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시인 파머스 마켓에서 방문자가 주는 주제로 즉석에서 시를 지어주고 있는 시인, kacper
이안수
캐나다 밴쿠버 시장 한복판, 손님의 마음을 읽는 '핑크 타자기' 시인. 읽다보면 타자기 소리가 정말 들려오는 듯합니다. 그가 받은 시제는 '10년간 나라 밖 생활을 위해 3년 전 한국을 떠나온 방랑자 부부'였습니다. 즉석에서 나온 그의 시 가운데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더이상 갈 곳이 없을 때까지
당신은, 오직
나의 사람이에요- Kacper"
시를 읽으며 '더이상 갈 곳이 없을 때'나, '언제든 갈 곳이 필요할 때' 우리가 찾는 시간들을 떠올려 봅니다. 그때 나눌 수 있는 가장 넉넉한 선물은 이처럼 사랑을 전하는 말 한 마디와 글 한 줄이 아닐까 생각도 해 봤습니다. 서로를 향한 애달픈 마음, 그 넉넉한 사랑.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사랑' 하면 떠오르는 작가를 꼽자면 저는 <토지>의 박경리 선생님이 떠오릅니다. 갓난아기 외손주의 잠든 얼굴을 세세히 그려낸 그림을 수줍게 소개하는 장면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본 기억도 납니다.
3년 전, 통영을 여행하다 박경리기념관에서 만난 그의 글귀에서 어렴풋이나마 작가의 지극한 '사랑론'도 배워볼 수 있었습니다. 그 문장을 나눕니다.
"사랑은 가장 순수하고 밀도 짙은 연민이에요, 연민.
불쌍한 것에 대한 연민. 허덕이고 못 먹는 것에 대한 설명 없는 아픔.
그것에 대해서 아파하는 마음이 가장 숭고한 사랑입니다.
사랑이 우리에게 있다면 길러주는 사랑을 하세요."
- <생명의 아픔> 박경리
간만에 맞이하는 긴 연휴, "밀도 짙은" 사랑을 듬뿍 담아 추석 인사를 마무리합니다. 스산한 계절이 오기 전에 든든하고 따뜻한 휴일로 기력을 보충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다가오는 만추, 11월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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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갈 곳이 없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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