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국 이주민이 백령도 사곶해변에서 해양쓰레기를 줍는 이유

이주민이 만난 서해, 백령도, 천안함… 국토탐방 동행기

등록 2025.09.01 10:40수정 2025.09.0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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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령도로 향하는 뱃길은 험난했다. 너울성 파도는 아무리 큰 배라도 선체를 들었다 내렸다 했다. 그래도 여행은 즐겁다.
백령도로 향하는 뱃길은 험난했다. 너울성 파도는 아무리 큰 배라도 선체를 들었다 내렸다 했다. 그래도 여행은 즐겁다. 정재현

백령도로 향하는 뱃길은 험난했다. 너울성 파도는 아무리 큰 배라도 선체를 들었다 내렸다 했다. 너울성 파도란 '멀리서 시작돼 바람 없는 맑은 날에도 갑자기 해안가를 덮치는 위험한 파도'를 뜻한다. "여기요!" 소리와 함께 선실 안 사람들이 손을 들어 선원을 불렀다. '위생봉투'를 찾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국적 불문, 승선자 대부분은 멀미에 시달렸다.

너울성 파도와 위생봉투

견디는 방식은 제각각이었다. 토하거나 바닥에 눕거나, 먼바다를 보며 서 있거나,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 등 모두 멀미를 견디는 각자의 방법이었다.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듯했지만, 늘 그렇듯 시간이 지나면 목적지에 도착한다. 심청이 몸을 던졌다는 인당수 인근 소청도와 대청도를 거치며 너울성 파도는 사라지고 바다는 평온한 장판처럼 변했다.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서해 최북단 백령도까지 소요 시간은 4시간. 오전 8시 30분, 쾌속선 '코리아 프라이드' 호에 몸을 실었다. 직선거리로는 2시간이면 충분하지만, 북한 영토를 우회해 인천에서 북서쪽 공해로 나아간 후 백령도로 향하기 때문에 실제 이동 시간은 두 배로 길어진다. 백령도는 북한과 약 10km 거리라 육안으로도 북한이나 중국 배가 보였다.

멀미 끝에 백령도에 도착해 첫 점심. 다행히 '뷔페식 한식당'이었다. 이슬람교도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기에, 골라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나온 것이 다행이었다. 주인장의 배려도 고마웠다. 돼지고기 불고기를 못 먹는 이슬람교도를 위해 계란 프라이를 내놓았다. 이어지는 음식 선택도 배려가 깊었다. 저녁에는 자연산 놀래미회를 준비했고, 오는 날 점심에는 백령도 특산물인 까나리액젓으로 간을 하는 평양냉면집 '사곶냉면'을 찾았다.

 사실 해양쓰레기를 잠깐 줍는, 흉내만 내고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하얗고 넓은 백사장에 해양쓰레기가 너무 많았다. 중국에서 온 물병, 소형 냉장고, 배에서 쓸법한 천막 등 온갖 해양쓰레기가 일행의 발길을 붙잡았다. 결국 1시간 넘도록 해양쓰레기와 사투를 벌였다.
사실 해양쓰레기를 잠깐 줍는, 흉내만 내고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하얗고 넓은 백사장에 해양쓰레기가 너무 많았다. 중국에서 온 물병, 소형 냉장고, 배에서 쓸법한 천막 등 온갖 해양쓰레기가 일행의 발길을 붙잡았다. 결국 1시간 넘도록 해양쓰레기와 사투를 벌였다. 정재현

