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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리본' 받아 든 시민들... '검사 대통령' 시절과 달라진 거리

[현장] 유족·시민 100명, 서촌 골목 누비며 '이태원참사 3주기' 앞두고 추모 일정 홍보

등록 2025.10.11 14:55수정 2025.10.11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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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전 10시 29분 이태원참사 유족들과 시민들이 서촌 일대를 돌며 10.29이태원참사 3주기 행사 안내 포스터와 보라색 리본, 팔찌를 나눠주고 있다.
11일 오전 10시 29분 이태원참사 유족들과 시민들이 서촌 일대를 돌며 10.29이태원참사 3주기 행사 안내 포스터와 보라색 리본, 팔찌를 나눠주고 있다. 김화빈

"사장님, 혹시 이태원참사 3주기 추모행사 포스터 붙여도 될까요?"
"보라 리본 받아 가세요! 팔찌도 하나 드릴까요?"
"곧 이태원참사 3주기입니다. 꼭 기억해 주세요."

11일 오전 '10시 29분' 서울 종로구 서촌 일대 거리. 이태원참사 유족과 시민 100명이 전날부터 내린 부슬비를 함께 맞으며 거리의 시민들과 만났다. 오는 10.29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두고 추모행사 일정을 홍보하고, 진상규명 의지를 다지기 위해서다.

골목과 가게에서 만난 사람들은 유족이 건넨 리본과 포스터를 받아들며 "응원한다", "기억하겠다"고 화답했다. 행진을 본 일부 상인들은 "우리 가게에도 붙이고 싶다"며 3주기 행사 추모 포스터 나눔을 요청하기도 했다.

서촌 구석구석 나붙은 추모행사 포스터에는 'REMEMBER 20221029' 보라색 팔찌를 찬 두 손이 보랏빛 꽃다발을 감싸는 그림이 담겼다. 이 그림은 참사가 일어났던 이태원역 1번 출구에 조성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 전시된 바 있는데, 이번 포스터 배경으로 유족들이 직접 선택했다.

이날 도심 걷기 행사에서 만난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의 송해진 위원장(고 이재현의 어머니)은 <오마이뉴스>에 "손에 담긴 보라색 꽃들은 희생된 우리 아이들을 상징하고, 꽃을 감싼 두 손은 유족과 연대하는 시민들을 상징한다"며 "오는 3주기가 희생된 아이들을 우리 사회와 시민들이 따뜻하게 안아주는 이미지로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고 말했다.

유족·시민들 "정권 바뀌었지만 안심은 일러... 3주기도 진상규명이 최우선"

 11일 서울 종로구 별들의집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진실과 정의를 향한 걸음' 걷기대회에 앞서 유가족과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11일 서울 종로구 별들의집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진실과 정의를 향한 걸음' 걷기대회에 앞서 유가족과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전 10시 29분 이태원참사 유족들과 시민들이 서촌 일대를 돌며 10.29이태원참사 3주기 행사 안내 포스터와 보라색 리본, 팔찌를 나눠주고 있다.
11일 오전 10시 29분 이태원참사 유족들과 시민들이 서촌 일대를 돌며 10.29이태원참사 3주기 행사 안내 포스터와 보라색 리본, 팔찌를 나눠주고 있다. 김화빈

이날 행사를 기획하고 참여한 유족과 시민들은 이태원참사 1·2주기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3주기에도 진상규명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했다.


김남희(고 신애진 어머니)씨는 "참사 1·2주기 때는 유족들의 소통창구가 다 막혔기 때문에 너무나 괴롭고 힘들었다. 특별법 통과나 특별조사위원회 구성, 참사 자료 확보 모두 어려웠지 않나"라며 "정권이 바뀌었다지만 윤석열 정권 하에 흘려보낸 3년의 세월이 있다보니 지지부진했던 진상규명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오늘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시민들이 주시는 연대와 공감은 정말 귀하다. 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진상규명"이라며 "특조위가 운영되고 있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정말 광범위한 조사가 가능한지' 내심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조사 결과도 예단할 수 없는 만큼, 시민들에게 참사 3주기를 알리고 관심과 지지를 요청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진창희(고 진세은의 고모)씨는 "정권이 바뀌어서 그런지 몰라도 올해 시민들을 만나뵈면 저희에게 다가오시는 분들이 많다. 일부러 찾아오셔서 말 걸어주시고 손도 잡아주신다"며 "어떤 분은 '(윤석열 정권 때는) 검사가 대통령이어서 차마 마음을 표현 못했다'며 미안함을 표하는 분도 계셨다"고 전했다.

이어 "이태원참사를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 길거리 피켓팅을 하거나 시위를 하면 지나가는 분들이 욕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외면도 많이 겪었다"며 "지난 정부에선 저희에게 다가오는 시민들이 용기를 상당히 내셔야 했는데, 지금은 모두가 마음껏 참사를 기리고 추모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10.29이태원참사 3주기 추모행사 홍보 포스터가 서올 종로구 서촌 일대 가게들에 붙어 있는 모습. 참사 유족과 시민들이 11일 서촌 일대를 돌며 추모행사를 알렸다.
10.29이태원참사 3주기 추모행사 홍보 포스터가 서올 종로구 서촌 일대 가게들에 붙어 있는 모습. 참사 유족과 시민들이 11일 서촌 일대를 돌며 추모행사를 알렸다. 김화빈

 10.29이태원참사 유족과 시민들이 종로구 서촌 일대를 돌며 3주기 추모행사 포스터를 붙이기에 앞서 설명을 듣고 있다.
10.29이태원참사 유족과 시민들이 종로구 서촌 일대를 돌며 3주기 추모행사 포스터를 붙이기에 앞서 설명을 듣고 있다. 김화빈

서촌에서 스페인 요리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진창희씨에게 말을 걸어 추모 행사 홍보 포스터를 직접 요청하기도 했다. 이 상인은 "3년 전 이태원참사 당일 생업이니까 가게를 열었는데, 그날 생각보다 장사가 잘 돼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있다"며 "(오늘) 유족들이 서촌 거리를 돌아다니시는 걸 보고 그때의 부채감이 떠올랐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유족과 함께 걸으며 포스터 나눔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일상 속 연대"를 위해 참여했다고 밝혔다. 3주기 추모 손팻말을 나눠준 현아무개(40대, 여성)씨는 "개인적으로 추모 행사만 참여한 뒤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이 저 혼자 뿌듯해하는 일 아닐까 싶어 오늘 걷기 행사에 왔다"며 "저 스스로에게도 부끄럽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권이 바뀌면서 안도하기도 했지만, 세월호 참사를 떠올려 보면 진상규명이 잘 됐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지 않나"라며 "어쩌면 '정권 바뀌었으니 잘 해결될 것 아닌가' 하는 여론 때문에 걱정이 되어 오늘 와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종종 자원봉사 활동 등에 참여했던 장아무개(30대 후반, 여성)씨도 "지난 추석에 유족분들이 별들의집(추모공간)에서 추석 상차림 행사를 하셨는데 못 갔다"며 "추석 때 못 뵌 것도 생각나고, 시간이 되는대로 작은 일 하나라도 함께 하려는 마음으로 오늘 행사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1029이태원참사 #별들의집 #3주기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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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앞에 겸손하겠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김화빈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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