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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5.10.10 18:32수정 2025.10.1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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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때 보이스피싱 주의 문자가 쏟아졌다. '내 아이 스마트폰에도 보이스피싱 문자가 들어올까?' 하는 걱정이 절로 들었다. 스마트폰 세대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느끼는 불안이다.

▲보이스피싱 주의 문자들 추석을 맞아, 보이스피싱 주의 문자가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고 있다.
이효진
최근 주변의 한 중학교 아이가 겪은 사건이 떠오른다. 지난 9월 초, 그 아이는 SNS를 통해 낯선 사람에게 DM 메시지를 받았다. 내용은 단순했지만, 위험했다.
"개인정보를 주면 용돈을 줄게."
아이의 나이는 만 12세. 상대방은 곧바로 답했다고 한다.
"너는 만 12세라서 정보를 사용할 수 없다. 만 14세 이상이어야 한다."
이에 친한 형과 상의 후 같이 용돈을 받기로 하고, 그 형의 개인정보를 주고 5만 원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몇 분 후, 낯선 사람은 또 20만 원을 보내며 "잘못 보냈으니 돌려 달라"며 SNS 홍보까지 부탁했다는 것이다. 요즘 SNS와 인터넷에는 "알려주면 선물 드려요", "참여하면 돈을 준다"는 이벤트 광고가 하루에도 수십 건 쏟아진다. 아이들은 결국 의심 없이 홍보 글까지 올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한 친구의 '이상하다'는 말을 듣고 심각성을 깨달은 아이는 바로 선생님과 부모님에게 알렸다. 이후 경찰서를 방문해 사건을 알리는 과정까지 진행된 것. 이 사건을 접했을 때, 나는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아이들을 보며, 부모로서 늘 게임과 유튜브 같은 것만 신경 써 왔다.
아이들까지 노리다니

▲ 스마트폰 '낯선 사람' 주의보
gaellemarcel on Unsplash
"그만 봐라, 공부 좀 해라"라는 훈계가 늘 중심이었고, 정작 낯선 이의 DM과 개인정보를 노리는 함정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것 같다. '설마 요즘처럼 똑똑한 아이들이 그러겠어?'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과거에는 길거리에서 낯선 사람을 조심시키는 데만 집중했다. 맛있는 간식을 준다고, 무거운 짐을 들어주겠다고 접근하는 낯선 사람을 경계하라고 반복해서 말했다. 그런데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 손 안의 작은 기기, 스마트폰 속에서도 언제든 낯선 이가 아이에게 손을 뻗을 수 있다. 현실은 더 섬세하고, 더 위험하다.
학교에서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생들에게 관련 교육을 강화했고, 학부모들에게도 안내문을 보냈다.
최근 청소년을 대상으로 SNS DM을 통해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이를 이용한 중고마켓 불법 거래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가정에서도 주의를 당부드립니다.
보이스피싱 피해는 똑똑한 사람이라고 해서 피해 가지 않는다고 한다. 누구나 당황스러운 순간에는 판단을 그르치고 덫에 걸려들 수 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안일한 믿음보다 "나도 당할 수 있다" "내 아이도 당할 수 있다"는 전제를 두고 아이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스마트폰은 아이들에게 공부할 때 사전 역할을 하기도 하고, 정보를 얻고, 음악을 즐기며, 친구들과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세상의 창이다. 정말 편리하고 유용한 도구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도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부모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나는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사건은 지난 9월 초에 일어났지만, 이제 10월이 된 시점에도 스마트폰을 쥐여주고 있는 부모로서 나는 여전히 마음이 혼란스럽다. 그리고 아이와 AI, 스마트폰을 둘러싼 끊임없는 소통과 교육을 이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스마트폰 세대를 키우는 부모로서, 이제는 길거리 안전만 강조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손안의 세상 속에서 벌어질 수 있는 수많은 위험을 알려주고, 아이 스스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 그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부모가 짊어져야 할 새로운 과제라는 생각이 깊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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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동안 방송작가로 활동했다. 제주MBC, 아리랑국제방송, 제주 TBN교통방송 등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했으며 현재는 아동문학 작가이자 글쓰기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이자 브런치 작가로 글을 쓰며, 유튜브 채널 '작가의식탁TV'를 통해 초·중등생의 글쓰기와 학습 성장을 돕는 교육 콘텐츠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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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이 개인 정보까지? '낯선 DM'을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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