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들로 가득한 서울 도심의 가을 풍경

서촌에서 서울광장까지, 세계인이 모인 서울

등록 2025.10.14 12:03수정 2025.10.1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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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끝난 첫 주말, 서울은 잔잔한 가을비에 젖어 있었다. 비에 반짝이는 아스팔트와 우산 행렬이 어우러진 도심 한복판, 경복궁역에서 시작된 나의 발걸음은 서촌마을, 경복궁을 지나 광화문광장과 쳥계천을 거쳐 서울광장으로 이어졌다.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거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놀라운 것은 내국인보다 외국인의 비중이 훨씬 높았다는 점이었다. 비가 내린 후 흐린 날씨에도 서울 거리에서 들려오는 언어는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아랍어, 중국어, 일본어, 그리고 동남아 여러 나라말까지, 서울이 이제 진정한 '세계의 도시'가 되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서촌마을 – 서울의 온기, 사람의 향기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환한 웃음을 지으며 서촌을 걷는 외국 관광객들.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환한 웃음을 지으며 서촌을 걷는 외국 관광객들. 이상돈

경복궁 서쪽 골목길, 서촌마을은 여전히 따뜻했다. 처음 입어보는 한복이 어색할 것도 같지만 외국인들은 저마다 맵시를 한껏 뽐내며 함박 웃음 속에 거리를 걷는다. 요즘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를 반영하듯 '사자보이스'가 쓴 한국전통 갓을 쓴 외국인 남자의 모습도 보인다.

빗물이 흐르는 돌담길을 따라 걸을 때마다,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서울의 매력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서촌의 오래된 기와집 처마 밑에서 바라본 풍경엔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찾아온 세계인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경복궁 – 우리 문화의 품격

 광화문 앞 월대에서 행해지는 수문장교대식을 참관하는 외국인들.
광화문 앞 월대에서 행해지는 수문장교대식을 참관하는 외국인들. 이상단

비가 그친 뒤, 가을비가 스쳐 간 경복궁 궁궐의 돌바닥에는 윤기가 돌았고, 빗방울을 머금은 처마 끝에는 햇살이 반짝였다. 촉촉이 젖은 단청 아래로 스며드는 햇빛이 고궁의 색을 한층 더 짙게 물들이고 있었다.


근정전 앞뜰에서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외국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경내 곳곳을 둘러보며 미소를 지었다. 화려한 단청과 기와지붕 아래에서 그들이 남긴 웃음소리와 카메라 셔터음이 어우러지자, 오랜 세월 잠들어 있던 궁궐이 다시 숨을 고르며 살아나는 듯했다.

최근 복원된 월대에서는 마침 수문장 교대식이 시작되었다. 장엄한 북소리가 울려 퍼지자 의장대가 정제된 걸음으로 행진을 이어갔다. 경내에는 묘한 긴장감과 함께 고즈넉한 생동감이 번졌고, 외국인 관광객들은 그 장면 하나라도 놓칠세라 연신 셔터를 눌렀다. 각기 다른 언어로 터져 나오는 감탄사들이 궁궐의 돌담 사이를 가득 메웠다.


비 냄새가 아직 채 가시지 않은 공기 속에서, 조선의 왕들이 걸었던 그 길 위에 지금은 세계의 사람들이 한복을 입고 웃고 있었다.

오늘의 경복궁은 더 이상 과거의 유적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그리고 세계를 이어주는 살아 있는 공간으로 생명력이 가득 차 있었다. 그 속을 거닐며 나는 우리 문화가 품은 깊이와 품격, 그리고 시간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광화문광장 –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한글의 아름다움 체험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광활문광장 세종문화회관 앞 행사장을 찾은 외국인.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광활문광장 세종문화회관 앞 행사장을 찾은 외국인. 이상돈

세종대왕 동상 앞에는 카메라를 든 외국인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서 있었다. 그들은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고, 조형물 주위에 마련된 한글 조형물과 전시 부스를 돌아보며 한글의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눈으로 담았다.

광장 곳곳에서는 한글날을 맞아 다양한 축제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훈민정음 창제 579돌'을 기념하는 한글문화축제에는 한글 캘리그래피 체험, 전통 활자 인쇄 시연, 어린이 한글 놀이마당 등이 진행돼 사람들의 발길을 끌었다. 한 캐나다인 관광객은 "한글은 그림처럼 아름답고 리듬이 있다"며 "세종대왕이 문자로 국민의 마음을 잇게 한 점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광화문광장은 이날 하루, 과거와 현재, 그리고 세계가 한글을 매개로 만나는 열린 문화의 장이 되었다. 세종대왕의 동상 아래에서 울려 퍼지는 어린이들의 웃음소리와 외국인들의 감탄이 어우러지며, 한글의 날을 앞둔 서울의 가을은 한층 더 따뜻해 보였다.

청계천 – 휴식과 생기가 숨 쉬는 곳

 청계광장 '스프링' 조형물이 있는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외국인가족.
청계광장 '스프링' 조형물이 있는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외국인가족. 이상돈

광화문광장을 지나 청계광장으로 향하자, 서울의 도심은 한층 더 활기를 띠고 있었다. 청계천 물소리가 잔잔하게 울려 퍼졌고, 그 물가 주변에는 여행 가방을 곁에 두고 앉아 휴식을 취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들은 물소리를 들으며 사진을 찍거나, 신문과 커피를 곁에 두고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스프링' 조형물이 있는 광장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광장 주변은 행사 준비로 분주했지만, 가을 햇살 속에서 반짝이는 청계천은, 서울의 생기와 따뜻한 정서를 그대로 품고 있었다. 도심의 빌딩숲 사이로 흘러내리는 청계천은 오늘따라 유난히 맑고 평화로워 보였다.

서울광장 – 문화 공동체

 서울도서관 앞 서울광장에 펼쳐진 '야외도서관' 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내외국인들.
서울도서관 앞 서울광장에 펼쳐진 '야외도서관' 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내외국인들. 이상돈

비 온 뒤에 서울광장은 청량함 그 자체였다. 카메라를 든 외국인 관광객들이 파란 잔디광장 야외도서관 쇼파에 앉아 무대공연에 박수를 보내고, 서울도서관 앞에서는 한복을 입은 '해치'가 정겹게 아이들을 맞이한다.

서울시청 로비 '무인카페'에서는 바리스타 로봇이 전해주는 커피를 마시며 '서울은 비 오는 날이 더 아름답다"며 웃던 프랑스인 부부의 말이 인상적이다. 그들의 손에는 '서울시 관광안내지도'와 커피 한 잔이 들려 있었다.

세계가 찾는 도시, 서울

최근 '케이테이션(K-tourism·K-테이션)'이라 불리는 한국 관광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케이팝, 드라마, 음식, 패션뿐 아니라 도시 자체가 매력으로 떠오른 셈이다. 서울은 이제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문화의 경험지'로 변모하고 있었다.

이날 한나절 서울을 걸으며 깨달았다. 서울은 이제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글로벌 문화도시로 성장했음을. 쉼 없이 살아 움직이는 거리, 그 안에서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풍경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이었다. '파리', '로마', '런던'과 나란히 이름을 올릴 도시. 그 중심에, 지금 서울이 서 있다.
#서울 #서울광장 #광화문광장 #경복궁 #서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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