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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윤석열 탈당 요구로 곤욕...도끼눈 개의치 않아"

[인터뷰②] 이정현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 "국민의힘, 호남 후보 비닐우산처럼 쓰고 버려"

등록 2025.05.22 06:52수정 2025.05.22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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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현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현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민

"당내 도끼눈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이정현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양가적인 정치인이다. 그는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재직하면서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 외압 논란을 일으킨 당사자이며,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를 가장 적극적으로 비호했던 인물이다. 동시에 지역주의 타파를 내걸고 오랜 시간 호남에 출사표를 던지며 외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호남에서 활동하는 보수 정치인'이라는 묘한 정체성이 그를 다시 여의도로 소환했다. 같은 호남 출신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변인으로 출마를 도왔으며, '후보갈이'가 무산된 이후에는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합류했다. 다분히 한덕수 전 대행 측을 배려한 인선인 셈이었고, 동시에 국민의힘에 극히 드문 '호남' 기반 정치인이었던 덕이다.

우여곡절 끝에 승선한 선대위 첫 회의에서, 그는 김문수 대선 후보 면전에 '윤석열' 이름을 꺼내 들었다.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의 출당 문제를 거론하며 당의 민감한 지점을 건드린 것이다. 현장에 앉아 있던 친윤 인사들의 표정이 굳어졌지만, 그에게는 일종의 확신이 있었다. 과거 박근혜 '탄핵의 강'을 건넜기에 큰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 강을 제대로 건너지 못하면 보수가 처참하게 침몰할 것이라는 우려였다.

이정현 선대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더 반성하고 정신차려야 한다고 강하게 이야기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영남에 들이는 만큼의 성의를 국민의힘이 호남에 들여야 한다고도 외쳤다. 새롭게 임기를 시작한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많은 기대를 갖는 이유도, '젊은 대표'가 쇄신할 보수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아래는 지난 20일, <오마이뉴스> 서교동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 형태로 정리한 내용이다.

윤석열 탈당, 공개적으로 요구한 이유


 이정현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현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민

- 지난 5월 15일 김문수 후보가 참여한 첫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윤석열의 탈당을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왜 그랬나?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선거에 가장 큰 장애가 되고 있어서다. 6.3 조기대선에서 이기기 위해 선거 '대책' 회의를 하는 것 아닌가. 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고도 외면한다면 대책 회의가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인 책임에 대한 여론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탈당을 요구했고, 윤 전 대통령께서도 여론을 읽으셨기에 그 부분을 결단해 주셨다. 물론 (탈당 요구) 이후에 곤욕을 치렀고 지금도 곤욕을 치르고 있지만, 호남 출신으로 국민의힘에 (몸담고) 있으면서 그런 일들은 하도 많이 겪었기 때문에 단련이 돼 있다. 그 시점에 필요한 얘기였기 때문에 했을 뿐, 그에 따른 당내 도끼눈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 윤씨 탈당에 따른 국민의힘 지지자나 당원들의 반발도 계속되고 있는데.

"우리는 당의 운명이 걸려 있는 중차대한 전선 위에 있다. 대선이 2주도 안 남았다. 지금 상황에서는 선거 승리를 외에는 어떤 것도 고려가 돼서는 안 된다. 서로 이견을 탓하다 보면 서울역에서 출발한 기차가 광명역도 못 가고 멈춰 있게 된다. 이제는 KTX 열차가 (전남) 목포와 부산을 향해 달려야 되지 않나."

- 국민의힘이 정당사 초유의 '후보 교체' 파동 수습 카드로 당내 최연소 국회의원 김용태를 선택했다. 최근 행보에 대한 평가와 함께 어떤 기대를 갖고 있나?

"35세 초선 국회의원이 당의 최고 당직을 맡아 (선거를) 지휘한다는 것 자체가 큰 변화다. 국민들이 정치를 불신하는 가장 큰 이유는 노쇠한 사람들이 기득권을 지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몇 명의 소속 의원들을 물갈이한다고 쇄신할 수 없다. 그릇 안에 건더기가 다 상해 있는데, 건더기는 놔두고 국물만 조금씩 따라 버린다고 물갈이가 되나? 그 물을 갈았으니까 먹어도 배탈이 안 날 거다? 국민들은 하나도 안 믿는다. 국그릇을 통째로 갈아야 한다. 통째로 갈기 위해서는 앞에서 지휘하게 될 고위 당직자들이 기득권 세력이 아닌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야 한다.

