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착기와 덤프트럭. 4대강 삽질의 현장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었다.
정수근
환경부로 하천 관리를 이관해 놓으면 적어도 4대강 사업과 같은 생태 파괴 공사는 하지 않으리라는 국민적 기대의 발로로 물관리일원화법이 통과되면서 하천 관리가 환경부로 이관된 것인데, 어떻게 그 환경부가 4대강 삽질을 다시 벌일 수 있는지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이날 낙동강네트워크 활동가들은 청덕교에서부터 황강을 따라 상류로 올라가면서 하천 공사 현장과 아직 삽질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을 함께 둘러봤다. 상류로 올라가서 바라본 현장도 청덕교에서 본 현장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이미 대형 굴착기와 수십 대의 덤프트럭이 강 곳곳에서 굉음을 내뿜으며 모래를 파헤치고 나르고 있었다. 마치 전쟁터와도 같았다.

▲두 대의 대형 굴착기가 황강 바로 가장자리에서 모래를 긁어 올리고 있있다.
정수근

▲일렬로 늘어선 덤프트럭. 열심히 모래를 실어 나르고 있었다.
정수근
황강 죽고지구 하천정비사업 현장에서는 강 안으로 들어가 현장을 살폈다. 황강을 기준으로 강 좌안에 서서 강 우안에서 벌어지는 공사 현장이 바로 눈앞으로 다가왔다. 대형 굴착기 두 대가 강 가장자리에서 모래를 긁어 올리고 있었다. 그렇게 긁어 올린 모래를 줄지어 늘어선 덤프트럭들이 실어 나르고 있었다. 16년 전 낙동강에서 고스란히 지켜봤던 바로 광경이었다.
"환경영향평가서에 보면 완충지역이라고 강과 이격 거리를 충분히 둬서 공사를 하도록 하고 있는데, 강 안으로 들어가 마구잡이로 삽질을 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공사를 하고 있는데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뭐하고 있나. 도대체 관리 감독을 하고 있기나 한 것인가."

▲환경영향평가 보완서에 분명히 나와 있는 지시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환경부
현장 모니터링에 함께한 낙동강네트워크 임희자 집행위원장(마창진환경운동연합 의장)의 통탄이다. 그는 현장에서 곧바로 낙동강유역환경청 하천공사2과 책임자에서 전화를 걸어 "이곳은 수많은 야생동물들이 살고 있는 그들의 삶의 터전이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이런 마구잡이식 삽질을 환경부가 벌일 수 있느냐"라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책임자는 "잘모르겠다"라며 "답을 받고 싶으면 정식으로 민원을 접수하라"라고 답했다. 임 위원장은 "그래서 내가 지금 전화로 민원을 접수하는거 아니냐"라며 "불법 현장을 확인해 달라고 하는데 공무원이 이런 식으로 할 수 있느냐"라고 재차 항의했다.

▲강 전체가 공사판으로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하고 있었다.
정수근
황강 하식애에서 만난 수리부엉이 ... 삽질 중단해야
임희자 집행위원장이 항의를 계속하는 사이 일행은 아직 공사하지 않은 구간을 살펴보기 위해 하류로 이동하면서 살폈다. 황강은 세차게 흘러가고 있었고 수심도 제법 깊어 가슴장화를 다들 입었지만 쉽사리 강을 건너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강을 따라 더 하류로 내려갔다.
강의 우안을 따라 산내천이 흘러드는 곳에 다다르자 산내천과 삼각주를 이룬 곳에 물이 완만하게 흘러 도강할 수 있었다. 산내천은 동옹봉을 휘감으면서 흘러 황강과 만난다. 그 동옹봉은 강과 만나는 곳이 하식애를 이루고 있다.

▲아직 공사하지 않은 구간은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이다. 저 멀리 하식애가 보인다
정수근

▲황강의 거센 물결이 만들어낸 하식애
정수근
강의 거센 물결이 수억 년간 산을 깎아 만든 지형인 하식애, 이 곳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수리부엉이가 깃들기 딱 좋은 곳이다. 이 지형은 대구 금호강 팔현습지의 하식애와 흡사하다. 금호강 팔현습지 하식애에 수리부엉이 가족이 살고 있듯이 이곳에서도 수리부엉이 가족이 살고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 확신은 그대로 적중했다. 하식애 5부 능선 가운데 마치 처마처럼 생긴 공간에 수리부엉이 수컷으로 보이는 녀석이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을 포착했다. 너무나도 반가웠다. 마치 수십 년간 만나보지 못한 고향 친구를 만난 듯했다.

▲바위틈 가운데 수컷으로 보이는 수리부엉이 한 마리가 앉아 있다.
정수근
녀석은 그곳에서 황강이 마구 파헤쳐지고 있는 광경을 고스란히 지켜보고 있을 터이다. 녀석과 같이 이 삽질의 현장을 수많은 생명들이 숨을 죽인 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곳곳에 발견되는 수달과 삵의 흔적 그리고 수시로 튀어나오는 고라니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본 사업 환경영향평가서 보완 협의내용을 살펴보면 "현지·문헌조사시 확인된 종 이외에 보호가 필요한 야생생물을 발견할 경우 공사를 중지하고 해당 종의 특성에 따른 적정 보호대책을 수립한 후 공사를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공사는 즉시 중지해야 한다. 수리부엉이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으로 국가가 법으로 보호하는 법정보호종이기 때문이다.

▲모래톱에 선명하게 보이는 수달의 배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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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강 둔치에서 만난 삵의 배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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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강 둔치에서 만난 맷팥쥐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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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즉시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이 사실을 통보하고 공사를 중단시켜야 한다. 그리고 제대로 된 생태조사를 해 이 구간에 정확히 어떤 야생생물들이 더 살고 있는지 똑똑히 확인하고 이 사업 이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날 동행한 낙동강네트워크 곽상수 대표(창녕환경운동연합 대표)의 말이다. 그의 목소리는 그렇게 황강의 물결을 따라 아래로 아래로 흘러가고 있었다.

▲낙동강네트워크 곽상수 대표가 황강을 가로질러 도강하고 있다.
정수근

▲공사에서 살아남은 구간은 이렇게 아름답다. 버드나무가 초록으로 물이 오르고 있다.
정수근

▲서산으로 기울어가는 해가 버들강아지를 비추고 있다.
정수근
한편, 황강은 2020년 8월 집중호우로 홍수가 발생해 주택과 농경지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환경부는 황강 용주지구에 대해 2024년부터 하천정비 사업에 들어가 2027년 하반기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하천정비사업을 포함해 준설과 수목 제거가 완료되면 합천댐 지점부터 낙동강 합류지점까지 황강의 홍수위가 평균 30cm, 최대 93cm로 낮아져 수해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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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기사를 엮은 책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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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강에서 벌어지는 황당한 공사... 환경부 이래도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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