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pen AI의 챗지피티와 대화한 내용
정누리
동네 상권으로 눈을 돌리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소식을 듣고 나서, 나의 달리기 훈련에도 변화가 생겼다. 요 며칠 뛰는 속도를 줄이고 주변 가게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입구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스티커가 붙어있는 가게들도 찬찬히 찾아봤다. 사용 대상이 대형마트가 아닌 소상공인인 만큼, 내 발로 뛰어다니는 것이 가장 정확한 정보였다.
우리 동네에 옷가게가 이렇게 많았던가, 또 체인점이 아닌 음식점들이 이리도 많았던가. 정신 없이 뛰다 보니 우리 집에서 7km 정도 떨어져 있는 중소 아울렛까지 와버렸다. 10년 전 대형 백화점이 들어오면서 시위가 떠들썩했던 곳이다. 백화점 내에 아울렛과 중복되는 브랜드를 입점시키지 않는 등 상생을 약속하면서 간신히 살아남은 기억이 있다. 몇 년 전 경기도 청년기본소득으로 아빠 정장을 한 벌 맞춰드렸던 가게도 여전히 있다.
손목에 찬 스마트 워치가 7km 뛰었음을 알린다. 사실 이 워치도 청년복지포인트로 샀다. 생각해보면 복지 정책의 혜택으로 마련한 것들이 내 생활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복지 포인트나 청년기본소득 같은 정책도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이렇게 개인의 생활에 남는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점이 새삼 크게 느껴진다.
아울렛을 반환점으로 삼아 다시 집으로 향한다. 오는 길에 작은 동물병원이 보인다. 우리 집 반려견 초코의 미용을 맡기는 곳이다. 엄마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이곳에 쓸 생각이다. 이 동물병원은 우리에게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해 15살 노견이던 마루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처음 집에 올 때 셋째였던 초코는 어느덧 외동 강아지가 되어버렸다.
마루는 우리를 떠나기 전까지 이 동물병원에서 털을 깎았다. 사실 나이든 강아지는 아무 곳에 미용을 맡기기도 어렵다.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잘못 건드렸다가 다치면 문제가 크기 때문이다. 쉽사리 받아주지 않는 마루를 오로지 이곳에서만 맡아주셨다. 신기하게도 경계심 강하던 마루는 이 미용사 선생님에게만 얌전하게 몸을 맡기고 왔었다. 익숙한 손길이 좋았던 것일까.
어느 순간 마루가 보이지 않아도 미용사 선생님은 굳이 이유를 묻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혼자 오는 초코의 머리만 더욱 쓰다듬어 주실 뿐이었다. 이 작은 동물병원은 대형 병원과 겹치지 않는 어떤 특수성이 있다. 엄마가 이곳에서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쓰는 것은, 대체 불가능한 손길을 지닌 그들이 오래 우리의 곁에 있어주길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
친구들도 민생지원금을 어디에 쓸지 말하느라 메신저 창이 떠들썩하다. 이것도 되는지, 저것도 되는지 묻는 친구들도 있다. 이에 바로 대답해주는, 지원금에 바삭한 친구들도 있다. 예상한 것보다 훨씬 다채로운 사용법들이 들린다. 한 친구는 수영이나 테니스 등 배우고 싶던 운동을 등록할 것이라 한다. 어떤 친구는 부모님 돋보기 안경을 새로 맞춰드릴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도 안경점 매출이 66% 급증하기도 했다.
이외에 침구류, 소품숍, 소고기 외식 등 구체적인 목표들이 많다. 처음에는 대형마트나 쿠팡·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 온라인 마켓에서 쓸 수 없다는 것이 불만이기도 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에서 쓸 수가 없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를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 제약 덕에 여태까지 미뤘던 소소한 소비에 눈을 돌릴 수 있다. 손님의 방문을 기다리는 작은 동네 상권들과 눈이 마주친다.
인생의 궤적을 바꾸는 정책

▲ 민생회복 소비쿠폰 1차 신청 첫날일 21일 인천 미추홀구 숭의1·3동 행정복지센터에서 한 시민이 신청한 선불카드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2년 전 처음 러닝화를 신은 순간을 기억한다. 신발의 개념이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내 발을 감싸는 용도에 그칠 줄 알았던 쿠션화가 날 주도적으로 밀고 당겨준다. 무릎도 관절도 아프지 않다.
삶도 마찬가지다. 민생을 달리는 시민이 있다면, 그 뒤에서 함께 호흡하는 정부가 있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시민은 더 긴 거리를 뛰고, 나아가지 못하던 곳에 다다를 수 있다. 좋은 신발이 한 사람의 거리를 바꾸듯 정책도 누군가의 인생 궤적을 바꾼다. 과거의 내가 받은 투자를 미래의 내가 돌려준다면, 그것을 과연 단순히 포퓰리즘 정책이라 할 수 있을까.
이제는 헌 운동화에서 새 운동화로 갈아 신을 때다. 챗지피티의 말처럼, 이제는 헌 운동화에게 명예로운 은퇴식을 해줘야겠다. 심심한 인사를 건넨다. "너 없었으면 여기까지 못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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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 못 바꾸던 낡은 러닝화, 소비쿠폰 나와서 '은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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