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암미술관 희원
전사랑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30여 년간 수집한 한국 미술을 대중에 공개하기 위해 1982년 설립한 호암미술관은 개관 15주년을 맞이해 '밝고 환한 정원'이라는 뜻인 '희원'을 조성했다. 희원의 독특한 점은 한국식 정원을 구현해 내었다는 것. 인위적으로 깎고 다듬어 만든 정원과 달리 주변의 자연 경관과 정자, 물, 꽃나무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것이 한국식 정원의 특징이다. 특히 희원의 여름은 푸릇푸릇 한 녹지와 장마철인 6~7월이 절정인 연못에 피어난 연꽃, 그리고 장 미셸 오토니에 작품이 어우러진 풍경으로 '밝고 환하게' 관람객을 맞는다.
미술관 '오픈런'의 기쁨
요즘 미술관을 다니다 보면 수많은 인파에 놀란다. 조금이라도 '핫한' 전시로 소문이 나면 점심시간만 가까워져도 사람들로 붐빈다. 예약이 필요한 전시라면 부지런하게 준비해야 볼 수 있을 정도다. '열 맞춰' 움직이며 작품을 감상하고 싶지 않다면 미술관 개관 시간에 맞춰 들어가는 것이 쾌적한 관람을 위해 필수다.
여기서 팁 하나. '오픈런'으로 들어간 뒤 나는 서둘러 전시 관람 방향에 따라 서둘러 한번 훑은 다음 필요한 사진을 찍은 뒤, 전시의 하이라이트 작품을 완전한 고독 속에서 감상한다. 나 홀로 작품과 있는 오붓한 시간 속에서 더 깊게 작품을 볼 수 있다. 눈치 안 보고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있는 것은 덤이다. 그리고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와 재관람한다. 이 지점에서는 관람객들의 반응을 살핀다. 관람객의 만족도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조건 유명하거나 언론에서 많이 다뤄졌다고 해서 관람객의 반응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홍보는 덜 되었지만 관람객들이 떠나고 싶지 않은 듯 오래 머무른 전시도 있었다. 지난 기사에서 다뤘던 안소니 맥콜과 앨리스 달튼 브라운, 니콜라스 파티의 전시가 그랬다(관련 기사 :
"38살은 불가능" 소리 들었지만 86세에도 그림 그리는 화가)
이 전시들의 공통점은 모두 작가의 개인전이었고, 작가가 구축한 세계관 안에서 끊임없이 다양한 시도를 해 왔다는 점이었다. 작가의 다채로운 세계 속에 흠뻑 빠져서 유유히 나올 때면, 그 어떤 여행보다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나온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많은 인파에 휩쓸려 다니다 보면 그 감동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기대되는 전시일수록, 부지런해지자.
예술로 물드는 여름 밤
미술관 오전 '오픈런'도 좋지만 광화문, 청계천, 경복궁 일대에서 느끼는 여름 밤도 못지않게 아름답다. 미술관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도시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예술 작품은 도시에 다양한 색채를 입힌다. 이제는 청계천 입구에 설치된 클래스 올덴버그의 <스프링>은 작품이 설치된 2005년 당시에 340만 달러가 사용된 것(KT 전액 부담), 그리고 해외 스타작가를 공공 미술에 기용하는 것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청계천의 상징이 되었다.

▲ 이제는 청계천의 상징물이 된 <스프링>, 클래스 올덴버그
전사랑
당시에는 청계천의 장소적 의미를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대량 생산된 아이스크림 콘, 햄버거, 빨래집게, 재떨이 등을 압도적인 크기로 만들어 온 올덴버그의 팝아트 작품 세계에 비하면, 청계천이 시민들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형상화했다고 할 수 있다.
청계천을 지나 광화문 광장으로 걸어가면 도심 속 야간 미디어 아트 플랫폼 '아틀리에 광화', '해치마당 미디어 월' 등이 서울로 미디어 캔버스에서 광화문 여름 밤을 예술로 환하게 밝혀 준다.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오는 9월 19일까지 계속된다. 주로 한국의 근·현대 화가들의 작품을 대형 스크린에 투사해 여름밤을 밝힌다.한국의 예술로 도시 곳곳을 밝힌 작품들을 산책하듯 감상하며 예술적인 여름 밤을 누려보자.

▲ 세종문화회관 외벽에 설치된 미디어 아트. 장욱진의 <나룻배>, 1951.
전혜빈
[여름 미술관 나들이 정보]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서울 종로구 삼청로 30 / 화~일 10:00~18:00(수·토 21:00까지)
- 호암미술관, 희원: 경기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에버랜드로 562 / 3호선 수서역→버스 환승 약 1시간 30분
-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경기 양주시 장흥면 권율로 211 / 여름철 계곡 물놀이 가능
- 광화문 미디어 아트: 서울 광화문광장·청계천 일대 / 오는 9월 19일까지, 오후 6시~11시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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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학을 공부하러 영국에 갔다 미술에 빠져서 돌아왔다. 이후 미술사를 전공하고 미술에 관련한 글을 쓰고 있다.
srjun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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