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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싫어 교무실까지 쫓아오는 아이들... 교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아이들은 나의 스승] 아이들의 맹목적인 중국 혐오, 학교가 '공범' 되지 않으려면

등록 2025.10.14 13:32수정 2025.10.1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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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9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중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간편결제 수단 등 홍보 배너가 설치돼 있다. 이날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국내·외 전담여행사가 모객한 3인 이상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비자 없이 15일간 국내 관광을 할 수 있다. 2025.9.29
9월 29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중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간편결제 수단 등 홍보 배너가 설치돼 있다. 이날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국내·외 전담여행사가 모객한 3인 이상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비자 없이 15일간 국내 관광을 할 수 있다. 2025.9.29 연합뉴스

최근 우리 정부의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한시적 비자 면제 방침을 두고 필자가 몸담은 학교의 교실까지 연일 시끄럽다. 찬반 토론이라도 벌어지면 좋으련만, 들어 보면 중국인과 정부를 향한 일방적인 비난이 다수다. 이재명 대통령의 '친중파 인증'이라고 조롱하는가 하면, 당장 중국인들을 추방해야 한다고 목청 돋우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교무실까지 찾아와 입장을 묻는 그들 앞에서 대꾸하기가 두려울 정도다. 그들의 소비가 어려운 경제 상황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는 뻔한 답변조차 함부로 꺼낼 수 없을 만큼 교실 안팎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얼마 전 무비자로 중국 여행을 다녀온 지인의 이야기를 전하며, 비자 면제 협정은 쌍무적이라는 말을 괜히 꺼냈다가 아이들로부터 '집단 린치'에 가까운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연이은 추태를 보면서도 그런 말이 나오냐는 거다. 그러면서 영상을 하나 보여줬다. 제주도의 해안가에서 거리낌 없이 비상식적 행동을 하는 관광객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를 경범죄로 처벌하면 된다는 말이 아이들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한 명이라도 나서서 '일부 관광객의 일탈 행동을 가지고 모든 중국인이 그렇다고 단정하는 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지적할 법도 하건만, 그 누구도 감히 끼어들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교육 현장에서 뭐라도 해야 한다

아이들이 중국을 그토록 혐오하는 원인을 찾는 건 허망한 일이 됐다. 굳이 이유를 대자면 수백 가지도 넘고, 원인이 밝혀져 공유될수록 혐오가 더 극성을 부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형국이다. 원인이 해결책 마련에 열쇠가 되기는커녕 혐오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초등학교에서 엄마가 중국인인 다문화 가정의 자녀가 느닷없이 따돌림의 대상이 되는 사례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나마 조선족인 경우는 낫지만, 우리말이 서툰 중국인이면 부모의 학교 방문이 애초 불가능하다는 거다. 특히 농어촌 지역에서 다문화 가정은 흔하지만, 최근엔 유독 중국인에게 시비를 거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향후 더 큰 사달이 벌어지기 전에 어떻게든 아이들 집단에서 피어나는 맹목적인 중국 혐오 분위기를 누그러뜨려야 한다. 당장 무차별적 혐중 시위를 막아야 하고,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극우 유튜브에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혐오와 차별은 표현의 자유로 눙칠 수 없는 범죄임을 깨닫게 해야 한다.

학교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아이들의 중국 혐오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서술형 답안지에 중국 대신 '짱깨'라고 적는 황당한 상황에서도 극소수 되바라진 아이들의 행태라며 회피로 일관했다. 마치 남녀 교사 가릴 것 없이 페미니즘에 대한 아이들의 날 선 질문에 침묵으로 답변을 대신한 것과 유사한 상황이다. '긁어 부스럼'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까닭이다.


지금은 원인을 찾을 때가 지났고, 이제 와 대안 운운하는 것도 한가하다. 당장 각자의 자리에서 뭐라도 시작해야 한다. 그릇된 인식과 행동을 바루어주지 못한다면, 그곳이 더는 학교일 수 없다. 교사들이 나 몰라라 하며 뒷짐을 지는 순간, 아이들은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괴물이 된다. 학교 교육이 아이들의 중국 혐오 현상을 완화하는 마중물이 돼야 한다.

우선, 'CHINA OUT'과 '멸공'을 입에 달고 사는 아이들과 토론을 벌여야 한다. 겁낼 것 하나 없다. 그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제시하는 근거는 일베나 팸코 등의 '남초' 사이트나 극우 유튜브에서 떠들어대는 시답잖은 것들이 태반이다. 집단 토론을 통해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악평이 과잉돼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다.

혐오와 차별에 관한 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독서 교육이 국어 교과의 전유물일 리 없다. 시의적절한 계기 수업 한 시간이 교육과정과 진도에 얽매인 열 시간 수업보다 나은 법이다. 단언컨대, 독서와 토론은 중국 혐오 현상을 비롯한 최근 교실의 극우화를 막아내는 가장 실효적이고 근본적인 해법이다.

소풍이나 수학여행 등 단체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도 좋겠다. 예컨대, 놀이공원과 유명 관광지 같은 뻔한 곳 말고, 우리와 중국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교류를 이어온 역사적 현장을 직접 답사하는 거다. 맞춤한 답사지는 전국에 널려 있다. 사전 아이들에게 교육적 취지를 잘 설명한다면, 마냥 손사래를 치지는 않을 것이다.

한중 청소년 상호 교류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더 욕심을 낸다면, 우리와 중국 학생들의 정기적 상호 교류 프로그램도 훌륭한 대안이다. 일선 학교는 엄두조차 내기 힘든 사안이지만, 정부와 교육청이 관심을 가진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양국의 외교 관계가 소원해졌다 해도, 도시들끼리 맺은 자매결연의 우의까지 퇴색되지는 않았으리라 본다.

기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중국인의 자취보다 중국에 남아 있는 우리 민족의 흔적이 훨씬 더 많다. 멀리 갈 것 없이, 만주를 포함해 중국은 우리에게 항일 독립운동의 본거지였다. 청사에 빛나는 청산리와 봉오동 전투의 현장이며,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한국광복군, 민족혁명당과 조선의용대, 한국독립군과 조선혁명군 등 수많은 독립운동 단체의 태자리였다.

항일 운동에서 우리와 중국은 피를 나눈 형제 같은 관계였다. 국내외 독립운동의 침체기였던 1930년대의 이른바 '한중 연합 작전'은 독립을 향한 의지에 다시 불을 붙였다. 당시 전쟁을 이끈 조선혁명군의 양세봉 장군은 남과 북은 물론, 중국에서조차 추앙하는 인물로 명성이 드높다. 그의 무덤이 세 나라에 각각 따로 모셔져 있을 정도다.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는 데엔 활발한 교류만 한 게 없다. 지속적인 교류가 남과 북의 통일을 위한 모범정답이듯, 더 많은 한국인이 중국에 가고, 더 많은 중국인이 우리나라를 찾아와야 한다. 무조건 중국인 관광객을 막는 건, 오해와 편견의 철옹성을 더욱 높이는 일이다. 중국 내 '혐한'을 '혐중'으로 대응하는 건, 성숙한 자세도 아닐 뿐더러 올바른 해법도 아니다.

그들의 무례와 무질서한 행태는 현행법으로 단속하면 된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지점은 그들의 관광이 단순한 소비 목적이 아니라 역사적·문화적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적용하는 것이다. 먹고 마시고 백화점의 물건만 싹쓸이해 가는 여행만으로는 양국 국민의 '혐한'과 '혐중'의 첨예한 갈등을 해소하기 힘들다.
#중국관광객비자면제 #중국혐오 #교실극우화 #한중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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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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