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현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민
-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 필승 요인으로 반명 범보수 빅텐트를 꼽고 있지만, 지지부진하다.
"비닐우산을 펴는 건 쉽지만, 텐트를 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린다. 지금 민주당 텐트는 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져서 모여지는 권력연대다. (합류 방법도) 다 개별 입당 방식이다. 그런데 잘 봐라. 지금 이재명의 민주당은 우리가 알던 민주당이 아니다. 현재 민주당에는 동교동계나 상도동계 거물급 정치인 중 우리가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다 쫓아내고 몰아냈다. 굉장히 축소 지향적인 정치를 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걷어찬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입장이다. (범보수 인사들뿐 아니라) 동교동계·상도동계 민주화 세력 상당수가 참여할 수 있는 게 국민의힘 빅텐트다."
- 어떤 구실과 명분으로 이재명의 민주당에서 나온 세력과 범보수 세력이 뭉칠 수 있나.
"개헌이다. 6공화국 헌법을 개헌하려는 세력과 개헌에 소극적인 호헌세력의 (대결)이다. 6공화국 헌법으로 치러진 모든 선거는 승자독식 구조였다. 역대 대통령들의 말년은 점점 불행해지고 있다. 국가 규모 또한 (6공화국 출범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하지 않았나. 국가를 대개조해야 한다. 개헌은 6공화국 대선에서 한 번도 빠짐없이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한 번도 실행되지 않은 아젠다다. 그렇기에 이번만큼은 확실히 '개헌하겠다'고 (대선후보가) 보증하는 게 바로 임기 단축이다. 국민 앞에 임기단축을 약속하지 않는 한 역대 대통령이 그랬듯 구두선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 하지만 결국 투표 전에 성사가 되어야 한다. 빅텐트만 치려다가 아무것도 못 하고 끝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래서 사실은 그런 부분이 좀 아쉽기는 하다. 다만 빅텐트는 여전히 가능성이 있다."
- 어디서 가능성을 찾았나?
"바로 김 후보의 캐릭터다. 이재명 후보는 (본인의) 모든 부분이 너무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정책도, 당 장악력도, 철학도 완벽하다고 (생각해서) 끼어들 틈이 없다. 이 후보는 '이켈란젤로(이재명+미켈란젤로)'이다. 본인이 (르네상스 3대 거장 중 하나인) 미켈란젤로 수준이다. 하지만 김 후보는 완벽하지 않다. 내가 봐도 그렇다. 그렇기에 오히려 많은 전문가와 인재들이 김 후보 쪽에 합류하면서 그림을 그릴 수 있고 또 완성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김 후보는 다소 부족한 점이 장점이고, 이 후보는 (스스로든 주변의 평가든) 너무 완벽한 게 단점이다. 다른 걸 다 떠나서 민주당의 '민주'라는 이름값에 더 적합한 건 김문수 후보이다."
- 하지만 빅텐트 핵심 협상 대상인 이준석 후보는 범보수 단일화에 계속 거리를 두고 있다.
"이 후보가 제3당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대선판을 여기까지 끌고 온 건 본인 능력이다. 이 후보는 호랑이가 맞다. 감히 평가하자면, 당신(이 후보)은 늑대도 사자도 아닌 밀림의 왕 호랑이다. 그러나 정치 선배로서 이 후보에게 권고하고 싶다. 호랑이는 호랑이 굴에 있어야 호랑이지, 풀밖에 없는 광야에서 헤매고 있으면 떠돌 뿐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많이 봐왔다. 어렸을 적 정치를 배우며 우상이자 롤모델이었던 박찬종, 이인제, 손학규, 이회창이 그랬다. 모두 젊은 시절 굉장히 인기도 많았고, 세력도 형성했고, 말의 논리도 대통령감이라 할 만한 훌륭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끝내 뜻을 펼쳐보지 못하고 광야에서 헤매다가 끝나는 결말이었다."
- 국민의힘이 호랑이 굴인가?
"우리나라에는 두 개의 호랑이 굴이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꽉 차 있다. 국민의힘에는 호랑이가 없다. 지금 들어와 앉아서 살아남으면 호랑이가 된다. 현재는 김 후보가 (국민의힘의) 호랑이로 뛰고 있지만, 차기 대임(대권) 즉, 대통령으로서의 임무를 노릴 사람이 없다. 민주주의 핵심은 경쟁이다. 누구든 도전할 수야 있다. 다만 누가 우위에 있냐는 게 문제다. 그런 면에서 이 후보는 압도적 우위에 있다. 이 후보에게 '밀림'(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호랑이 굴에 돌아와 경쟁하고 생존해야 한다.