이주민들, 천연기념물인 백령도 사곶해변에서 해양쓰레기 줍다

이제 본격적인 국토탐방이 시작됐다. 이곳은 이탈리아 나폴리와 함께 세계에서 단 두 곳뿐인 천연 비행장으로 유명하다. 천연 비행장으로 쓰인 백령도 사곶해변(천연기념물 391호)은 폭 200m에 길이 약 2~3km로 펼쳐진 특별한 모래사장이다. 모래 입자가 매우 작고 균일하며 수분을 머금어 콘크리트처럼 단단하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비상 활주로로 활용되기도 했다. 이곳도 해양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8월 29일 오후 2시, 섭씨 32도가 넘는 땡볕이었다. 양산도 선글라스도 특별한 작업 도구도 없이 작업용 장갑 하나만 낀 이주민 21명과 내국인 10명이 백령도 사곶해변 백사장으로 들어섰다. 눈으로 즐긴 시원한 바다 구경은 '잠깐'이었다. 멀리서 보이는 내국인 관광객들은 물속에서 해수욕을 즐겼다.

사실 해양쓰레기를 잠깐 줍는, 흉내만 내고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하얗고 넓은 백사장에 해양쓰레기가 너무 많았다. 중국에서 온 물병, 소형 냉장고, 배에서 쓸법한 천막 등 온갖 해양쓰레기가 일행의 발길을 붙잡았다. 결국 1시간 넘도록 해양쓰레기와 사투를 벌였다. 1인당 대형봉투 한 개에 최소 20kg 이상씩 수거했다. 모두 30여 명이 참여했으니 전체를 모으면 약 600kg에 달했다. 결국 이국에서 한국에 온 이들의 얼굴은 잘 떨어지지 않는 고운 모래와 땀으로 뒤범벅이 됐다.


이들은 29일과 30일 이틀에 걸쳐 백령도의 명소와 현대사에 큰 의미가 담긴 곳을 둘러보았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만들어진 지하 대피소, 몽돌보다 작은 돌이 가득한 콩돌해안(천연기념물 392호)을 걸었다. 심청이 물에 빠진 인당수가 보이는 심청각에서 북한의 장산곶과 중국·북한 배를 보았고, 남북 사이를 한가롭게 오가며 노는 천연기념물 331호 물범도 만났다.

 마지막으로 2010년 일어났던 천안함 피격 현장과 위령탑도 찾았다. 당시 천안함 피격으로 운명을 달리한 천안함 승조원 ‘46용사’의 얼굴이 조각된 천안함 위령탑에서 참석자들은 묵념과 함께 국화를 올려놓으며 추모했다.
마지막으로 2010년 일어났던 천안함 피격 현장과 위령탑도 찾았다. 당시 천안함 피격으로 운명을 달리한 천안함 승조원 ‘46용사’의 얼굴이 조각된 천안함 위령탑에서 참석자들은 묵념과 함께 국화를 올려놓으며 추모했다. 정재현

이주민들, 천안함 승조원 '46용사' 추모

마지막으로 2010년 일어났던 천안함 피격 현장과 위령탑도 찾았다. 당시 천안함 피격으로 운명을 달리한 천안함 승조원 '46용사'의 얼굴이 조각된 천안함 위령탑에서 참석자들은 묵념과 함께 국화를 올려놓으며 추모했다.

그렇다면 여기에 온 이들은 누구일까? 원래 국적별로 보면 방글라데시 박인수 씨 등 2명, 필리핀 니코 씨 등 3명, 미얀마 출신으로 곧 결혼한다는 김아무개씨 등 3명, 부천에 사는 일본 출신 결혼이민자 고야마 아케미 씨 등 3명, 중국 출신 결혼이민자 김춘하 씨 등 2명.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마르지아 씨, 베트남 출신 결혼이민자 이윤정 씨, 몽골 출신 결혼이민자 밤바체렝 씨 등 2명, 고려인 3세로 러시아에서 온 아미라 씨 부부와 생후 4개월 갓난아이, 태국과 호주, 카자흐스탄, 대만 출신 이민자도 동행했다.

전체 참석 이민자는 인천출입국·외국인청(청장 송소영)에서 각 나라 통역 자원봉사를 하는 이민자 네트워크, 부천시 외국인주민지원센터 이민자, 재정착 난민, 외국인 노동자 등이다. 2015년에는 카렌족 일부가 '대한민국 제2호 재정착 난민'으로 입국해 한국에서 살고 있는 김근영 씨 등도 국토탐방에 동참했다. 참고로 이들은 부천의 한 공장에 다닌다.

