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폭등, 밴쿠버에서 느낀 허탈한 데자뷔

청년들의 허탈과 좌절감... 투기 아닌 둥지로써의 집, 왜 힘들까

등록 2025.10.16 13:49수정 2025.10.16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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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기자말]
밴쿠버 도심의 내륙 수변인 폴스크릭(False Creek) 지역의 빌딩. 이 지역은 과거 산업 단지에서 변화하여 살기 좋은 곳으로 인정받는 주거 지역으로 발전했다. 주민들이 해안가를 따라 걷거나 조깅, 자전거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밴쿠버 도심의 내륙 수변인 폴스크릭(False Creek) 지역의 빌딩. 이 지역은 과거 산업 단지에서 변화하여 살기 좋은 곳으로 인정받는 주거 지역으로 발전했다. 주민들이 해안가를 따라 걷거나 조깅, 자전거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안수

캐나다 밴쿠버 폴스 크릭의 머리너사이드 크레선트에서 이사 준비로 물건을 파는 '무빙세일(Moving Sale)' 중인 판도라씨를 지난 8월 만났다.

"도시를 떠나려고요. 여자 홀로 살기에도 물가 압력이 셉니다. 집값도 너무 올랐고... (중략) 건강 때문에 이사 가신 부모님의 집에 살고 있는데 이제 부모님께서 이 집을 파시려고 해요. 갈 곳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짐부터 줄이려고 합니다. 연말까지는 나가려고요."

"저희는 중미와 카리브해를 돌아 이곳에 왔습니다. 도미니카공화국 산토도밍고에서 직장 생활하며 집까지 사서 올해 결혼을 준비하는 미국 텍사스에서 온 청년을 만났고, 푸에르토리코 산후안에서도 직장 생활 그만두고 홀로 창업해 회사를 성장시키고 있는 중년의 미국인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저렴한 물가, 좋은 기후 환경을 통해 자국을 떠나온 것이 다행이라고 했습니다."


메트로타운(Metrotown). 밴쿠버 대도시권(Metro Vancouver)에 속한 버나비(Burnaby)의 대표적인 상업 및 주거 중심지로 고층 콘도와 오피스 빌딩이 밀집해 있다.
▲메트로타운(Metrotown). 밴쿠버 대도시권(Metro Vancouver)에 속한 버나비(Burnaby)의 대표적인 상업 및 주거 중심지로 고층 콘도와 오피스 빌딩이 밀집해 있다. 이안수

3년만에 두 배가 된 집값

"저도 캐나다 밖을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내 설명에 홀로 82세의 노모를 모시고 있다는 그녀의 친구도 관심을 보였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면 나도 그곳 어디로 가고 싶어요."

밴쿠버는 여러 면에서 살기 좋은 환경이다. 그러나 가진 것 없이 사회로 진출한 젊은이들에게는 높은 생활비와 주거비 때문에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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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는 전 세계에서 주거비 상위 도시로 평가 받고 있다. 2025년 기준, 캐나다의 부동산 임대 전문 온라인 플랫폼, 'Rentals.ca'의 통계에 따르면 밴쿠버의 1 베드룸 아파트 평균 월세가 약 2500 캐나다 달러(한화 기준 약 250여만 원)이다. 이것도 지난 1년 동안 6.4%p 하락한 금액이다.

밴쿠버는 지난 10여 년 전부터 주택 가격이 폭등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가파르게 상승해 3년 만에 약 2배가 되었고 팬데믹 기간(2020년~2022년) 동안 저금리와 수요 급증으로 다시 급등했다. 이 때문에 이곳에서도 주택이 안온한 '스위트홈'이라기보다 투자자들의 자산 증식 수단으로 인식이 바뀌었다고 한다.
밴쿠버는 공사중. 현재 광역 밴쿠버 (Greater Vancouver)에는 많은 콘도 프로젝트가 분양 중이며 현재도 공사중이다.
▲밴쿠버는 공사중. 현재 광역 밴쿠버 (Greater Vancouver)에는 많은 콘도 프로젝트가 분양 중이며 현재도 공사중이다. 이안수

이 결과는 젊은 사람들에게 무기력과 좌절감을 안겼다. 지난 3월 캐나다 연방통계청의 자료를 분석한 리크루팅 에이전시 인디드의 자료에 따르면, 25~34세의 캐나다 젊은이들의 평균 월 소득은 약 3900 캐나다 달러(한화 기준 약 400만 원)였다. 이는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이 64%를 상회함을 뜻한다. 총 소득의 30% 이하로 권장되는 이상적인 주거비 비율을 나타내는 '30% 규칙(30% Rule)'에 비해 2배 이상이다. 이는 결국 필수 생활비, 비상 자금 마련, 예기치 않은 지출 등을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인 '심각한 주거비 부담(rent burdened : 50% 초과)'으로 이어진다.

밴쿠버시는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주거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2028년까지 약 5만 8천 세대의 신규 주택을 공급할 계획으로 이미 개발 허가를 받았거나 공사가 진행 중이다. 올해 초부터 거래량이 크게 감소하고 매물이 급증하면서 다소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최근 정부에서 유학생 규모를 제한하는 정책을 도입하면서 임대료도 주춤하는 추세이다. 특히 밴쿠버는 임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유학생과 임시 외국인 노동자 감소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캐나다에서 느낀 데자뷔


판도라 씨의 부모가 집을 팔겠다는 결정은 이런 추세의 반영인 셈이다.

역세권 콘도 건설. 코퀴틀람을 포함한 광역 밴쿠버 지역에서는 역세권 콘도 건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스카이트레인 역 근처의 교통 중심지에서 고밀도 주거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역세권 콘도 건설. 코퀴틀람을 포함한 광역 밴쿠버 지역에서는 역세권 콘도 건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스카이트레인 역 근처의 교통 중심지에서 고밀도 주거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안수

이처럼 급격한 집값 폭등으로 집을 갖지 못한 사람들의 허탈과 좌절감을 보면서 나는 강렬한 데자뷔를 느꼈다.

지난 두어 달 동안 밴쿠버를 떠나려는 사람들과 젊은이들이 미래의 기대를 접는 자조적인 모습을 접하면서 이는 데자뷔가 아님을 알았다. 그것은 내가 떠나온 과거였다. 내가 서울에서 경험한 수많은 이사가 주었던 과거를 애써 지우고 있었던 것이다.

집은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마음을 품는 안온한 둥지가 되어야 한다. 집의 근원적 의미가 훼손된 곳에 건강한 가정의 웃음이 꽃 필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모티프원의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밴쿠버 #메트로밴쿠버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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