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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검찰 공소사실 토대 흔들려...대법 선고 앞둔 김용 사건, 결론 바뀌나

[분석] 핵심 피고인 정영학·남욱·주요 증인 철거업자 진술 번복...김 전 부위원장 1·2심 유죄 근거와 배치

등록 2025.10.10 18:28수정 2025.10.10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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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자금법 위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지난 2월 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에 출석하고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지난 2월 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에 출석하고 있다. 이정민

2023년 11월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311호 법정. 형사합의23부 조병구 재판장은 8억 4700만 원의 불법 선거자금 수수·1억 9000만 원의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며 아래와 같이 말했다.

"관련자들의 진술이 대부분 일치한다.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진술에 일부 부정확한 면이 있지만 1년 이상 지난 일에 관하여 기억을 더듬어 진술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본질적 차이다. 범행의 주요 부분과 관련하여서는 비교적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다."

2심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 2월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 백강진 재판장은 1심과 같이 징역 5년을 선고하며 아래와 같이 말했다.

"유동규에게서 허위진술의 동기를 찾을 수 있다 해도 나머지 남욱과 정민용에게 찾을 수 없다. 설사 유동규가 이 사건 진술로 얻을 수 있는 기대되는 이익이 있다고 보여도 (유동규 진술에 신빙성을 부여한) 원심의 판단이 크게 모순되거나 비합리적인 점이 없어 보인다. 유동규가 개인적으로 (자금을) 썼다는 주장도 어떤 용도로 썼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가족이) 포르쉐를 사서 계좌를 추적했는데 명백히 드러나진 않았다."

1·2심의 유죄 선고 근거는 유동규 전 본부장 진술 신빙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남욱 등 관련자들의 진술이 일치한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최근 유 전 본부장 진술 신빙성, 나아가 대장동 사건 공소사실의 토대가 흔들리고 있다. 바로 <오마이뉴스>가 집중 보도한 ①정영학 의견서 ②남욱의 진술 번복 ③철거업자 강씨의 새로운 진술 때문이다.

[장면①] 정영학 의견서, 검찰의 증거조작 의혹을 제기하다

 대장동 개발 특혜·비리 의혹 사건 첫 공판이 열린 지난 2022년 1월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정영학 회계사가 재판을 떠나며 가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대장동 개발 특혜·비리 의혹 사건 첫 공판이 열린 지난 2022년 1월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정영학 회계사가 재판을 떠나며 가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희훈

대장동 사건 핵심 피고인 중 한 명인 정영학 회계사는 사건 초반 검찰 조사에서 "대장동 택지 예상 분양가를 평당 1500만 원으로 계산했다"고 진술했다. 이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배임 혐의를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이자, 김용 전 부원장이 개발업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했다는 공소사실의 기초가 됐다. 그러나 정 회계사는 지난 3월 11일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이를 전면 번복했다.

그는 "검찰이 제출한 USB 엑셀파일에 임의로 숫자를 입력해 출력물을 제시했고, 그로 인해 착오에 따른 진술을 했다"며 "유발된 착오에 기인한 진술"이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검찰의 증거 조작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분양가 산정은 대장동 사건의 핵심 쟁점이다. 성남시는 평당 1400만 원을 기준으로 민간업자와 확정이익 방식 계약을 체결했지만, 실제 분양가는 1600만 원을 넘어 민간업자들의 이익이 크게 늘었다. 검찰은 "당시 더 높은 분양가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성남시가 의도적으로 (분양가를) 낮게 설정해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줬다"고 의심했다.


정 회계사 측은 다른 관련자들이 구속되는 상황에서 압박감을 받았다고도 했다. 그의 변호인은 "구속에 대한 두려움이 상당히 컸던 피고인은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은 채 수사기관 질문 방향에 따라 진술하는 잘못을 범했다"면서 "검찰이 초기부터 평당 1500만 원 증거를 요구했고, 결국 정 회계사가 제출한 자료를 변형해 진술을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검찰 입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장면②] 남욱의 증언 번복 "검사에게 들은 내용"


 남욱 변호사가 지난 9월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남욱 변호사가 지난 9월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이정민

또 다른 핵심 피고인 남욱 변호사는 2022년 11월 법정에서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현금 9000만 원을 전달했고, 그 돈이 이 대통령 측 최측근들에게 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부원장을 지목했다. 이 진술 역시 김 전 부원장 공소사실의 중요한 근거였다.

