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타운(Metrotown). 밴쿠버 대도시권(Metro Vancouver)에 속한 버나비(Burnaby)의 대표적인 상업 및 주거 중심지로 고층 콘도와 오피스 빌딩이 밀집해 있다.
이안수
3년만에 두 배가 된 집값
"저도 캐나다 밖을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내 설명에 홀로 82세의 노모를 모시고 있다는 그녀의 친구도 관심을 보였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면 나도 그곳 어디로 가고 싶어요."
밴쿠버는 여러 면에서 살기 좋은 환경이다. 그러나 가진 것 없이 사회로 진출한 젊은이들에게는 높은 생활비와 주거비 때문에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다.
밴쿠버는 전 세계에서 주거비 상위 도시로 평가 받고 있다. 2025년 기준, 캐나다의 부동산 임대 전문 온라인 플랫폼, 'Rentals.ca'의 통계에 따르면 밴쿠버의 1 베드룸 아파트 평균 월세가 약 2500 캐나다 달러(한화 기준 약 250여만 원)이다. 이것도 지난 1년 동안 6.4%p 하락한 금액이다.
밴쿠버는 지난 10여 년 전부터 주택 가격이 폭등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가파르게 상승해 3년 만에 약 2배가 되었고 팬데믹 기간(2020년~2022년) 동안 저금리와 수요 급증으로 다시 급등했다. 이 때문에 이곳에서도 주택이 안온한 '스위트홈'이라기보다 투자자들의 자산 증식 수단으로 인식이 바뀌었다고 한다.

▲밴쿠버는 공사중. 현재 광역 밴쿠버 (Greater Vancouver)에는 많은 콘도 프로젝트가 분양 중이며 현재도 공사중이다.
이안수
이 결과는 젊은 사람들에게 무기력과 좌절감을 안겼다. 지난 3월 캐나다 연방통계청의 자료를 분석한 리크루팅 에이전시 인디드의 자료에 따르면, 25~34세의 캐나다 젊은이들의 평균 월 소득은 약 3900 캐나다 달러(한화 기준 약 400만 원)였다. 이는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이 64%를 상회함을 뜻한다. 총 소득의 30% 이하로 권장되는 이상적인 주거비 비율을 나타내는 '30% 규칙(30% Rule)'에 비해 2배 이상이다. 이는 결국 필수 생활비, 비상 자금 마련, 예기치 않은 지출 등을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인 '심각한 주거비 부담(rent burdened : 50% 초과)'으로 이어진다.
밴쿠버시는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주거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2028년까지 약 5만 8천 세대의 신규 주택을 공급할 계획으로 이미 개발 허가를 받았거나 공사가 진행 중이다. 올해 초부터 거래량이 크게 감소하고 매물이 급증하면서 다소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최근 정부에서 유학생 규모를 제한하는 정책을 도입하면서 임대료도 주춤하는 추세이다. 특히 밴쿠버는 임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유학생과 임시 외국인 노동자 감소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캐나다에서 느낀 데자뷔
판도라 씨의 부모가 집을 팔겠다는 결정은 이런 추세의 반영인 셈이다.

▲역세권 콘도 건설. 코퀴틀람을 포함한 광역 밴쿠버 지역에서는 역세권 콘도 건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스카이트레인 역 근처의 교통 중심지에서 고밀도 주거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안수
이처럼 급격한 집값 폭등으로 집을 갖지 못한 사람들의 허탈과 좌절감을 보면서 나는 강렬한 데자뷔를 느꼈다.
지난 두어 달 동안 밴쿠버를 떠나려는 사람들과 젊은이들이 미래의 기대를 접는 자조적인 모습을 접하면서 이는 데자뷔가 아님을 알았다. 그것은 내가 떠나온 과거였다. 내가 서울에서 경험한 수많은 이사가 주었던 과거를 애써 지우고 있었던 것이다.
집은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마음을 품는 안온한 둥지가 되어야 한다. 집의 근원적 의미가 훼손된 곳에 건강한 가정의 웃음이 꽃 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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