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호한 AI 개념의 재점검이 필요하다
Nahrizul Kadri, Unsplash
반면 AI가 미래이고 AI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메시지는 간결하면서도 강력하다. AI라는 매혹적인 단어는 효율적인 도구, 전 인류의 번영, 나에게 맞춰주는 애인, 절대적 통제 등 수많은 것을 듣는 이의 마음에 소환한다.
AI는 세계관이요, 주문이다. 넓은 만큼 편리한 표현이다. 결과적으로 모두의 관심과 사회적 자원이 AI라는 깃발 쪽으로 몰려 가는 사이, 그 모호한 용어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는 기술자본의 의도에 상당 부분 달려 있게 된다.
한국 정부를 포함해 세계 전반적인 AI 정책 추세는 더 많은 AI 제품을 더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하고, 그러기 위해 더욱 많은 자원을 투입해 대규모 AI 모델을 만들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정말 그래야 하는지, 사회 구성원들이 기술과 주체적 관계를 맺기 위해서 기술을 어떤 규모로 어떻게 활용하는 게 적절한지에 관한 논의는 'AI 올인' 기조 속에서 실종되어 가고 있다.
AI 기술의 구축과 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에 대응하고, 전능한 AI(를 앞세운 기술자본과 국가권력)에 모든 것을 의탁하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필요한 적정 수준의 AI 기술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AI'라는 용어 자체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AI라고 부르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AI 적정 작명을 위한 제안
이러한 재점검 작업을 위해 세 가지 전략을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AI에 관한 비판적 리터러시를 확보하는 일이다. AI 및 연관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특히 그것이 여러 의미적 층위에서 다양한 사회적 맥락과 어떻게 연결되어 작용하는지를 인식해야 한다.
앞서 번거로운 작업이라고 말했지만 이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작업이기도 하다. 챗GPT 활용법에만 국한되는 도구적 리터러시를 넘어, AI 기술의 기본적인 작동 원리부터 현재와 같은 AI 시스템들이 작동하는 데 필요한 물질적 및 비물질적 인프라, 그리고 AI 시스템의 활용이 사회 각 영역에서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에 관해 이해하고 시민으로서 바람직한 태도를 취하기 위한 노력이 요청된다.
다음으로는 AI 관련 용어를 바꿔 부르거나, 적절한 비유를 개발하여 기존의 용어를 대체하거나 전유하는 일이다. 이는 AI라는 용어를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라 AI라는 용어에 딸려 오는 '불가피성'의 이미지를 걷어내고, 그것이 은폐하거나 왜곡하는 여러 속성을 새롭게 호명하는 작업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광물과 에너지를 재료로 다종다양한 노동을 투입하여 만든 노동 지능"이라는 지적(김성우, <인공지능은 나의 읽기-쓰기를 어떻게 바꿀까>, 유유, 2024)이나 "지능 및 학습 같은 개념에 결부된 의인화를 배격하고 기술적 작동 원리에 주목하여 응용 통계"라고 부르자는 제안(Madhumita Murgia, Sci-fi writer Ted Chiang: The machines we have now are not conscious, <Financial Times>, 2023.6.2)이 여기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AI를 '사회적'으로 논의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는 앞서 언급한 AI를 긍정적으로 호명하는 것은 간편하지만 그것을 비판적으로 논의하는 일은 번거롭다는 지적과 연결된다. AI를 맹신하지 않고 사회로서 AI와 적절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AI 기술 자체에 관한 논의뿐 아니라 우리가 사회로서 어떤 가치와 방향성을 추구해야 하는지에 관한 논의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바꿔 말하자면 AI에 관한 논의가 AI라는 개념 자체의 모호함을 둘러싼 소모적인 갑론을박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비판적 논의를 결집할 수 있는 분명한 키워드를 AI와 독립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노동 담론으로서의 AI, 젠더 담론으로서의 AI, 생태 담론으로서의 AI 등 각 논의를 결집하려는 노력이 요청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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