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용인시에서 '꼬까머리' 미용실을 운영하는 장선이씨
용인시민신문
오전 5시30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명지 엘펜하임 수영장. 장선이 원장은 남들보다 먼저 도착해 수업 시작 전 몸을 푼다. 천리에서 미용실 '꼬까머리'를 운영하는 그는 하루의 문을 열기 전 수영으로 몸을 깨우고, 저녁에는 러닝화를 신고 개천길을 달린다. 주말이면 석성산을 오른다.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이지만, 꾸준함으로 이어온 그의 삶은 특별하다.
'꼬까머리'는 2014년 8월, 용인 천리 풍성신미주아파트 상가동 1층에 문을 열었다. '꼬까머리'라는 이름에는 "우리 미용실에 오면 (꼬까옷을 입는 것처럼) 예쁘게 해드린다"는 뜻이 담겼다. 집 가까운 곳에 가게를 차린 이유는 아이를 돌보면서 일하기 위해서였다. 어느덧 11년, 이곳은 단골 손님들이 찾는 사랑방이 됐다.
"갓난아기 때 보던 아이들이 군대 간다고 머리 자르러 오면 참 새로워요. 휴가 나와서 선물 들고 오는 손님들도 있고요. 10년 넘게 정을 쌓다 보니 이제는 가족 같아요."
장 원장은 간호조무사로 10년을 일하다가 뒤늦게 미용 자격증을 따고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그는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언젠가 재능 기부로 봉사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새벽을 깨우는 수영
수영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것도 그의 습관이다. 문을 열고, 주변을 정리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학생으로 치면 예습·복습을 열심히 하는 스타일 같아요. 먼저 준비해 놓으면 마음이 편하고, 나도 뭔가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요."
12년째 이어온 수영은 그를 야행성에서 새벽형 인간으로 바꿨다.
"수영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니까 인생이 달라졌어요. 아침이 상쾌하고, 시간이 많아진 기분이에요.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새벽이 제일 좋아요."
기록에는 큰 욕심이 없다. 그는 "젊은 회원들과 함께하다 보면 경쟁심이 생기기도 하지만 이제는 즐기면서 한다. 나이에 맞게 꾸준히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러닝으로 이어진 도전
수영으로 다진 체력은 러닝으로 이어졌다. 지인의 권유로 마라톤클럽에 가입했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수영만 오래 하다 보니 흥미가 떨어져서 다른 걸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마라톤을 시작했죠."
오후 8시 반, 미용실 문을 닫고 집안일을 마치면 개천길로 나선다. 왕복 2.4km 구간을 다섯 번 오가며 12km를 달린다. 운동을 마치면 오후 10시, 씻고 정리하면 하루가 마무리된다. 다음 날 새벽 수영으로 이어지는 루틴이지만 그는 힘들지 않다고 했다.
"그냥 재미있어요. 수영이 오히려 몸을 풀어줘서 달리기에 도움이 돼요."
현재 기록은 10km 48분, 하프코스 1시간 49분, 풀코스는 4시간 8분대다. 그는 "기록 단축보다 꾸준히 달리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얻는다"고 했다.
산에서 배우는 꾸준함
토요일 새벽이면 장 원장은 석성산으로 향한다. 출근 전 짧게 오를 수 있는 산이다. "실내에서만 일하다 보니 산에 가면 정말 좋아요. 5~6년 다니니 하나도 안 힘들어요. 운동이라기보다는 힐링이에요." 그는 산행을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일주일 내내 반복되는 루틴 속에서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꾸준함은 성실함보다 습관에 가깝다. "작은 일이라도 마음먹으면 꾸준히 해야 보람이 있어요. 목표를 세워두면 열심히 하게 되고, 그 과정이 재미있어요." 그는 "생각만 하지 말고 몸으로 실천하라. 중간에 포기해도 괜찮다. 또 시작하면 되니까요"라고 조언했다.
평범하지만 특별한 하루
머리를 다듬는 일, 새벽마다 수영장 물을 가르는 일, 저녁마다 달리는 일, 주말이면 산을 오르는 일. 따로 놓고 보면 평범한 일상 같지만, 이 모든 것을 꾸준히 이어온 장 원장의 삶은 특별하다.
천리 주민들의 머리를 책임지는 '꼬까머리'는 단순한 미용실이 아니다. 정과 이야기가 흐르는 동네 사랑방이다. 원장의 손끝에서 누군가는 새 단장을 하고, 또 누군가는 삶의 활력을 얻는다.
"저는 그냥 매일 조금씩 움직이는 거예요. 특별한 비밀은 없어요. 꾸준히 하다 보니 달라진 거죠."
평범한 동네 미용실 원장이지만, 그의 꾸준한 일상은 어느새 특별한 이야기가 됐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새벽 수영, 저녁 러닝, 주말 등산… 운동 꾸준히 하는 저만의 비결은요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