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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가는 글로벌 문화콘텐츠"

2004년 첫 디카시 <봄밤> 썼던 이상옥 교수, 디카시 발원 21주년 맞아 창원의 문화상품화 제안

등록 2025.06.12 10:21수정 2025.06.1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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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옥 시인의 첫 디카시 <봄밤>.
이상옥 시인의 첫 디카시 <봄밤>. 이상옥

"이 작품이 최초의 디카시다. 2004년 4월 2일, 내가 창신대 캠퍼스의 야경을 포착해 '디카시'라는 신조어와 함께 디지털한국문학도서관 이상옥 서재 연재 코너에 올렸다. 디카시라는 말도 창신대 연구실에서 처음 생각한 것이다."

디카시라는 신개념 문학 장르의 창시자로 알려진 이상옥 창신대 명예교수(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가 21년 전 발표한 첫 디카시 작품 <봄밤>을 이같이 소개했다. 디카시가 문학의 한 장르로 자리 잡아 교과서에 실리고 한국을 넘어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 지금, 그는 "디카시가 시작된 경남 창원과 고성의 지역적 특성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카시는 디지털 시대가 부른 새로운 서정양식"

이상옥 시인은 지난 10일 창원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디카시, 창원의 미래를 밝히다 - 산업과 문화의 융합, 세계로의 도약'이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디카시의 등장과 발전, 그리고 창원시와의 인연'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창신대에 재직하며 고성과 창원을 오가던 중 디카시를 창작했고, 2004년 디카시집 <고성가도>를 펴냈다. 이 책에는 "디카시의 개척자 이상옥 시인, 국내 최초 디카시집 출간"이라는 문구가 붙었다. 이 시집은 <오마이뉴스>에서 '디카시라고 들어보셨나요? (https://omn.kr/2b9q)'라는 제목의 기사로 소개되었고, 이는 디카시를 처음 언론에 알린 보도이기도 하다.

"디카시의 등장은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창업한 2004년의 일입니다. 그리고 3년 뒤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손안의 모바일 컴퓨터 시대'를 열었죠. 디카시는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극 순간 멀티 언어예술로 발전하며, 디지털 시대에 최적화된 새로운 서정 양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디카시는 아날로그 사진시와 전혀 다른 장르"


이상옥 시인은 '사진과 시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종종 디카시가 사진시와 유사하다고 오해받는 데 대해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프랑스의 전설적 보도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브레송은 라이카 필름카메라 하나로 20년 넘게 스페인 내전과 2차 세계대전의 결정적 장면을 기록했고, 간디, 피카소, 사르트르, 마티스, 샤갈 같은 인물들의 모습도 남겼습니다. 브레송이 사망한 해가 2004년인데, 공교롭게도 그 해는 필름카메라에서 디지털카메라로 전환이 본격화된 해이기도 합니다."


그는 또 독일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쓴 사진시집 <전쟁교본>을 예로 들며 "브레히트 류의 사진시는 아날로그 시대 산물이며, 디카시는 디지털 시대의 산물로서 겉보기에는 유사하지만 창작 방식, 시대정신, 미학적 특성, 텍스트성에 있어서 전혀 다른 장르"라고 강조했다.

이 시인은 '디카시'라는 단어 자체의 형성과 의미에 대해서도 설명을 덧붙였다.

"디카시는 한자어 '시(詩)' 앞에 영어 외래어 '디카(디지털카메라)'가 붙은 혼종어입니다. 글로벌 시대에는 이런 혼종어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디카시는 기술(디카)과 예술(시)의 융합이라는 점에서 테크아트의 산물입니다. 오히려 하이브리드 언어이기 때문에 디카답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중들이 이러한 용어를 자연스럽게 수용한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디카시는 디지털 환경 자체를 시 쓰기의 도구로 활용합니다. 스마트폰 디카로 찍고, 곧바로 짧은 시적 언술을 붙여 SNS로 실시간 공유하는 극순간 멀티언어예술입니다. 영상기호(사진)와 문자기호(시)를 하나의 텍스트로 구성해 쌍방향 소통이 가능합니다. 이는 기존 시의 범주를 확장한 새로운 서정양식이며, 말 그대로 시의 새 몸을 입은 것입니다."

교과서에 실리고 해외로 퍼지는 디카시

 6월 10일 창원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디카시, 창원의 미래를 밝히다: 산업과 문화의 융합, 세계로의 도약’ 토론회.
6월 10일 창원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디카시, 창원의 미래를 밝히다: 산업과 문화의 융합, 세계로의 도약’ 토론회. 윤성효

디카시는 이제 국내를 넘어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2016년에는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 '디카시'가 정식 수록되었고, 2018년부터는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디카시 작품이 실리기 시작했다.

2008년부터는 '경남고성국제디카시페스티벌'이 매년 열리고 있으며, 2024년에는 부산 경남정보대학교에 '디지털문예창작과'가 신설돼 디카시를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이 학과에는 현재 1학년 180명, 2학년 53명이 재학 중이다.

또한 전국적으로도 디카시 열풍이 확산 중이다. 이병주 하동디카시공전, 황순원 디카시공모전, 오장환 디카시신인문학상, 이형기 디카시신인문학상 등 다양한 문학상 공모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 등 공공 기관도 디카시 관련 행사를 열고 있다.

한국디카시인협회는 현재 경남, 부산, 울산 등 8개 지부와 중랑, 대구, 통영 등 9개 지회를 갖추고 있으며, 미국 뉴욕, 영국 런던, 중국 청도 등 해외 20개 단체도 활동 중이다.

이상옥 시인은 "디카시는 단순한 시 장르가 아니라 한국문학을 넘어 한글과 한국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글로벌 문화콘텐츠"라며 "발원 21주년을 맞아 디카시를 창원의 대표 문화상품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디카시는 시대정신을 반영한 예술"

이날 토론회는 박혜진 창신대 도서관장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황점복 창원시의원 인사말과 손태화 창원시의회 의장, 윤상환 창신대 기획처장의 축사에 이어 김종회 한국디카시인협회 회장이 발제를 맡았다.

김 회장은 "디카시 창작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오늘의 시대정신을 반영하기 때문"이라며, "이제 디카시는 단순한 동호인의 글쓰기를 넘어 진정한 '시인'의 창작으로 나아가야 하며, 예술성과 문학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후 진행된 토론에는 민창홍 경남문인협회 회장, 박우담 경남디카시인협회 회장, 최광임 한국디카시인협회 부회장이 참여해 디카시의 문학성, 지역 문화정책과의 연계, 산업화 가능성 등을 논의했다.
#디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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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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