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현장 회의에서 홍보관을 둘러본 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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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후보가 (사전투표를) 할지는 모르겠다."
국민의힘이 부정선거 음모론과 아직도 '손절'하지 못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인정할 수도, 명확하게 차단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모호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강성 지지층과 중도층 유권자 표심 사이에 눈치를 보는 모양새이다. 결국 당은 김문수 후보 본인이 사전투표에 나설지에 대해서도 '모르겠다'라며 시선을 피했다.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가 부정선거 관련 영화 관람에 직접 나서며 공개 행보로 바람몰이에 나섰고(관련 기사:
윤석열, '부정선거 영화' 관람... 이영돈 "이번 대선도 조작 확신, 불복운동" https://omn.kr/2do7h), 김문수 후보 유세 현장에 올라오는 일부 인사들도 사전투표 때 투표하지 말고 6월 3일 본투표에 임해야 한다고 독려하면서 불을 지피고 있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믿는 '극우 아스팔트' 성향의 세력도 김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친한계를 중심으로 비판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당 대표는 21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우리 당 김문수 후보가 부정선거 음모론과 단호히 절연한다고 선언해 줄 것을 요청한다"라며 "국민의힘이 그런 부정선거 음모론과 단호하게 선긋지 못하면, 민주당은 3일간, 우리는 하루만 투표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관련 기사:
한동훈, '부정선거' 영화 본 윤석열에 "사전투표 해놓고선..." https://omn.kr/2dou8).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게 아니라면서, 아니라고 선언은 못하는 딜레마
그러자 이날 국민의힘 현장 선거대책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신동욱 선대위 대변인단 단장은 "어제도 말씀드렸지만 윤 전 대통령은 자연인으로 돌아가셨고, 저희 당과 관련이 없다"라며 "답할 게 없다"라고 입을 다물었다.
한동훈 전 대표의 요구는 "김문수 후보가 부정선거론자들과 손을 잡고 있다는 게 아니라, '우리 당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게 아니다'라는 걸 공개적으로 천명해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라고 해석했다. "김문수 후보가 구체적으로 그분들하고 같이 활동했다? 그런 건 제 기억에 없다"라고 거리를 뒀다. 하지만 정작 관련 입장을 공개적으로 선언할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사전투표를 폐지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는데, 신 대변인은 이에 대해서도 거리를 뒀다. "저희는 사전투표도 더 열심히 해서 투표율 높이는 게 승리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라는 것. 다만 "사전투표든 본투표든 선거의 본질은 투명성"이라며 "국민들이 의혹을 가지지 않게 선거 관리는 철저히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그 관리를 철저히 해야하는 걸 사전투표를 하지 말라거나, 부정선거를 옹호한다거나 그렇게 호도해선 안 된다"라며 "선관위가 철저히 (관리를) 해야 하고 비판받을 지점도 있잖느냐?"라고도 반문했다. 어디까지나 '선거 관리'를 확실하게 해달라는 차원이지, 부정선거 음모론에 기댄 발언은 아니라는 맥락이다. 국민의힘은 과거부터 이 기조를 유지하며 항변해왔다.
정작 김문수 후보가 사전투표에 나설지에 대해서는 "(지지자들에게) 사전투표를 열심히 해달라고 독려할 생각"이라면서도 "김문수 후보가 하실지는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와야" 음모론자와 거리 두기 포기?
김문수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은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언론의 문제제기에 조금 더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이라고 할 때는 통상적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서버에 침투해서 전자적인 방법으로 조작한다' 그런 주장을 하는 분들에 대해서 하시는 말씀"이라며 "그러나 사전투표의 관리문제를 두고 과거에 선거관리위원장이 사과를 하고 사퇴를 하고, 또 선거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라고 구분했다.
이어 "이 사전투표 관리문제는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이 사전투표 제도에 대해서 조금 더 명확하게 관리를 해달라는 것"이라며 "그것이 무슨 부정선거 음모론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런 식으로 언론에서, 또는 방송 진행을 하면서 '이것이 부정선거 음모론과 관계있지 않느냐'라고 의혹을 제기하는 이것이 바로 부정선거 음모론"이라고도 날을 세웠다.
