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6
원고료로 응원하기
본문듣기 등록 2020.10.13 07:10 수정 2020.10.13 07:10
“아니요. 저는 아직 다 안 먹었는데요.” 몸무게 60kg 정도의 마른 체형인 그는 순대국밥을 주문하면서 공깃밥 1그릇을 더 달라고 했다. 깍두기와 김치도 산더미처럼 그릇에 담아왔다. 밥을 천천히 먹는다는 그의 식사시간은 1시간을 훌쩍 넘겼다. 일찌감치 식사를 마친 취재진은 방해하지 않기 위해 말을 아껴야 했다. 테이블에서는 뚝배기 그릇과 숟가락이 부딪히는 소리만 간간히 들렸다. 그는 1시간 30분 만에 국밥과 밥 2그릇, 깍두기와 김치까지 깨끗이 비워냈다. 밥풀 한 알, 김치 한 점 남지 않았다. 부산이 고향인 김상민(50, 가명)씨가 대학동 고시원에 자리를 잡은 건 지난 2002년 12월.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몇 차례 응시한 사법시험은 성과가 없었고 그대로 대학동 고시원을 전전하며 살고 있다. 고시원이나 학원 총무 등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계비를 벌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는 줄어들고 있다. 요즘에는 별다른 일을 하지 않고 지낸다. “아르바이트를 하다말다 했는데, 이제 나이 드니까 사무실, 학원 같은 일은 채용이 안돼요. 덩치가 작으니까 노가다 같은 인력시장도 안되고. 2016년부터 공공근로 자활을 했는데 그것도 일이 있다가 없으니까….”

하루 세 끼는 사치

그의 통장에 남은 돈은 100여만원. 고시원 월세(23만원)는 주거급여를 받아 내고 있지만, 식비 등 생활비가 그에겐 늘 고민거리다. 식비를 줄이기 위해 그는 매일 '1.5끼 식사'를 한다. 대학동 무료급식소에서 점심 1끼를 먹고 밥 등 남은 음식을 싸오는 것이다. 점심 한 끼는 최대한 많이 먹는다. 국밥집에서도 공깃밥 2그릇을 악착 같이 비워낸 그였다. "식당(무료급식소)이 12시부터 시작되는데, 저는 12시 50분쯤? 거의 끝날 때쯤 가요. 그러면 거기에서 음식 남은 걸 받아와서 나중에 저녁을 먹는 거죠. 음식이 남지 않는 날도 있는데 그러면 굶거나, 편의점 같은 데서 견과류나 빵을 사먹어요. 1000~2000원 정도면 되니까. 단돈 100원도 필요한 데만 쓰려고요." 고시원에서의 생활도 그에겐 말 못 할 스트레스다. 1개 층에 10여개 방이 모여 있는 고시원 특성상 소음 문제는 끊이지 않는다. 소음 문제를 이야기할 때 그의 표정은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요즘에는 성격이 험한 이웃들이 많아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방문을 쾅쾅 닫는 사람들도 많고요. 한 층에 10명이 살다보니까 오가면서 부딪히기도 하고, 소리도 많이 나고요. 화장실도 한 층에 1개 정도밖에 없어서 아침에는 항상 사람이 차 있어요. 요즘에 사람들도 험한 사람들, 성질 더러운 사람들이 참 많아서 뭐라 하기도 그렇고 스트레스가 많아요." 고시원 생활이 힘들어 공공임대주택을 알아본 적도 있다. 하지만 임대주택에 들어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고령자, 장애인 등에게 우선순위가 밀리면서 임대주택 입주 기회는 돌아오지 않았다. "고향에 계신 어머니도 수급자이고 저를 도울 형편이 안돼요. 저처럼 어중간한 나이는 임대주택을 들어가기도 어렵고요. 주거급여 받는 걸로만 월세를 내려면 여기 고시원 말고 다른 곳은 찾기가 어려워요."

VR화면으로 고시원 내부를 살펴볼 수 있다. 마우스 또는 손으로 움직이면 회전 및 확대, 축소할 수 있다.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