미얀마 내 소수민족인 카렌족(Karen)은 미얀마 남부 지역과 태국 국경 지역에 주로 거주한다. 미얀마에서 가장 고질적인 종족 분쟁의 중심에 있는 소수민족으로, 미얀마 정부군의 반군 토벌을 피해 국경을 넘어 난민이 된 경우가 많다.

이번 국토탐방에는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마르지아 씨도 포함돼 있다. 2021년 8월 한국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391명을 한국으로 데려왔다. 이들은 한국 정부의 아프가니스탄 현지 협력 사업에 참여했던 인원들과 그 가족들이었다. 그들의 백령도 탐방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국토 탐방 경비는 이주민 참가자는 아주 소액을 냈고, 내국인 참가자가 개인 여비 전액을 내고, 후원까지 보탰다. 그리고 전체 비용에서 모자란 비용은 김현기 회장이 전액 부담했다. 참석자 전원에게 나눠준 백령도에서 자란 청정 돌미역과 다시마 선물 세트 비용도 김 회장의 몫이었다.
국토 탐방 경비는 이주민 참가자는 아주 소액을 냈고, 내국인 참가자가 개인 여비 전액을 내고, 후원까지 보탰다. 그리고 전체 비용에서 모자란 비용은 김현기 회장이 전액 부담했다. 참석자 전원에게 나눠준 백령도에서 자란 청정 돌미역과 다시마 선물 세트 비용도 김 회장의 몫이었다. 정재현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마르지아 씨 한국 이야기

"고향을 떠나던 그날은 많은 두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 도착한 순간부터 모든 두려움을 뒤로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다짐했다. 한국은 아름다운 나라이고 국민들은 매우 성실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한국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과거에 겪었던 고난과 어려움을 알았다. 지금 이 나라의 국민들이 평화롭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진심으로 기쁘고 감동했다. 나는 항상 한국과 전 세계가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 되기를, 그리고 국민들이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기도한다."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마르지아 씨의 소감이다. 또한 그는 "이번 백령도 국토탐방은 저에게 매우 특별하고 놀라운 경험이었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직접 볼 수 있어서 감사했다. 나도 언젠가 이 사회에 꼭 필요한, 그리고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인천 김 씨'의 시조인 김춘하 씨는 중국에서 건너와 귀화한 지 22년 된 한국 국적자다. 김 씨는 "백령도가 비록 지도상 대한민국 땅이지만 북한과 가까운데 교류하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깝다. 귀화 당시 본관을 적으라고 해서 지금은 '인천 김 씨'로 등록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인천 김 씨로 살아가며 이 땅의 의미를 되새기는 중이다. 참고로 부천시 원미구 원미동에 사는 방글라데시 출신 박인수 씨는 '부천 박 씨'의 시조다.

'부천 박 씨' 시조가 백령도에서 만난 분단

호주 출신 이유진 씨는 인천출입국사무소에서 예쁜 봉사자를 보고 자신도 봉사자가 된 경우다. 호주에서 20년간 간호사로 살다가 아버지 간병을 위해 귀국한 그는 "거소증 내러 갔다가 싱글벙글 웃는 봉사자 언니들을 보고 '나도 저분들처럼 봉사하고 싶다'는 마음에 봉사하게 되었다"라고 전했다.

러시아에서 온 아미라 씨는 고려인 할아버지의 고향인 대한민국에 왔다. 생후 4개월 된 갓난아이를 데리고 백령도에 온 그는 외할아버지가 고려인이다. 그는 "할아버지가 고려인이라 제가 F-4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함께 온 카자흐스탄 출신 남편이 10년 동안 불법체류자로 힘들게 살았는데, 결혼하면서 이젠 합법적으로 한국에서 살 수 있게 됐다"라며 기적 같은 사연을 공개했다.