그는 "김문수 후보는 절대로 부정선거 음모론을 거론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복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도 사전투표 폐지론에는 힘을 실으며, 선거관리의 문제점도 연달아 지적했다.
당이 부정선거 음모론자들과 손잡으면 안 된다는 한동훈 전 대표의 비판에 대해서는 "그분들과 손잡는다는 것도 아니다"라면서도 "지금 선거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와야 될 상황"이라고 답했다. "그분들이 우리를 지지한다면 그냥 고맙게 생각하고 가만히 있으면 될 일이지 '당신들은 우리 편이 아니야'라고 자꾸 걷어차고 밀어내고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태도일까?"라는 물음표였다. 당은 여타 단체와 달리 세이브코리아 등의 지지 선언에는 별다른 사전공지도, 이후 평가도 하지 않고 있다(관련 기사:
김문수 중심으로 뭉치는 극우, 윤석열 '탈당'에도 역류하는 국힘 https://omn.kr/2dmh3).
강성 지지층 눈치 보는 국민의힘... "지지자들에게 자기 부정처럼 들릴 수 있다"

▲비상계엄 선포 장면에 터져나온 박수와 환호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하는 가운데, 영화에서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장면이 나오자 관객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감독 이영돈 피디, 윤 전 대통령, 전한길 전 역사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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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친한계 인사로 꼽히는 박정훈 국회의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무엇보다 선거 앞두고 이 부정선거 얘기를 한다는 게 사실 큰 부담"이라며 "대법원에서도 여러 번 이 부정선거와 관련해서는 판결 결과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시는 분들의 심리나 또 의심하는 정황들은 저도 공감을 한다"라면서도 "다만 그렇게 선거가 이루어졌다는 확정적인 증거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사전선거 이틀 하고 그다음에 본선거 하루 하기 때문에, 민주당 진영에서는 선거를 사흘 하는데 우리 진영에서는 선거를 하루밖에 안 하면 투표율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라고도 꼬집었다.
박 의원은 "지금 확정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는 우리 지지자들이 적극적으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독려를 해야 된다"라며 "윤석열 대통령도 사전투표를 하시지 않았느냐? 지금 이 시점에서 부정선거론에 다시 불을 지핀다든지 이런 것들은 선거에 굉장한 악재라고 본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김문수 후보의 모호한 태도에 대해서도 "후보가 갑자기 자기 부정을 하는 얘기를 하기가 어렵잖느냐"라며 "자기 지지자들만 투표에 참여시켜서는 백날 선거해도 못 이긴다. 그렇기 때문에 김용태 비대위원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가 그 이상 얘기하는 건 지지자들에게 자기 부정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딜레마에 있다고 어느 정도는 인정을 한다"라며, 김 후보 지지자 다수가 부정선거 음모론을 신봉하는 상황을 전제했다.
김문수 후보도 사전 투표 참여 및 유권자 참여 독려 여부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았다. 김 후보는 22일 대한의사협회 회장단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사전투표를 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건 이제 한 번 보겠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는 "여하튼 투표율을 높여야 된다는 생각"이라며 "투표제도에 대해서 선관위와 논의를 하고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별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또 '사전투표를 독려할 건가'라는 질문이 이어지자 김 후보는 "한 번 보고 판단하겠다"라며 역시 확답을 하지 않았다.
김 후보는 전날(21일)있었던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도 관련 질문에 "부정선거 의혹을 완전하게 일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라고 답했다.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우리나라의 선거관리위원회가 일부 불신을 받는 점도 있고 다툼도 있다. 전반적으로 선관위가 더 공정하게 잘할 수 있도록 제가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관련 기사:
윤석열 감싼 김문수 "영화 보고 사람 만나면 좋은 것 아닌가" https://omn.kr/2domh). 현재까지 치러진 선거 중 부정선거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하면서, 지지자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뉘앙스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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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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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거 손절 못한 국힘... "김문수, 사전투표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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