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현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민
- 보수정당 이름표를 달고 호남에서 계속 출사표를 던졌다. 본인은 정치 일생을 '지역주의 타파'에 걸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그러한 본인의 정치적 소신에 부합하는 인물인가.
"만일 김문수 후보가 집권하게 된다면 호남 문제를 챙기라고 요구하겠다. 내가 요구하는 것은 예산 배정이 아니다. 호남 출신에게 공직자로서의 기회와 권한을 균등하게 배정하라는 것이다. 혹시 김 후보가 놓칠지 모르니까, 곁에 러닝메이트라고 할 정도로 신뢰할 수 있는 호남 출신을 옆에다 두고 이 문제를 챙기시라는 것이다. 나를 지명하지 않아도 좋다. 지명해도 하지 않겠다. 그러나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지만, 더 아픈 손가락은 있다. 더 아픈 새끼 손가락을 더 챙기듯이, 나 대신 옆에다 그런 사람을 두라는 뜻이다. 김 후보가 '챙기겠다' 말만 하고 안 할까 싶어서 (지난 17일) 광주 현장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후보로부터 직접 다짐까지 받지 않았느냐."
- 하지만 김문수 후보는 제45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불참했다. 진정성이 결여된 행보 아닌가?
"김 후보가 5.18 문제를 진정성 있게 접근하지 않았다는 평가에 동의할 수 없다. 김 후보는 (노동운동으로) 감옥에서 보내거나 (학교에서) 제적당했던 분이다. (젊은 시절) 노동자들이나 힘없는 약자를 위해 노력해 왔다. 이는 호남 사람들이 뽑아주시는 민주당 쪽 정치인들과 다 똑같은 경험·가치·경륜·노력이었다.
김 후보가 무서워서, 오지 말라고 해서 (기념식에) 가지 않은 게 아니다. 대통령 후보가 되기 전 수도 없이 가봤을 테고, 가서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다만 민주화 운동을 했었던 사람이 이제 보수정당 대통령 후보가 되지 않았나. 그래서 더 경건하고 깊은 고뇌를 하는 자세로 기념식 전날(17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해 참배했을 것이라고 본다. 그날 고 박관현 열사 묘역 앞에서 김 후보가 흘렸던 눈물은 결코 가식이 아니었다. 수십 년간 밑바닥에 있었던 모든 게 그날 쏟아졌다. 그 이상의 진정성을 보여주기도 어렵다고 본다." (박관현 열사는 1982년 50일간 단식투쟁을 하다 숨졌다. 김 후보는 5년 뒤인 1988년 박 열사가 숨진 독방에서 수감 생활을 했다. 김 후보는 지난 17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 있는 박 열사 묘를 찾아가 참배한 뒤 "5월을 생각하면 늘 너무 아픈 추억이 떠오른다"며 눈물을 흘렸다. - 기자 말)
-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국민의힘 당 대표였을 때 공들였던 서진 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이준석 후보는 영·호남을 따지지 않았다. 다만 아픈 쪽을 더 많이 찾았을 뿐이다. 거기 가서 자기 몸을 굴렸다. 우리라고 왜 이걸 못 하나.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세대교체를 해야 된다는 거다. 호남에서 여러 번 총선 출마를 할 때 MZ세대로부터 대부분의 표를 얻었다. 젊은 사람들 머릿속에는 진영도 지역도 거의 없다. 대한민국만 있을 뿐이다. 기득권 정치인들은 그런 정치를 안 한다. 책상에 앉아 회의만 한다고 고쳐질 문제가 아니다."
- 이준석 당 대표 시절 이후 아직도 국민의힘은 호남에 대한 접근법을 찾지 못한 듯하다.
"지금까지 보수정당은 대한민국 국토의 일부와 그곳의 국민을 포기하다시피 했다. 선거에서 졌다고 팽개치면 그만인가? 2~3배의 노력을 기울여서라도 득표하고, 의석을 얻을 생각을 해야 한다. 이 좁은 나라에서 집권을 목표로 한 전국 정당이 한 지역을 통째로 포기하고, 그 지역 사람들을 내팽개치는 건 반드시 고쳐야 한다. 그건 정치가 아니다. 지금까지 보수는 이 부분에서 절대적으로 잘못하고 있다.
오죽하면 지금은 (국민의힘에서 호남에) 누가 나오는지도 모를 정도다. 한 번 쓰고 버리는 비닐우산, 선거 때만 쓰고 마는 비닐우산이다. 이런 식으로 해서 호남 사람들이 변화하겠느냐? 그간 민주당이 험지인 영남에 보여준 성의보다 국민의힘이 호남에 들인 성의가 부족했다. 민주당은 성의를 보였고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
- 민주당은 영남에 어떤 성의를 보여왔나?
"험지에 보내는 후보 선정부터 다르다. 영남에 나오는 민주당 후보들은 대통령실 같은 고위 국가직·정무직 경험을 거친 분들이거나 비례대표 등 국회의원 경험을 한 분들이다. 그 지역에 나오는 우리 당 후보들과 경험 면에서 비슷하다. 즉, 민주당은 험지라고 하더라도 훈련을 시켜서 후보를 보낸다. 그 경력을 가지고 어려운 지역에서 도전하는 거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는 경상도 출신의 인재도 중용했다. 굉장한 관용과 포용, 탕평을 했다. 자격과 자질이 있다면 지역을 가리지 않았고, 오히려 이런 식으로 굉장한 지역적 배려를 했다.
사실 집권 세력으로서는 그게 너무 당연한 인사이다. 이 좁은 나라에서 집권하면서 전국 정당을 포기하고, 한쪽 지역에 대해서는 '지지하든 말든'이라고 하는 게 정상인가? 고쳐야 될 가장 최우선의 정치 개혁이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 그럼에도 정치인 이정현이 국민의힘에 남아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국민의힘이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가 내 신념과 맞기 때문이다. 자유가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의힘 정권이 말로만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면서 자유에 소홀한 것도 맞다. 하지만, 죽었다 깨어나도 민주당처럼 정부 주도의 경제로는 성장할 수 없다. G5, G3까지 성장하려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더 철저해져야 한다. 기업인들이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

▲ 이정현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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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팩트 앞에 겸손하겠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김화빈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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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윤석열 탈당 요구로 곤욕...도끼눈 개의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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