개인적으로 후보는 현장에서 뛰고, 김 위원장은 당에서 여러 개혁과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기존 정치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민의힘 국회의원 107명이 현장을 뛴 것보다 훨씬 효과가 클 거다. 예를 들어 김 위원장이 양당 대선후보 배우자들의 생중계 TV토론을 제안하지 않았나? 이런 것도 정말 기발한 발상이다. 대통령 부인은 공인이고, 언론을 포함해 대통령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는데 숨겨놓으면 되겠느냐?"

- 김용태 위원장은 윤씨의 탈당으로 탄핵의 강을 건너자고 했다. 충분하다고 보나?

"그렇기(못 건넜기) 때문에 지지율에 굉장히 큰 차이가 나는 것 아닌가. 12.3 비상계엄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통해 역사가 됐다. (형사) 재판 또한 진행 중이라 지금 시점에서 제가 얘기할 것은 없다. 다만 국민은 역사의 심판자다. 탄핵으로 인해 우리가 어렵지만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시기) 어떤 정치를 했는지도 보실 거다."

- 국민의힘의 난제는 탄핵의 강만 있는 게 아니다. 정당사 초유의 후보갈이 갈등은 아직 봉합되지 않았다. 혹시 뒤늦게나마 밝힐 수 있는 '막전막후'가 있나?

"머릿속에서 다 지웠다. 당시에는 너무 충격이었고, 아쉬웠다. 하지만 지금은 그걸 마음에 담아두지 않으려고 한다."

-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여전히 잠행 중이다. 선거 유세 현장에서 볼 수 있는 건가?

"한 전 총리를 내가 짧은 기간 모셨지만, 인품도 훌륭하고 책임감도 남다르다. 그러나 지금은 절대 접촉하고 있지 않다. 그분이 겪었을 마음의 무게 이런 것 때문에 (당내 접촉도) 만류하고 있다. 일단 그분을 그대로 두고 싶다. 사실 그분 정도로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면, 선거 유세 참여는 시기의 문제가 아니다. 한덕수 전 대행은 진보 정권과 보수 정권에서 모두 국무총리를 하면서도 정치적 '아웃사이더'였다. 그런 분이 나오는 것 자체가 선거에 굉장히 큰 힘이 될 수가 있다. 어느 시점에 가면 한 전 총리께 간절하게 부탁 말씀을 드리려고 한다. 유세에 함께 하시길 바라고, 꼭 모시고 싶다. 그러기 위해 정말 노력할 것이다."

"민주당은 영남에 성의를 보였고, 국민의힘은 그렇지 못했다"

 이정현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현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민

- 보수정당 이름표를 달고 호남에서 계속 출사표를 던졌다. 본인은 정치 일생을 '지역주의 타파'에 걸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그러한 본인의 정치적 소신에 부합하는 인물인가.

"만일 김문수 후보가 집권하게 된다면 호남 문제를 챙기라고 요구하겠다. 내가 요구하는 것은 예산 배정이 아니다. 호남 출신에게 공직자로서의 기회와 권한을 균등하게 배정하라는 것이다. 혹시 김 후보가 놓칠지 모르니까, 곁에 러닝메이트라고 할 정도로 신뢰할 수 있는 호남 출신을 옆에다 두고 이 문제를 챙기시라는 것이다. 나를 지명하지 않아도 좋다. 지명해도 하지 않겠다. 그러나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지만, 더 아픈 손가락은 있다. 더 아픈 새끼 손가락을 더 챙기듯이, 나 대신 옆에다 그런 사람을 두라는 뜻이다. 김 후보가 '챙기겠다' 말만 하고 안 할까 싶어서 (지난 17일) 광주 현장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후보로부터 직접 다짐까지 받지 않았느냐."

- 하지만 김문수 후보는 제45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불참했다. 진정성이 결여된 행보 아닌가?

"김 후보가 5.18 문제를 진정성 있게 접근하지 않았다는 평가에 동의할 수 없다. 김 후보는 (노동운동으로) 감옥에서 보내거나 (학교에서) 제적당했던 분이다. (젊은 시절) 노동자들이나 힘없는 약자를 위해 노력해 왔다. 이는 호남 사람들이 뽑아주시는 민주당 쪽 정치인들과 다 똑같은 경험·가치·경륜·노력이었다.

