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향해 달려가는 구급차 힘들 때 손 내밀 수 있는 사회체계가 참 위로가 됩니다
픽사베이
구급 대원의 목소리에 버티고 있던 어깨가 자꾸만 흔들리려 했다. 누군가를 의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토록 힘이 될 줄이야. 어찌할 바 몰라 주저앉고 싶은 이 순간에, 나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다행히 구급 대원이 도착했을 때, 아이의 피가 얼추 멈추었다. 40여 분의 시간이 너무도 길게 느껴졌다. 아직 완전히 멈추지 않은 피를 위해, 구급 대원이 단단한 솜 마개를 만들어 꽂아 주었다. 그리고 이런저런 친절한 안내를 해주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있으면 지혈을 위해 코를 지지는 시술을 할 수도 있단다. 듣기만 해도 섬뜩한 그 일이 제발 일어나지 않기를 얼마나 간절히 기도했는지 모른다.
"엄마, 나 학교 갈래."
구급 대원이 모든 친절을 베풀고 돌아가자마자, 아이가 한 말은 그 말이었다. 나는 웃어주었다. 피를 많이 흘려서 어지러울 수 있으니, 집에서 하루 쉬었으면 하는 마음이 컸지만,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었다.
"선생님, 아이의 피가 이제 멎었어요. 우선은 학교를 보내는데, 행여 힘들어하거들랑 연락 부탁드릴게요."
"네, 피가 멈췄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보내주세요. 제가 잘 지켜보겠습니다."
언제나 엄마와 같은 결의 마음으로 아이를 돌아봐 주시는 선생님께 참 감사했다. 또한 여차하면 아이를 데리러 갈 수 있는 곳에 내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게 여겨졌다. 그때, 워킹맘들의 심리적, 육체적 고충도 돌아보며 공감할 수 있었다. 감사하게도 아이는 학교 일과를 무사히 마쳤고, 데리러 간 엄마에게 함박웃음을 지어 주었다.
고등학생이 된 지금도 드물지만, 오늘 아침처럼 가끔 코피가 난다. 핏자국을 발견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흔적이 남았을 때는 알기라도 하지만, 굳이 말하지 않은 다른 날에 또 얼마나 피를 흘렸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는 제법 의연하다. 피가 많이 나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자기가 알아서 잘 치웠으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한다.
이만큼 성장한 것, 이만큼 좋아진 것 모두 감사할 것뿐이다. 아이는 특별히 성적이 뛰어나거나, 어떤 재능이 남달라서 미래가 보장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아이는 아니다. 조금 더 성적에 신경을 써 보자고 가끔 아이를 타이르기도 하지만, 그 일로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일은 없다. 왜냐하면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있는 것 자체가 저 아이로서는 기적이니까.
'여름' 하면 피 냄새를 잊을 수 없다. 어찌할 바를 몰라 하염없이 떨리던 그 순간, 손을 내밀 수 있는 사회 체계가 참 감사하다. 구급 대원의 도움의 손길이 큰 힘이 되었던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작게나마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삶을 살아내고 싶다.
무더위가 파도처럼 밀려오고, 습한 기운이 온 마음을 눅눅히 적셔 버리는 계절, 그 피 냄새에 대한 기억은 나에게 두려움과 동시에 감사의 감정을 안게 한다. 어두울수록 빛은 밝게 빛난다고 했던가. 힘겨우면 힘겨울수록 '함께'와 '도움'의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고 믿는 바이며, 이 여름 피 냄새의 기억과 함께 잘 견딜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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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평범한 주부. 7권의 웹소설 e북 출간 경력 있음. 현재 '쓰고뱉다'라는 글쓰기 공동체에서 '쓰니신나'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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