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르는 이낙연, 상승세 이재명, 그리고 윤석열의 등장. 2020년 6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정례조사 결과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22일부터 26일까지 5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2537명(응답률 4.1%, 6만1356명 접촉)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8%를 기록하며 여야 대선주자를 통틀어 1위에 올랐다. 지난해 6월 이후 13개월째 선두이지만, 지난달 조사보다 3.5%p 하락한 수치다. 2개월 연속 하락이다. 다만 2위와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5.6%로 3개월 연속 2위에 올랐다. 지난달보다 1.4%p 상승했다. 1위 이 의원과의 격차는 15.2%p로 크지만, 지난달(20.1%p 차이)보다는 좁혀졌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이번 조사에서 처음 후보에 포함시킨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윤 총장은 두자릿수인 10.1% 기록하며 단숨에 3위에 올랐다. 야권 후보 중에서는 1위다. 홍준표 의원과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를 여유있게 제쳤다.
윤 총장이 등장하자 야권 후보들은 모두 선호도가 조금씩 빠졌다. 홍 의원은 지난달 대비 1.1%p 하락하며 5.3%를 기록해 4위에 올랐고, 황 전 대표는 2.0%p 하락하며 4.8%를 기록해 5위에 그쳤다. 이어 오세훈 전 시장이 4.4%(▼0.3%p)로 6위, 안철수 전 의원이 3.9%(▼1.0%p)로 7위,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7%(▼0.2%p)로 8위를 기록했다.
그 뒤를 이어 9위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2.5%, ▲0.1%p), 10위는 박원순 서울시장(2.4%, ▲0.1%p), 11위는 유승민 전 의원(2.3%, ▼1.1%p)이 차지했다. 이어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김부겸 전 의원이 1.7%로 공동 12위,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5%로 14위였다. (기타인물 1.4%, 없음 6.2%, 모름/무응답 2.6%)
범진보·여권 주자군(이낙연·이재명·심상정·박원순·김경수·김부겸·임종석)의 선호도 합계는 지난달보다 1.6%p 하락한 56.3%를 기록했다. 반면, 범보수·야권 주자군(윤석열·홍준표·황교안·오세훈·안철수·원희룡·유승민)은 4.4%p 오른 33.6%였다. 양 진영 간 격차는 28.7%p에서 22.7%p로 좁혀졌다.
[이낙연] 2개월 연속 하락해 총선 이전 수준 복귀... 그래도 1강
[이재명] 완만한 상승세... 1위와 격차 계속 좁히는 중
[윤석열] 등장하자마자 야권 후보 1위... 이재명과 함께 2중 형성
[홍준표, 황교안] 윤석열 호명되자 모두 하락... 다른 야권 후보들도 마찬가지
▲ 정세균 총리의 시정연설 듣는 이낙연 의원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를 거쳐 제21대 총선에서 당선돼 여의도로 복귀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종로)이 29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 정세균 총리의 제3차 추경안 시정연설을 듣고 있다. ⓒ 남소연
윤석열 검찰총장은 황교안 전 대표의 몰락으로 차기 주자를 찾아헤매는 보수층의 주목을 받는 분위기다. 미래통합당 지지층의 23.9%, 이념적 보수층의 15.9%가 윤 총장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 평가층에서는 21.4%를 기록했다. 모두 해당 계층에서 14명 중 1위다.
윤 총장의 선호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지역적으로 대전·세종·충청(18.0%)과 대구·경북(14.1%)에서 전체 평균(10.1%)보다 높게 나타났다. 부산·울산·경남 10.0%, 서울 9.4%, 경기·인천 8.3%를 기록했다. 광주·전라에서는 5.4%에 그쳤다. 연령별로는 60대(17.9%)와 50대(11.9%)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30대 9.3%, 70세 이상 8.8%, 40대 7.6%, 18~29세 6.1%를 기록했다.
이념적 중도층(12.2%)과 무당층(10.9%)에서도 전체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과 진보층에서는 각각 1.6%와 4.3%에 불과했다. 남성은 11.2%로 상대적으로 높았고, 여성은 9.0%로 평균보다 낮았다.
이낙연 의원은 모든 지역과 연령, 연령대에서 선호도 1위를 기록했다. 다만 지난달과 비교해서 전반적으로 빠졌는데, 지지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진보층(▼6.8%p, 52.7%→45.9%)과 30대(▼8.5%p, 40.2%→31.7%), 경기·인천(▼6.2%p, 34.8%→28.6%)의 하락이 눈에 띈다. 그외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한 계층은 50대(▼7.7%p, 37.7%→30.0%)와 60대(▼6.9%p, 36.2%→29.3%), 대구·경북(▼8.0%p, 31.1%→23.1%), 보수층(▼4.6%p, 20.0%→15.4%) 등이다.
반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30대(▲3.8%p, 14.0%→17.8%)와 경기·인천(▲3.5%p, 19.0%→22.5%)에서 상승했다. 또한 대구·경북(▲2.8%p, 8.8%→11.6%), 부산·울산·경남(▲2.3%p, 10.9%→13.2%), 18~29세(▲2.3%p, 13.2%→15.5%)에서도 상승했다.
윤석열 10.1%를 어떻게 볼 것인가
▲ 윤석열 검찰총장은 황교안 전 대표의 몰락으로 차기 주자를 찾아헤매는 보수층의 주목을 받는 분위기다. 사진은 지난 2월 1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대비 전국 지검장 회의'에 참석해 회의를 주재하는 윤 총장의 모습. ⓒ 유성호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이낙연 의원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아직은 괜찮지만, 반등의 기회를 만들지 못하면 진짜 위기가 올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엄 소장은 "최근 현안에 대해 이 의원이 '리스크(위기) 관리형' 메시지에 치중하면서 진보층에 제대로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총장의 등장에 대해서는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계속 각을 세우면서 보수층의 관심이 윤 총장에게 집중된 결과"라며 "황교안 전 대표 이후 보수쪽 주자의 공백기가 생기면서 발생하는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이라고 진단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윤 총장의 선호도가 앞으로도 유지될지 여부는 여당에 달려있다"라며 "여당이 윤 총장을 때리면 때릴수록 존재감이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실장은 "아직 차기 대선까지 많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보수야권의 대선주자들이 모두 고만고만하다"라며 "다음 선거까지 보수 지지층이 이탈하지 않도록 붙잡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 윤 총장이 그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윤 실장은 이낙연 의원 측의 메시지 관리에 대해 "현안에 대해 어떤 방향으로든 목소리를 내면 지지자 사이에서 호오가 생길 수 있으므로 전당대회 전까지는 잠수하겠다는 전략"이라며 "전당대회가 시작되면 노출도가 클 것이다, 그때부터가 피할 수 없는 심판대"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10%) 전화면접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으로 실시했다. 표집틀 및 표집방법은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을 사용했다. 통계 보정은 2020년 4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9%p다. 자세한 조사 결과 자료는 오른쪽 '자료보기'를 클릭하거나,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오마이뉴스>와 리얼미터는 2018년 11월 이후 매월 마지막 주에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