김 후보가 무서워서, 오지 말라고 해서 (기념식에) 가지 않은 게 아니다. 대통령 후보가 되기 전 수도 없이 가봤을 테고, 가서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다만 민주화 운동을 했었던 사람이 이제 보수정당 대통령 후보가 되지 않았나. 그래서 더 경건하고 깊은 고뇌를 하는 자세로 기념식 전날(17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해 참배했을 것이라고 본다. 그날 고 박관현 열사 묘역 앞에서 김 후보가 흘렸던 눈물은 결코 가식이 아니었다. 수십 년간 밑바닥에 있었던 모든 게 그날 쏟아졌다. 그 이상의 진정성을 보여주기도 어렵다고 본다." (박관현 열사는 1982년 50일간 단식투쟁을 하다 숨졌다. 김 후보는 5년 뒤인 1988년 박 열사가 숨진 독방에서 수감 생활을 했다. 김 후보는 지난 17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 있는 박 열사 묘를 찾아가 참배한 뒤 "5월을 생각하면 늘 너무 아픈 추억이 떠오른다"며 눈물을 흘렸다. - 기자 말)

-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국민의힘 당 대표였을 때 공들였던 서진 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이준석 후보는 영·호남을 따지지 않았다. 다만 아픈 쪽을 더 많이 찾았을 뿐이다. 거기 가서 자기 몸을 굴렸다. 우리라고 왜 이걸 못 하나.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세대교체를 해야 된다는 거다. 호남에서 여러 번 총선 출마를 할 때 MZ세대로부터 대부분의 표를 얻었다. 젊은 사람들 머릿속에는 진영도 지역도 거의 없다. 대한민국만 있을 뿐이다. 기득권 정치인들은 그런 정치를 안 한다. 책상에 앉아 회의만 한다고 고쳐질 문제가 아니다."

- 이준석 당 대표 시절 이후 아직도 국민의힘은 호남에 대한 접근법을 찾지 못한 듯하다.

"지금까지 보수정당은 대한민국 국토의 일부와 그곳의 국민을 포기하다시피 했다. 선거에서 졌다고 팽개치면 그만인가? 2~3배의 노력을 기울여서라도 득표하고, 의석을 얻을 생각을 해야 한다. 이 좁은 나라에서 집권을 목표로 한 전국 정당이 한 지역을 통째로 포기하고, 그 지역 사람들을 내팽개치는 건 반드시 고쳐야 한다. 그건 정치가 아니다. 지금까지 보수는 이 부분에서 절대적으로 잘못하고 있다.

오죽하면 지금은 (국민의힘에서 호남에) 누가 나오는지도 모를 정도다. 한 번 쓰고 버리는 비닐우산, 선거 때만 쓰고 마는 비닐우산이다. 이런 식으로 해서 호남 사람들이 변화하겠느냐? 그간 민주당이 험지인 영남에 보여준 성의보다 국민의힘이 호남에 들인 성의가 부족했다. 민주당은 성의를 보였고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

- 민주당은 영남에 어떤 성의를 보여왔나?

"험지에 보내는 후보 선정부터 다르다. 영남에 나오는 민주당 후보들은 대통령실 같은 고위 국가직·정무직 경험을 거친 분들이거나 비례대표 등 국회의원 경험을 한 분들이다. 그 지역에 나오는 우리 당 후보들과 경험 면에서 비슷하다. 즉, 민주당은 험지라고 하더라도 훈련을 시켜서 후보를 보낸다. 그 경력을 가지고 어려운 지역에서 도전하는 거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는 경상도 출신의 인재도 중용했다. 굉장한 관용과 포용, 탕평을 했다. 자격과 자질이 있다면 지역을 가리지 않았고, 오히려 이런 식으로 굉장한 지역적 배려를 했다.

사실 집권 세력으로서는 그게 너무 당연한 인사이다. 이 좁은 나라에서 집권하면서 전국 정당을 포기하고, 한쪽 지역에 대해서는 '지지하든 말든'이라고 하는 게 정상인가? 고쳐야 될 가장 최우선의 정치 개혁이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 그럼에도 정치인 이정현이 국민의힘에 남아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국민의힘이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가 내 신념과 맞기 때문이다. 자유가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의힘 정권이 말로만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면서 자유에 소홀한 것도 맞다. 하지만, 죽었다 깨어나도 민주당처럼 정부 주도의 경제로는 성장할 수 없다. G5, G3까지 성장하려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더 철저해져야 한다. 기업인들이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

 이정현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현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민
#2025대선 #이정현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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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팩트 앞에 겸손하겠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김화빈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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