몽골 출신 밤바체렝 씨는 "몽골은 바다는 없지만 맑고 큰 호수들이 많다. 이번에 처음으로 배를 탔고, 멀미를 걱정했지만 잘 견뎠다. 첫 장거리 배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와서 너무 기쁘다. 우리 모두에게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과 깊은 인상을 남겼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넓은 대륙을 품은 몽골인에게 바다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번 행사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없이 순수 민간의 힘으로 이뤄졌다. 행사를 주관·후원한 곳은 인천출입국·외국인청 사회통합협의회였다. 백령도 국토탐방에는 김현기 회장을 비롯해 명품울릉투어 채보근 부회장, 송춘영 부회장, 박영자 위원, 최영욱 위원, 박미숙 선문대학교 교수, 공직자인 인천출입국·외국인청 이민통합지원센터 신유나 계장 등이 함께했다.
이번 행사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없이 순수 민간의 힘으로 이뤄졌다. 행사를 주관·후원한 곳은 인천출입국·외국인청 사회통합협의회였다. 백령도 국토탐방에는 김현기 회장을 비롯해 명품울릉투어 채보근 부회장, 송춘영 부회장, 박영자 위원, 최영욱 위원, 박미숙 선문대학교 교수, 공직자인 인천출입국·외국인청 이민통합지원센터 신유나 계장 등이 함께했다. 정재현

순수 민간의 힘으로 이뤄진 백령도 탐방

이번 행사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없이 순수 민간의 힘으로 이뤄졌다. 행사를 주관·후원한 곳은 인천출입국·외국인청 사회통합협의회였다. 백령도 국토탐방에는 김현기 회장을 비롯해 명품울릉투어 채보근 부회장, 송춘영 부회장, 박영자 위원, 최영욱 위원, 박미숙 선문대학교 교수, 공직자인 인천출입국·외국인청 이민통합지원센터 신유나 계장 등이 함께했다.

이번 국토 탐방 경비는 이주민 참가자는 아주 소액을 냈고, 내국인 참가자가 개인 여비 전액을 내고, 후원까지 보탰다. 그리고 전체 비용에서 모자란 비용은 김 회장이 전액 부담했다. 참석자 전원에게 나눠준 백령도에서 자란 청정 돌미역과 다시마 선물 세트 비용도 김 회장의 몫이었다.

사회통합협의회 위원 박미숙 교수는 이주민 관련 연구를 오랫동안 해온 전문가다. 그는 "이주민과의 소통이나 정책 연구에 늘 몰두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백령도 바다 노을을 보니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연을 만끽하고 싶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한국 출생 대만 화교 송춘영 사회통합협의회 부회장은 성공적인 면세점 사업가로 이주민 고용에 적극적이다. "함께 일하고 싶은 외국인 판매원이 있다면 언제든 채용을 돕겠다"라고 제안했다.

그동안 협의회는 2016년부터 이민자 국토탐방 행사를 진행했으며, 그간 독도 울릉도 2회, 중국 단동에서 신의주 등지를 탐방했고, 향후 국토 최남단 마라도, 해남 땅끝마을 등을 방문해 우리 국토의 소중함을 알릴 계획이다.

다음은 이번 행사를 주관한 김현기 회장의 '자기 고백(경험담)'이다. 김 회장은 "오래전 미얀마 카렌족 난민들과 인연을 맺고 직접 고용했다. 자본주의에 적응하는 법이 부족했다. 하지만 꾸준히 일과 기술을 가르친 결과, 과거 '일머리 없던' 직원들이 이제는 '베스트 엔지니어'로 성장했다. 이주민들이 단순히 육체노동에만 머무르지 않고 기술적인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지금도 이주민과 선주민을 차별하지 않고 모든 직원에게 공정하게 대우하며,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 내 경영 원칙이다"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천뉴스에도 실립니다.
#백령도 #인천출입국 #이주민 #사회통합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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