 운전 조건 및 과도 조건 등 운전 조건으로 인해 재료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속적으로 열화되는 현상으로 정의하고, 오랜 기간에 걸쳐 재료의 특성이 점진적으로 변화하며, 이는 설계된 부품, 시스템 또는 구조물이 요구되는 기능을 수행하는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정리한다. 결국 원자력 발전소의 모든 재료는 노화로 인해 설계된 기능을 부분적 또는 전체적으로 상실할 수 있다고 정리한다.

 24일 고리 2호기 사고관리계획서 승인 규탄 기자회견!
24일 고리 2호기 사고관리계획서 승인 규탄 기자회견! 환경운동연합

문제는 단지 기술에 국한되지 않는다. 노후화된 구성요소는 안전의 위험성을 점차 증가시킨다. 결국 고리 2호기처럼 설계수명이 이미 지나고 추가 수명연장을 추진하는 원전은 기술적으로도, 안전적으로도 원형 상태를 유지하는 게 불가능하단 말이다. 즉, 수명연장은 그만큼의 위험을 감내해야 한단 이야기다.

노후 원전 수명연장은 경제성 측면에서도 합리적 선택이 아니다. 한국은 원전 수명연장을 두고 표면적으로는 '경제성 확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해외 주요 사례와 비교하면 그 근거는 매우 취약하다. 캐나다의 젠틸리 2호기는 수명연장에 총 4조 원이 필요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자,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결국 폐쇄를 결정했다. 달링턴 원전의 경우에도 2055년까지 단계적으로 수명연장을 추진하며 약 97억 달러, 즉 한화 약 10조 원이 투입되고 있다. 이는 고도의 기술점검, 노후설비 교체, 방사능 폐기물 관리, 인력 안전 강화 등을 포함한 총비용으로, 수명연장은 단순한 유지보수가 아니라 사실상 '신규 원전 재건 수준의 투자'임을 보여준다.

반면, 한국의 수명연장 비용은 이와 비교할 때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되어 있다. 예를 들어 고리2호기의 10년 연장을 위해 약 1700억 원이 배정되었으며, 지역상생비 등을 포함한 총액도 31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해외 동급 원전의 1/1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으로, 현실적인 안전성 확보가 가능한 수준인지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로 원전 내부의 배관, 격납용기, 압력관 등은 금속 피로와 방사선 손상으로 수명이 크게 단축되는데, 이를 완전 교체하지 않고 단순한 설비개선으로 연장하는 것은 '비용절감형 연장'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국내 원전 수명연장은 단기적인 비용 절감 논리에 치우친 비현실적인 정책이며, 실제로는 노후 설비의 유지·관리비 증가와 사고위험 부담으로 인해 중장기적으로는 훨씬 비경제적이다. 원전의 안전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값싼 수명연장'이 아니라 노후 원전의 단계적 폐쇄와 재생에너지 전환에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훨씬 더 경제성이 있다.


경제성의 붕괴는 단지 손실 위험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수명연장 후 사고나 고장 발생 시 피해보상 및 제염 비용은 천문학적이어서 국가·지역사회에 경제적 재난으로 돌아올 수 있다. 따라서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것은 단순히 사업성이 낮다는 뜻이 아니라, 국민과 다음 세대에게 떠넘겨지는 잠재적 부담이 매우 크다는 뜻이다.

정부 측은 노후 원전 수명연장을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전략의 일부로 제시하곤 한다. 안정적 기저전원 확보라는 명분이다. 그러나 기후위기의 현실은 오히려 노후 원전 운영을 위협한다. 최근 기후위기로 인한 고수온과 극한기상, 해수면 상승 등이 기존 원전의 냉각·구조계통에 새로운 리스크가 되고 있다. 예컨대 미국 시카고에선 원전의 냉각수로 사용하는 호수 온도가 설계 한계치를 넘어서 당국의 특별승인 후 가동을 지속한 사례도 나왔다.


 21일 대전탈핵공동행동이 수명연장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21일 대전탈핵공동행동이 수명연장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전탈핵공동행동

뿐만 아니라 해수면 상승이나 폭풍해일에 대한 설계기준이 30년 전 설계 당시와 달라졌음에도 노후 원전은 이러한 기준을 반영하지 못했거나 반영이 곤란하다. 노후 원전은 외부의 기상이변에 대한 대비가 충분치 않으며, 기후변화로 인한 새로운 위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결국 노후 원전 수명연장은 기후위기의 맥락에서 보면 퇴행적 선택이다. 이미 리스크가 증가하는 자연환경 하에서 오래 돌리겠다는 것은, 미래를 위한 기저전원 확보가 아니라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도박이다. 원전사고가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런 위험성을 시민들에게 전가시키는 수명연장 주장은 위험사회로 돌진하는 것과 다름없다.

더욱이 노후 원전 수명연장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 투명성, 시민의 참여 보장 등이 미흡하다. 수명연장 허가 절차에서 투명성과 참여가 충분히 확보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심의과정이나 핵심 평가자료가 시민에게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도 나오고 있다. 신뢰를 잃은 규제는 곧 통제 받지 않는 원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앞서 살펴본 기술적 한계·경제성 위기·기후리스크·절차적 정당성 결여를 그대로 두고 재가동을 의결하면 안 된다.

따라서 설계수명을 넘긴 원전의 수명연장 논의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 모든 노후 원전에 대해 중대사고 시나리오·기후위기 리스크·경제성 분석을 포함한 모든 재평가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재생에너지와 저장기술 확대라는 전환 전략을 마련하고, 노후 원전이 연장이 아니라 폐로로 나아가는 명확한 로드맵이 필요하다.

원전을 얼마나 오래 돌릴 수 있는지가 아니라, 지금은 멈출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다.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책임은 멈춤이며, 삭제가 아니라 전환이다. 지금 멈추지 않으면, 다음 세대가 그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사고관리계획 #환경운동연합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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