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2일 세종특별자치시 소담동에 주차된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 유세차량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유세 현장을 중계한 <오마이TV> 방송이 나오고 있다.
김경준
6.3 대통령선거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12일 세종시 소담동 네거리에서 김문수 후보의 유세차량이 경쟁 상대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출정식 영상을 송출해 홍보하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날 오후 5시 40분께, 퇴근길에 이 광경을 목격해 찍은 사람은 바로 김경준(42)씨다. 그는 "이재명 후보를 비방하는 영상인 줄 알고 사진을 찍었는데, 나중 확대해 보니 이재명 후보를 홍보하는 영상이었다"면서 의아해 했다.
세종시에 살면서 대전으로 출퇴근하는 김씨는 당시 현장에는 이 후보와 김 후보의 유세차량이 나란히 위치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 측 차량에서는 연설과 율동이 이어졌지만, 김문수 후보 측 차량은 대형 스크린에 영상만 내보내고 있었다. 김씨는 "김문수 후보 차량 운전석에는 운전자만 있었다"라며 "찍은 화면을 살펴보니 영상은 '오마이TV'가 촬영한 이재명 후보 출정식 장면이었다"고 설명했다.
김경준씨가 자신이 활동하는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 장면을 올리면서 빠르게 확산했다. 13일 오전에는 방송인 김어준씨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도 이 사건이 소개됐다.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다는 김씨는 "대통령선거에 뭔가 도움이 됐다는 생각에 기분이 참 좋다"라며 "꼭 투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번 대선이 중요하다"라며 "청년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민주주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날 김씨와 나눈 주요 일문일답.
"김문수 차량에 이재명 영상, 확대해보니... 김문수가 이재명 홍보해준 셈"
▲ '이재명 출정식' 생중계 틀고있는 김문수 유세차량, 그 이유는... #shorts ⓒ 오마이뉴스
- 간단히 자기 소개를 한다면?
"경북 포항 출신이다. 올해 42세. 정치에 관심이 많다."
- 당시 상황을 설명해달라.
"세종시에 거주하며 매일 직장 때문에 대전을 오간다. 지난 12일 오후 5시 40분쯤 퇴근길에 세종시 소담동 네거리에서 신호 대기 중 유세 차량들을 목격했다. 기호 1번 이재명 후보와 기호 2번 김문수 후보의 유세 차량이 좌우로 있었다. 왼쪽 이재명 후보 차량에서는 연설과 율동이 있었으나, 오른쪽 김문수 후보 유세 차량은 대형 스크린에 영상만 틀어 놓은 상태였다. 당시 차량 운전석에는 운전자 혼자 있었다.
그런데 김문수 후보 유세 차량 영상에서 이재명 후보가 포착됐다. 비방 영상으로 짐작하고 사진을 촬영한 뒤 귀가했다. 집에서 화면을 확대한 결과, 해당 영상은 '오마이TV'가 촬영한 이재명 후보 출정식 장면으로 드러났다. 김문수 후보 차량이 이재명 후보를 홍보한 셈이다."
- 김문수 후보 홍보 차량이 왜 이재명 후보 홍보 영상을 틀었다고 보나?
"알 수 없다. 의아할 뿐이다."
- 이 사진을 어떻게 했나?
"바로 활동 중인 사진 커뮤니티 자유 게시판에 게재했다."
- 반응은?
"엄청났다. 순식간에 인기글에 등극했다."
- 오늘 <오마이뉴스>에도 제보했는데?
"'오마이TV' 관련 영상이므로 오마이뉴스에서도 원본 활용이 가능하도록 오늘 오후 전달했다."
- 오늘(13일) 오전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도 소개돼 회자됐는데. 소감은?
"중요한 대통령 선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
- 이번 대선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가 터무니없는 계엄을 선포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실시간 계엄 선포 상황을 지켜보며 공포를 느꼈다.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근절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가 이번 대통령 선거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투표할 것이다."
- 40대인데 주변 20·30대와 대화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일베와 같은 극우 성향의 생각을 가진 청년들이 일부 존재한다. 세월호 피해자와 이태원 피해자를 비난하는 행위를 재미 삼아 소비하는 것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 청년들이 이번 비상계엄으로 무너진 민주주의와 이를 수습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자신들의 생각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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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우연히... 김문수 유세차에서 이재명 영상, 의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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