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이 방학에도 쓰고야 마는, 나는 웹소설 작가입니다

글이 막힐 때, 끝까지 붙드는 두 가지... 음악, 그리고 사랑이라는 가치관

등록 2025.07.21 16:41수정 2025.07.2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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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웹소설 작가다
▲나는 웹소설 작가다 kaitlynbaker on Unsplash
나는 웹소설 작가다. 그것도 로맨스 장르에서 7년간 7권의 전자책을 출간한 작가다. 어릴 때부터 로맨스를 좋아했고, 감동적인 로맨스를 접할 때마다 나만의 로맨스를 쓰고 싶은 충동에 늘 사로잡히곤 했다.

물론 세 아이 육아 정점인 10년간은 일기 외 다른 글을 쓰지 않았다. 나에게 생사화복이 달려있는 자그마한 존재가 세상에 나타났는데, 그 아이를 잠시 잊고, 내가 만든 세계에 빠져있다 오는 것은 내 성정으로는 용납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나는 자는 동안에도, 깨어 있는 동안에도 늘 아이에게만 집중된 하루를 보내곤 했다.


막내 아이 두돌 지나고, 다시 찾아온 나만의 시간

그래서 세상 문화에는 문외한이던 시절이었다. TV를 보아도 뽀로로와 번개맨, 또봇, 레이디버그 등 아이들 프로그램이 전부였다. 아이의 것이 아닌 나의 것을 보고 싶은 마음으로 일탈하듯 본 것이 '명탐정 코난'이었고, 그마저도 두려워 떠는 아이들 때문에 도중에 시청을 멈춰야 했다.

그러다 막내 아이가 두 돌이 지나고 배변 훈련이 끝났을 때, 어린이집에 들어가게 되었다. 10년 만에 처음으로 나만의 시간이 생겼다. 동시에 웹문학 시장을 알게 되었다. 만화책을 좋아하고 소설책을 좋아하고, 이야기 짓기를 좋아했던 나에게 웹소설의 세계는 놀랍고도 신기하면서 굉장히 짜릿한 공간이었다.

마음 속에 갖가지 서사들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지나가다 나무 한 그루를 보아도, 하늘에 떠가는 조각 구름을 보아도, 흘러가는 음악 한 소절을 들어도, 감동적인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아도, 내 안에는 당장 꿰어달라는 이야기 구슬들이 알알이 쌓이기 시작했다.

내 안에 들어찬 서사가 많을수록 그것을 글로 풀어내는 것은 극한 쾌감과도 같다. 주로 경험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가미해 쓰는 글들이라 거의 막힘없이 써냈던 것 같다. 당장 다음의 이야기가 떠올랐는데, 아이들을 먹여야 하고, 씻겨야 하고, 재워야 하느라 쓰지 못했던 시간에 발만 동동 굴렀던 기억이 난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떠오르는 서사가 부족해서 집필에 애를 먹고 있다. 우려낼 경험이 바닥난 것일까, 글 쓰는 스타일이 달라져서일까? 7번 출간하는 동안 맞춤법에 대해 예민해진 탓일까? 아이들이 많이 컸고, 시간적 여유가 생긴 것에 오히려 마음이 느슨해진 탓일까? 소설 말고도 에세이를 쓰면서 못지않은 즐거움을 누려서일까?

이런저런 이유를 많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 가장 큰 이유는 그토록 활활 불타올랐던 연애 세포가 많이 죽어버린 탓인 것 같다. 난 연애를 한 지 너무 오래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편과 연애하듯 살고 있다고 자부하며 그 감정을 늘 글을 쓸 때 녹여내곤 했는데, 어떡하나... 나 정말 갱년기라는 피해갈 수 없는 시기에 도달하고 있는 모양이다.


글 침체기 극복법... 나는 한 번도 '쓰기'를 포기한 적이 없다

그렇다면 이제 로맨스 소설을 그만 써야 할까? 하지만 포기하기에는 그 쾌감이 너무도 그립다. 또한 연애 세포가 모두 죽어버렸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왜냐하면 나는 여전히 로맨스 소재의 드라마와 웹툰과 영화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물론 클리셰 범벅인 작품은 이제 사절이다. 사랑 예찬론자, 연애 예찬론자이지만 대책 없는 사랑, 또는 누군가에게 폐를 끼칠 것만 같은 무조건적인 사랑에는 회의적인 시선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보다만 드라마가 쌓여가고 있고,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다루고, 사랑에도 책임과 여운이 함께 녹아 있는 작품을 애청한다.

어쩌면 나의 눈이 너무 높아진 건지도 모르겠다. 시류를 따라가야 웹문학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텐데, 도무지 내 문장의 정갈함을 포기하지 못하겠다. 물론, 성공하지 못한 무명의 작가의 변명일 수 있을 테지만.

 글쓰기가 막힐 때 필요한 음악
글쓰기가 막힐 때 필요한 음악 blocks on Unsplash

글의 침체기를 극복할 만한 나만의 방법은 물론 있다. 음악을 듣는다. 누군가의 로맨스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런 면에서 현재 함께 한 달 글쓰기를 하는 동료들의 이야기는 나의 서사 주머니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것이 흔히 말하는 '인풋'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감정을 놓치지 않는 것, 인생에 있어 사랑이 필수라는 가치관을 붙드는 것, 최소한 이 두 가지가 갖춰지면 글은 쓸 수 있다.

세 아이가 방학을 맞이했다. 식사를 챙기느라 꽤 많은 시간이 소비되고, 일상의 대화가 집중을 방해하지만, 나는 쓸 수 있다. 지금도 쓰고 있다. 한 문장 쓰고 엉덩이를 떼야 하는 순간이 반복될 때, 짜증 게이지가 높아지기는 하겠지만, 어찌 되었든 쓰고야 만다.

글의 퀄리티는 우선 뒷전이다. 우선 원하는 만큼의 분량이 써지면, 퇴고의 시간에 원하는 만큼 다듬어 버리면 된다. 나는 한 번도 쓰기를 포기한 적이 없다. 쓰지 못한 10년이 아깝지만, 지금 이렇게 쓰고 있으니 그걸로 됐다. 10년의 쓰지 못했던 나날을 메울 만큼 더 많이 써서 만회하면 되지, 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페이스북과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립니다.
#웹소설작가의고민 #중년작가의고백 #로맨스를쓴다는것 #음악을듣는다 #누구가의이야기에귀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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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평범한 주부. 7권의 웹소설 e북 출간 경력 있음. 현재 '쓰고뱉다'라는 글쓰기 공동체에서 '쓰니신나'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음.


톡톡 6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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