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차 객실 내 임산부 배려석 음성안내시스템 전 열차 확대 설치(총 46개, 열차당 2개소)에 관한 2022년 당시 공문. 예상 소요금액은 단돈 550만 원이었다.
광주교통공사
임산부 배려석에 사람이 앉으면 적외선 센서로 이를 감지, 15초 후 스피커에서 "고객님께서는 임산부 배려석에 앉으셨습니다. 임산부가 승차하면 자리를 양보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가 흘러나온다.
광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서민주(49)씨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어제도 자리에 잘못 앉은 사람이 안내 멘트에 놀라 옆 칸으로 쫓기듯 이동하는 걸 봤다"면서 " 물론, 배려는 강요는 아니지만 성숙한 시민사회가 정착해야 할 시점에 괜찮아 보인다. 확실히 예전보다 (임산부석에 앉는 일반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광주송정역 인근에 거주하는 임신 6개월의 예비 엄마 최진애(32)씨는 일주일에 3번은 회사로 출근한다. 그는 "자리가 비어 있으면 감사한 마음이 먼저 든다"면서 "아이에게 이런 얘기를 꼭 들려주고, 사회에 배려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공사 직원들이 직접 제작... 유지보수비용 절감
임산부 배려석 음성안내시스템 확대 설치에 대한 재정적 배경도 눈에 띈다. 공사 직원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단 550만 원의 예산을 가지고 직접 나섰다.
광주교통공사 관계자는 "자체 기술과 예산으로 장치를 확대할 수 있었다"면서 "공사 직원이 직접 코딩도 공부하고 납땜도 하면서 비용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최소한 거액의 유지보수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느덧 지하철과 버스 내 임산부 배려석이 도입된 지도 10년이 넘어섰다. 하지만 배려석을 둘러싼 논란은 식을 줄 모른다. 혼잡한 출퇴근 시간에 고정적으로 비어 있는 배려석에 매번 앉아 가는 얌체족도 존재한다. 임산부 배려석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지하철 안에서 임산부가 자리에 앉아가야 할 때 정작 배려석이 비워져 있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 때문에 정작 배려가 필요한 상황에서 임산부가 일부러 배려석을 못 본 척하거나, 조금 떨어져 있는 곳에 서서 가는 일도 빈번하다.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임산부 배려석 관련 민원이 여전히 매년 수천 건, 하루 평균 15건 이상에 달한다. 2022년 7334건, 2023년 7086건, 지난해에는 5800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매년 줄어드는 추세지만, 지난해에만 하루 평균 16건 내외로 적지 않다.
'임산부 배려석'과 '교통약자석' 달리 접근할 수도
임산부 배려석은 임산부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공감대가 형성돼 자발적인 양보가 우선돼야 한다. 광주교통공사나 서울교통공사 등 홈페이지 게시판과 SNS에서도 "배려는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의견과 "임산부를 좀 더 배려할 수 있는 문화정착 필요"라는 의견이 갈리지만, 대부분 후자에 힘이 실린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해 7월, 임산부 배려 캠페인을 통해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지난 2022년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는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교통 약자석 및 임산부 배려석 관련 인식을 조사했다.
그 결과, 대중교통 내 임산부 배려석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85.8%로 높게 나타났다. 임산부의 경우 대중교통 이용이 힘들고(62.6%, 중복 응답), 임산부 배려석이 없다면 임산부들이 먼저 배려받기 힘들기 때문(55.9%)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특히, 임산부 배려석(70.1%) 일반 교통 약자석(58.9%)보다 최대한 비워둬야 한다는 응답이 많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런가 하면, 이미 교통약자석이 존재(60.2%, 중복 응답)하고 여성전용석 같은 인식 조장(50.0%)이라는 답변도 있었다. 그럼에도 임신과 출산에 대한 부분 만큼은 사회적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는 높은 공감(89.4%)을 나타냈다.
일부에서는 "임산부 배려석은 비워두고, 교통약자석은 상황에 따라 양보할 수도 있다"는 절충안을 내놓기도 한다.
서울 성내동의 한 산부인과 의사는 "임산부는 초기와 말기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초기는 임신 안정기에, 말기에는 몸의 균형을 잡기가 힘들다"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더 조심해야 하므로 그만큼 앉아 가는 것이 안정적이다"고 말했다.
임산부를 향한 배려와 자리 양보는 더욱 성숙한 사회 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다. 그 과정에 여러 논란이 생길 때, 소통과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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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써라, 그럼 보일 것이니" 기록은 시대의 자산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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