그러나 최근 남 변호사는 이 대통령, 정 전 실장이 함께 피고인으로 이름을 올린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FC 관련 사건(배임, 뇌물 등)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와 "정진상·김용에게 돈이 넘어갔다는 건 2013년 당시 알지 못했고, 2022년 이후 검찰 조사 과정에서 들은 것"이라며 자신의 진술을 뒤집었다.

"(유동규가) 정진상·김용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건 2013년 당시가 아니라 2022년 이후 수사 과정에서 처음 들은 사실이다. (검찰 수사 이후) 알게 된 것이어서 법정에서 잘못 증언했다. 과정에서 팩트와 다른 증언을 하게 된 것이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검사에게 들은 이야기를 반복하다 보니 마치 내가 직접 알게 된 사실처럼 혼동했다"며 "수년간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받으며 심리적 압박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재판장은 "형사소송의 기본은 공판 중심주의"라며 수사기관 조서보다 법정 증언을 우선 고려하겠다고 했다.

[장면③] 철거업자 강씨의 진술 변화 "3억 원, 2013년 말~2014년 초 상환받았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게 3억 원을 빌려준 철거업자 강아무개씨도 기존 증언을 뒤집고 검찰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진술을 새롭게 내놓았다.

김 전 부원장 쪽은 재판 과정에서 '유동규 전 본부장이 당시 남욱 변호사로부터 3억 원을 받아 철거업자한테 상환한 것이 진실이고, 그 돈 일부를 김 전 부원장 등에게 뇌물로 줬다는 검찰 공소사실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당초 강씨의 증언과 엇갈리는 것이었다. 강씨는 지난해 5월 김 전 부원장 항소심 재판 증인으로 나와 "2010년 이후 유동규를 만나지 않았다"라고 증언했다.

그런데 강씨는 지난달 대법원에 자신의 증언을 뒤집는 내용의 진술서를 새로 냈다. 강씨는 "(지난해 5월 재판에서) 일부러 거짓으로 증언한 건 아니었지만 기억이 흐릿했다"면서 "(증언 이후) 사람들과 만나고, 언론을 보면서 다시 기억이 났다. 항소심 때 적극적으로 증언하지 않은 사실을 (진술서에서) 말씀드리고자 한다"고 했다. 그가 밝힌 새로운 진술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 2007~2008년경 유동규를 알게 되고, 철거공사 수주 조건으로 3억 원을 건넸다.
- 유동규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2012년 채무 상환을 독촉했다.
- 2013년 말~2014년 초 전액 상환을 받았고, "3억 원 반환이 끝났다"는 확약서도 작성했다.

2013년 유 전 본부장이 남욱 변호사한테 받은 돈을 김 전 부원장에게 뇌물로 준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상환했다는 것이다. 남욱 변호사도 최근 법정에서 "당시 유동규가 (철거업자 등에게 빌린 돈 때문에)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해 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건 분명하다"면서 강씨 진술과 궤를 같이하는 증언을 내놓았다. 이는 검찰 공소사실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정치자금법 위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2월 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2월 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이정민

관심 집중되는 대법원 선고

이처럼 정영학·남욱·강씨 등의 진술이 바뀌면서, 김 전 부원장 대법원 판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법원이 유죄를 선고한 1·2심 판결을 뒤집을 경우, 검찰이 무리하게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표적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3일 더불어민주당 '정치검찰 조작기소대응특위'는 법무부에 대장동 2기 수사팀에 대한 감찰을 요청하며 "이번 사건은 조작수사의 총체"라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8월 대법원은 김 전 부원장 보석을 허가한 바 있다. 대법원은 결정문에서 "피고인에 대하여 보석을 허가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형사소송법 제96조에 따라 보석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 입장 바꾼 남욱, 공소사실 전면 부인..."정진상·김용=형들" 발언도 뒤집었다 https://omn.kr/2f7tq
- 남욱 또 진술 번복 "정진상·김용에게 돈 넘어간 거, 검사한테 들었다" https://omn.kr/2fdyv
- [단독] 김용 사건 '핵심 증인' 진술 번복... 대법원 선고 앞 변수 https://omn.kr/2f9r1
-[단독] 대장동 정영학 "검찰, 내 엑셀파일에 임의로 숫자 입력해 출력 https://omn.kr/2d7n0
#김용 #대장동 #이재명 #유동규 #남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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