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자 죽는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합니다
시크릿하우스
책의 앞부분, 수많은 사례들로 1인가구의 긍정적 부정적 측면을 다 겪고 나면, 저자는 비로소 본인의 이야기를 꺼낸다. 그에게 찾아온 갑작스런 통증은 자가면역질환이었다. 내 몸의 면역세포가 나를 공격하는 상황, 그러니 자칫하면 내가 나에게 잠식될 수 있는 병이다. 그러면서 살고 죽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병에 걸리지 않더라도 살고 죽는 것에 대한 고민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 '살고'를 고민할 뿐 '죽는 것'은 남의 일처럼 여긴다. 통제할 수 없고, 알 수 없는 영역이라 더 그렇다.
책에서는 그 와중에서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세세하게 말한다. 통제는 할 수 없어도 미리 구상할 수는 있다. 구상한 내용을 법적 효력이 있는 서류로 만들 수 있다. 내 주변을 정갈하게 정리하는 것 또한 통제 가능한 영역이다.
아직 40대인 내가 죽음을 준비하기 위해 주변을 정갈하게 정리하는 건 유난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읽다 보면 그 '유난'이 '잘 사는' 축을 이루는구나 싶어진다. 주변을 정갈하게 하는 것이 꼭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만 필요할까. 사는 내내 주변이 정갈하다면 그 자체가 '잘 사는 삶'의 한 축이 된다.
나는 아직까지는 저자 같은 지병은 없다. 청소년기 아이들 케어에 하루가 금방 간다. 그러니 한가하게 앉아 죽음을 고민할 시간이 없다. 아마 나 같은 사람이 대부분일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미룰 일도 아니다. 우리가 할 일은 죽음을 삶의 반대편이 아니라 안쪽에 놓인 한 방처럼 받아들이는 자세이다. 그 방을 비우기 위해선 삶의 잡동사니를 정리해야 한다. 물건이든, 감정이든, 단순한 삶을 지향하게 된다.
죽음을 준비한다는 건, 끝을 맞이하기 위해 깃발을 내리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내 인생의 배가 조용히 침몰하지 않도록 밑바닥을 단단히 다지는 일이다. 그렇게 삶의 마지막 페이지를 내 손으로 넘길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이를 위한 가이드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혼자 죽는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합니다 - 행복한 나의 미래를 돌보는 엔딩 맵
서윤미 (지은이),
시크릿하우스,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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