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양원에서 박수 치시는 어머니.
강충민
- 어머니가 요양원에 가신 지 한 달이 조금 넘은 것 같은데요.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해할 독자들이 많을 것 같아요.
"다행히 요양원 생활에 적응을 잘 하고 있습니다. 엄마를 포함한 네 명이 같은 방에서 생활하는데 이제는 서로 개인적인 얘기도 나누는 것 같아요. 저희들이 면회를 가면 같이 생활하는 분에 대한 이야기를 저희들(나, 각시, 아들, 딸)에게 들려줍니다. 식사 후에 같이 모여서 노래도 부르고 얘기도 한다면서. 서로 말벗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안심이 됩니다.
요양원 생활 모습을 자주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가령, 엄마가 밝게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면 안심도 되면서 많은 감정이 교차합니다. 엄마는 치매가 없으시고 인지 능력이 워낙 좋으셔서 당신의 요양원 일상을 잘 알려주는데, 부정적인 이야기는 아직 없습니다. 혹시라도 불편하거나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얘기하라고 했는데, 평생을 남에게 싫은 소리 한 마디 하지 않고 사신 분이라 과연 그런 의사 표현을 할지 의문이기 합니다."
- 요양원은 면회가 어떻게 되나요? 외출이나 외박 같은 것도 가능한가요?
"엄마가 계신 요양원은 가족 편의를 많이 생각해주는 편인 것 같아요. 요양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는 토,일요일 중에 하루 면회를 하고, 내가 주중에 또 한 번 갑니다. 직장 다니는 각시와 대학생인 딸 그리고 이제 초등학교 교사로 출근하는 아들에 비해 저는 주중에 시간을 낼 수 있으니 저 혼자 엄마보러 요양원에 갑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한 시간 정도 하고 옵니다. 조금이라도 엄마가 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제 한 달 반 정도 지났는데 외출은 두 번 했습니다. 요양원에서 모든 것을 다 전담해주는 것은 아니고, 다니던 병원에서 정기검진하고 처방전을 받는 것은 가족이 그대로 해야 합니다. 그래서 병원을 모시고 가면서 외출했고, 밖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요양병원과 달리 요양원은 사전에 예약하면 외출, 외박도 할 수 있는데, 아직 날이 추워서 외출 외박은 자제하고 있습니다. 이제 날이 따뜻해지면 햇빛 따사로운 날을 골라 외출도 하고, 주말에는 집으로 모시고 와서 외박도 할 예정입니다."
- 요양원 밖에서 어머니를 지켜보는 가족의 마음은 어떻던가요? 가장 걱정되시는 게 있다면.
"엄마가 스스로 당신의 불편함을 이야기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지요. 우리 아들이 태어난 다음 해인 2001년부터 모시고 살면서 엄마는 단 한 번도 "이게 싫다. 불편하다"라는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아무리 정성껏 보살핀다 해도 요양원 입장에서는 많은 수용자 중의 한 명일 텐테, 가족과 같은 입장에서 불편함을 미리 알고, 돌봄을 한다는 게 가능할지 걱정이지요. 그러나 지금은, 입소가 최선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겠다던 요양원 측의 말을 전적으로 믿어야겠지요. 그게 최선인 듯합니다."
- 요양원 선택하실 때 기준 같은 게 있으셨는지. 어떤 걸 고려해야 할까요?
"우선 집에서 가까운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이동이 자유롭고 혹시나 있을 만일의 상황에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으니까요. 이 조건을 미리 정해놓고 그 다음에는 주위 평을 들었습니다. 제가 사는 이곳 제주는 아무래도 지역 사회다 보니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지인들에게서 얘기를 듣는 것이 정확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다음은 상담을 받으면서 시설과 한 방에 몇 분이 생활하는지를 듣고 결정했습니다."
- 요양원에 가신 어머니에게 생긴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말벗이 생긴 거 아닐까요? 엄마는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같은 처지의 분들과 얘기하는 것을 참 좋아했습니다.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집에 혼자 있는 동안에는 많이 무료했겠지요. 집에 가족이 있어도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엄마를 요양원 보내놓고 드는 여러 감정(미안함, 죄책감, 불안함)이 들지만 말벗이 생겨 좋아하시는 모습이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습니다."
혼자 감당하면 포기해야 하는 일 많아
- 돌봄 노동은 대부분 50대 이상 여성의 일로 대부분 생각해오곤 했는데, 기자님의 경우는 아들이 돌봄의 주체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이 인상 깊게 읽으신 것 같아요. 부모를 돌보는데 아들딸 구분이 없어야 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기자님의 경우엔 워낙 오래전부터 어머니와 함께 살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리 되셨던 것이지요? 그럼에도 형제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낀 때가 있었다면요?
