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정마을은 한양도성 아래 자리잡았습니다. 예스러움이 묻어납니다.
전갑남
북정마을은 올망졸망 수백 가구가 서로 어깨를 맞대어 정답게 마을을 이룹니다. 집과 집 사이 사람 하나 지날 수 있는 꼬불꼬불 좁은 골목으로 이어집니다. 오래된 골목길과 낡은 집들은 옛 모습 그대로입니다.
북정마을은 조선시대 군사가 진을 치면서 북적북적거리는 소리, 또는 조정에 바치는 메주 쑬 때 북적북적 끓는 소리를 따서 '북적마을'이라 불렀는데, 나중 '북정마을'이 되었다 합니다.
일제강점기 때는 만해 한용운, 상허 이태준 등의 가난한 예술가들이 살고, 6.25한국전쟁 이후 피난민과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한양도성 성곽 아래 판자촌을 이루고 살면서 마을이 점점 커졌다고 합니다. 서울로 몰려든 사람들이 거친 땅을 깎고 돋우어 저마다 집을 짓고 골목에 모여 이웃이 된 마을이라 할 수 있습니다.

▲ 북정마을은 아기자기한 멋이 있습니다.
전갑남
어느 집 대문 앞 작은 화분에 예쁜 꽃이 피었습니다. 어떤 집은 문전옥답 부럽지 않은 화분 텃밭에서 고추 몇 포기와 야채가 자라고 있습니다. 정성 어린 손길이 느껴집니다.
북정마을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오손도손 살아갈까? 담장이 어깨 높이 정도로 낮아서 걷다 보면 집안 살림살이가 들여다보입니다. 낮은 담에서 이웃에 대한 믿음이 있는 것 같아요. 남들이 뭐라 한들 하늘 가까운 곳에 내 손으로 집 장만하고 정붙이고 사는 마을이라 생각됩니다. 지금 사는 내 집이 최고라 여기면서요.
공기 좋고 정 많은 사람이 산다
가파른 골목길 끝에 오르니 땀이 차고 숨이 가쁩니다. 가게에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 먹습니다. 주인에게 언덕길 오르내리는 일이 힘들겠다고 하자 의외의 말을 꺼냅니다.
"수십 년 다닌 길이라 익숙해져 괜찮아요. 그보단 여긴 공기 좋고 인심이 좋아 살기 편한 걸요. 요즘은 젊은 친구들이 많이 들어와 개성 있는 가게들을 차려 새로운 변화도 일으키고요."
마을버스가 다니는 길을 따라 내려오자 마을쉼터로 보이는 데서 까르르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아주머니 몇 분이 음식을 나눠 잡수고 계십니다. 삭막한 도회지에서 살가운 온정이 오가는 모습이 보기 좋아 보입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소박한 모임이 여기서는 일상처럼 즐기는 듯싶습니다.

▲ 마음쉼터에서 주민들이 음식을 나눠먹고 있는 모습은 정겨워 보였습니다.
전갑남

▲ 북정마을은 낡음에서도 사람사는 맛이 느껴집니다.
전갑남
세상의 속도와는 무관한 존재로 남아있는 북정마을. 600여 년 지난 세월과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이 함께 머무는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북정마을은 2015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구릉지 지형을 따라 구축된 한양도성과 일체화를 이룬 북정마을이 독특한 경관과 멋을 지니고 있어 이를 지키고 가꾸어야 할 유산이 된 것입니다. 현재 마을 공동체 활동을 통해서 지역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정마을을 천천히 걸으면서 도심 속 시골 마을 같은 포근함이 느껴집니다. 비록 높은 빌딩 숲에 밀려 낡고 옹색해 보이지만, 아련한 옛 추억을 불러들이기에 충분합니다. 잊고 지낸 시간이 새록새록 피어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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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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