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3% vs. 45.2%
'제3세력 대선 후보' 윤석열이든, '국민의힘 대선 후보' 윤석열이든, 차이가 없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향후 정치행보에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오마이뉴스>는 9~10일 이틀동안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총 통화 1만3532명, 응답률 7.4%)을 대상으로 윤 전 총장이 제3세력 후보로 출마할 때와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할 때의 투표 의사를 각각 물었다. 질문의 순서와 문항은 다음과 같다.
Q1.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 후보가 아닌 다른 정당 또는 무소속 후보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경우에, 만약 내일이 투표일이라면 귀하께서는 윤 전 총장을 찍겠습니까, 또는 찍지 않겠습니까? (선택지 1~2번 로테이션)
1. 찍겠다
2. 찍지 않겠다
3. 잘 모르겠다
Q2. 그럼 이번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후보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경우에, 만약 내일이 투표일이라면 귀하께서는 윤 전 총장을 찍겠습니까, 또는 찍지 않겠습니까? (선택지 1~2번 로테이션)
1. 찍겠다
2. 찍지 않겠다
3. 잘 모르겠다
조사 결과, 제3세력 후보일 경우 "찍겠다" 45.3%, "찍지 않겠다" 46.1%, "잘 모르겠다" 8.7%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후보의 경우 역시 "찍겠다" 45.2%, "찍지 않겠다" 47.1%, "잘 모르겠다" 7.7%로 나타났다. 두 문항이 거의 비슷한 결과다. 제3세력일 때보다 국민의힘 후보일 때가 긍정층은 0.1%p 줄어들고, 부정층은 1%p 늘어나고, 유보층은 1%p 줄어드는 차이를 보이지만,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1%p)를 고려할 때 통계적으로 거의 무의미한 수준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얻는 표와 잃는 표 서로 엇비슷
ⓒ 박종현
이런 결과가 나타난 이유는 윤 전 총장이 제3세력 후보를 선택하든 국민의힘 후보를 선택하든 각각 새로 들어오는 표와 빠져나가는 표의 규모가 작고 서로 비슷해 상쇄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위 도표에서 볼 수 있듯이 윤 전 총장이 제3세력 후보일 경우 찍겠지만 국민의힘 후보일 경우 찍지 않겠다는 응답은 5.5%인데, 그 반대로 국민의힘 후보일 경우 찍겠지만 제3세력 후보일 경우 찍지 않겠다는 응답 역시 5.4%로 거의 같았다. 마찬가지로 제3세력 후보일 경우 유보적이지만 국민의힘 후보일 경우 찍겠다는 응답은 2.2%, 그 반대로 국민의힘 후보일 경우 유보적이지만 제3세력 후보일 경우 찍겠다는 응답 역시 2.2%로 완전히 같았다.
윤 전 총장의 소속과 관계없이 모두 찍겠다는 응답은 전체 응답자의 37.6%, 반대로 어떤 경우에도 찍지 않겠다는 응답은 39.7%였다. 국민의힘 지지층의 70.9%, 보수층의 59.5%는 어떤 경우에도 투표 의사를 유지했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의 82.6%, 진보층의 65.0%는 어떤 경우에도 투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호불호가 명확히 갈릴 뿐 아니라 그 규모도 비슷한 인물인 것이다.
조사 결과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권역별로는 인천·경기와 광주·전라에서는 찍지 않겠다는 응답이 우세하고, 부산·울산·경남과 대구·경북에서는 찍겠다는 응답이 우세하며, 서울과 대전·세종·충청에서는 팽팽한 패턴이 두 문항 모두 동일했다. 20대(18·19세 포함)부터 40대까지 젊은층에서는 찍지 않겠다는 응답이 우세하고, 60대 이상 노년층에서는 찍겠다는 응답이 우세하며, 50대는 팽팽히 갈리는 패턴 역시 두 문항 모두 같았다. 제3지대냐 국민의힘이냐가 권역별, 세대별 여론에 큰 영향이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지지정당별 분석에서 무당층의 경우 미묘한 변화를 엿볼 수 있는데, "찍겠다"는 응답이 제3세력일 때 43.8%에서 국민의힘일 때 40.3%로 3.5%p 줄어들었다. 반면 "찍지 않겠다"는 응답은 제3세력 33.6%, 국민의힘 37.8%로 4.2%p 상승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놓고 보면, 제3세력 77.5% - 국민의힘 80.0%로 2.5%p 상승했다.
이념적 중도층의 경우 제3세력 후보일 때 49.6%, 국민의힘 후보일 때 49.3%가 찍겠다고 답해 거의 같았다. 보수층의 경우에는 찍겠다는 응답이 제3세력 후보일 때 66.0%, 국민의힘 후보일 때 73.6%로 국민의힘 후보일 때 더 늘어났다. 반면 진보층은 찍겠다는 응답이 제3세력 24.6%, 국민의힘 21.4%로 줄었다.
'반문 대표성' 확보한 윤석열, 기존 야권 정당 압도
▲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은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해 사의를 표명하던 중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3월 초 현재 윤석열이라는 인물의 존재감이 매우 강력해 소속 정당이라는 변수를 압도하는 상황임을 보여준다. 이는 국민의힘 입당이든, 국민의당과의 결합이든, 제3정당 창당 또는 무소속이든, 향후 행보에서 윤 총장의 선택의 폭을 넓히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윤석열 전 총장이 반문 대표성을 확고히 굳힌 상태라서 국민의힘 당적 여부가 고려 요소가 아닌 것"이라며 "국민의힘과 윤석열의 관계에서 국민의힘이 일종의 하위개념, 종속요소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 역시 "현실적으로 유권자들이 윤석열을 보수 우파의 후보, 야권의 후보, 문재인 정권에 대항하는 후보로 인정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윤 전 총장은 정말로 국민의힘 대신 제3지대를 선택할까? 엄경영 소장은 "윤 전 총장 개인의 비중이 국민의힘이라는 당을 압도하는 만큼, 본인이 제3지대에서 국민의힘을 흡수‧대체하는 전략을 쓸 가능성이 크다"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지금은 '반문 대표성'이라는 힘이 크기 때문에,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 당장 압박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막상 선거 시기가 되면 무소속이나 제3후보에게는 믿음이 안 가는 딜레마가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돌풍을 일으켰다 꺼질 때도 그런 식이었다"라고 지적했다. 장성철 소장 또한 "대선일이 다가오면 정당 기반 없이 홀로 무소속 후보가 이겨내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라며 "윤 전 총장이 처음에는 국민의힘과 거리두기를 하겠지만 적절한 시점에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80%)·유선(20%)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집방법은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RDD) 방식을 사용했고, 통계보정은 2021년 1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별, 연령대별, 권역별 가중 부여 방식(림가중)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오른쪽 '자료보기' 버튼을 클릭하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