"엄마가 지금껏 살아온 세월과 처한 특수성 때문이겠습니다. 엄마는 제가 고등학교 1학년 1983년에 실명을 하신 1급 시각장애인입니다. 엄마의 지난 세월을 말하려면 몇 날 몇 일도 모자랍니다. 이런 엄마를 제가 보호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결혼하고 아들 낳은 다음 해인 2001년에 엄마를 모시고 왔습니다. 당연히 제가 모시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에서는 조금도 고민이 없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혼자 하면 힘든 법이지요. 물론 우리 가족들이 합심하고, 특히 각시가 발벗고 돌봄을 같이 하지만 힘들 때 많습니다.
가장 상징적인 것이 뭐냐 하면, 저희 가족 네명(나, 각시, 아들,딸)은 단 한 번도 네 명만 여행을 갔다 온 적이 없습니다. 해외 가족여행은 아예 생각도 해 보지 않았습니다. 엄마를 혼자 두고 여행을 가는 것이 불안했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거동을 할 수 있을 때는 국내여행을 몇 번 같이 했습니다.
혼자 감당하면 포기해야 하는 일이 많습니다. 저는 그런 포기가 그저 당연한 걸로 알고 살았습니다. 형제가 돌봄을 같이 하게 되면 아무래도 부담이 덜해집니다. 가끔은 짓누르는 무게가 버거울 때도 있습니다. 모든 어려움이 나누면 덜해지듯이 돌봄을 같이 하면 부담도 덜하고 가끔 불쑥불쑥 드는 서러움이 조금은 누그러질 것 같아요."

▲ 워커를 이용해 걷기 연습을 하시던 때의 어머니.
강충민
- 말씀 하셨지만, 고령화 사회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돌봄을 개인의 책임으로 두는 게 아닌가 싶어요. 어머니를 오래 모시면서, 이런 건 좀 사회가 나서줘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 것들이 혹시 있었을까요?
"우리 가족은 엄마를 요양원 보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까를 고민했습니다. 다행히 그 고민은 금전적인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금전적 부담으로 요양원 입소를 망설이는 경우가 수도 없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적어도 이런 부담감만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소득별로 부담 금액이 차등 적용되고 있는데, 이마저도 부담인 가정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전적으로 국가가 부담하는 것은 엄청난 예산확보 등, 문제 해결에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부담의 비율을 완화시키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기사 댓글을 보면 전부 고해성사라도 하는 것 같았어요... 그 글들을 보면서 돌봄이 기자님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생각을 더 하게 되었어요. 비슷한 상황에서 고민하고 있을 분들에게 한 마디 해주실 내용이 있을까요?
"정말 많은 댓글이 달렸습니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어보았습니다. 소수를 제외하고, 거의 다 제 이야기에 공감하는 내용이더군요, 지금 벌어지는 우리 모두의 일이며 앞으로 다가올 우리의 미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댓글 중에는 정성껏 차린 설 음식이 마지막 만찬이었다고, 제 마음을 할퀴는 글도 있었습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제 불효를 들켜버린 것 같았습니다. 많은 글에서 응원을 받았고 위안받았습니다. 차마 댓글 하나도 답을 달지 못했습니다. 들켜버린 부끄러움 때문이었습니다.
아쉽고 후회되고 미안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있을 때 잘해'라는 말처럼 엄마가 건강하셨을 때 더 추억을 쌓을 걸 하는 아쉬움이 계속 듭니다. 그래서 엄마가 요양원에 계신 지금도 더 많은 추억을 쌓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요양원 입소를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아쉽게도 시원한 답을 드리지 못하겠네요. 우선 가장 중요한 건 부모님이 동의를 하셔야 되겠더라고요. 주위에서도 억지로 보내듯이 했다가 적응 못하고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종종 봤거든요. 버려진 듯한 느낌을 받으면 그게 얼마나 상처가 될지 짐작하고도 남으니까요.
그리고 부모님을 요양원에 모셨다고 해서 자식들의 일이 끝나는 건 절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해요. 요양원에 근무하시는 선생님들 말로도 요양원에 모시고, 1년에 두세 번도 안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하더라고요. 혹여 우리 가족이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을 하고 있지요. 요양원에서 알려준 폰으로 자주 전화로 드리고요. 초기에는 간혹 버려졌다는 느낌이 들 수 있으니 그러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해요."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공유하기
설날 이후 요양원 간 32년생 엄마, 그 후 이야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