정치를 조금 더 오래 한 선배로서 이 후보에게 꼭 말하고 싶다. 당신은 머리도 좋고, 지도력도 있다. 개혁보수의 성향도, 배짱도 다 갖췄다. 심지어 젊다. 당신한테 가장 큰 자산은 시간적 여유다. 다른 사람들은 이번 출마가 마지막일 수 있지만, 이 후보에게는 시간이 있다. 그렇다면 낙선 경력을 하나 더 쌓느니 국민의힘에 들어와 앉으라는 거다. 이 후보에게 바라는 건 단 하나다. 현명한 선택을 하라는 거다."
"이재명 아직까지 큰 실수 없지만 진보·보수 결집 중... 45 대 45면 원점 승부"

▲ 이정현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민
- 국민의힘으로선 대선 승리를 위한 '역전 카드'가 필요해 보인다. 어떤 길을 모색하고 있는가?
"소위 충격요법으로 (위기를) 해결하는 시대는 지났다. 온 국민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잠깐의 눈속임이나 선전·선동으로 국면을 전환할 수 없다. 국민 수준도 (국민소득) 2만 불 찍던 시대와 다르다. 모든 사람이 저마다 자기가 누구를 찍을지 알아서 판단한다. 거대 양당의 어떤 핵심 당직자도 자기 부인, 아들, 딸의 투표 성향을 바꿀 수 없다. 절대 말을 듣지 않는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얼마나 성실하고 진정성 있게 국민에게 다가가고 알릴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 충격요법이 통하지 않는다면 지금 이재명 대세 흐름을 뒤집기 어려운 것 아닌가.
"이재명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지는 조기대선 때부터 경선에 참여하며 대선주자로 발돋움했다. 그 후로 거의 8년간 대선주자 반열에 있었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된 지 며칠 되지 않았다. 그전까지 누가 김 후보를 대선 주자라고 생각했나? 여기에 당내 경선과 후보 단일화를 거치면서, 한 사람(홍준표 전 대구광역시장)은 비행기 타고 나가고, 경선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나서지 않고 있다. 김 후보는 대선운동 기간 첫 주를 당내 화합, 단합으로 다 까먹었다. 그러니 여론조사 (지지율) 격차는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 김문수 후보의 열세 구도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나?
"대한민국의 정치는 사실상 '양자 구도'다. 최근 들어 김 후보가 이 후보와 양자 구도를 형성해 가는 상황이다. 양자 대결로 가면 자연스럽게 두 후보 간의 (직접) 비교가 이뤄지고, 보수·진보 진영 모두 40대 40으로 결집하게 된다. 흩어져있던 보수 진영 표심이 김문수 후보로 결집하는 중이다. 이 결집으로 이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줄일 수 있는 지가 관건이다. 만약 내주 초까지 진영이 모두 결집해 45% 수준에 이르면, 사실상 원점에서 승부를 겨루게 된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거론했던 모든 (국민의힘 리스크를) 다 털어내고 둘 중 어느 후보와 정당이 집권을 했을 때 국가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으로 결정된다. 투표함 뚜껑 열기 전까지는 아무도 대선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 상대인 민주당의 전략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손자병법에 이기게 하는 법은 나와 있지 않다. 다만 지지 않는 법은 있는데 (상대의) 실수다. 솔직하게는 이 후보가 실수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 뒤집어 보면 민주당이 '지금까지는 큰 실수를 하고 있지 않다'는 건가.
"인정하기 싫지만 그렇다."

▲ 이정현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민
-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이 좀처럼 반등하지 않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에게 그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호소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좀 미안한 얘기지만 이재명 후보가 아니기 때문에 김문수 후보가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이재명 후보에게 나쁜 평을 하자면, 대통령은 5000만 명의 국민을 대표하는 한 사람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의 도덕성은 일반 국민보다 더 낫거나 같으면 같았지, 더 낮으면 안 된다. 그런 분이 공무원에게 청렴을 요구하고 국민에게 법질서를 지키라 호소할 수 있나. 도덕적 당위성이 없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의 도덕성은 일반 국민보다 낮다.
도덕성 뿐만이 아니다. 국회 다수당 대표로서의 행보는 어땠나? (윤석열) 대통령만 승자독식한 게 아니다. 국회에서도 승자독식의 안 좋은 면모를 보여줬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법에 근거하지 않고, 법 위에 존재하려고 했다. 이재명 후보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앞으로 헌법 질서, 법치와 민주주의를 어떻게 국민에게 이야기하고 요구할 수 있겠나? 법 위에 군림하려고 하는 사람이 아닌 분이 대통령이 됐으면 한다. 그런 바람으로 김문수 후보를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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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팩트 앞에 겸손하겠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김화빈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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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이준석 향한 공개 구애 ..."호랑이는 광야에서 헤매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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