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훈(28세, 남)

폼생폼사. 남훈씨가 자신을 위해 돈을 쓰기 시작한 것은 사실 얼마 되지 않는다. 오전 6시에 강화마루 건설 회사로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면, 곧장 저녁 아르바이트를 위해 집 근처 골프장으로 향했다. 어릴 적 부모님이 고생하며 일군 이불 공장이 두 차례 화재를 겪고 또 극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들은 돈벌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엄마, 나 돈 많이 벌 거야."

엄마는 어느 날 아들이 건넨 말을 기억했다. 공장 일 때문에 매번 작업복을 입고 있는 옷차림을 못마땅했는지 생일날 바바리코트를 사다 주던 아들이었다. 7살 터울의 막내 여동생에게 때때로 용돈을 주고, 보험을 들어준 오빠였다. 고등학교, 대학교 때도 용돈 한 번 타 쓰지 않은 아들. 경제관념이 확실했다. 엄마는 남훈씨에게 늘 "남의 주머니에 있는 돈 내 주머니에 옮기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가르쳤다.

박영수씨는 아들이 건넨 옷을 보고 "엄마가 이렇게 젊냐, 이놈아"라며 기분 좋은 면박을 했다며, 그 때를 떠올리며 웃음을 지었다. 레시피대로 요리하길 즐겼던 남훈씨는 가족들에게 제대로 맛을 낸 콩나물 대패삼겹살 두루치기도 이따금 해줬다. 친구에게 지나가듯 한 말이지만 그는 언젠가 '삼겹살집'을 해보고 싶다고 했단다.

돈벌이를 시작하면서, 돈 쓰는 재미를 알아갔던 남훈씨. 또래 사이에서 유행하는 반지갑도 사보고, 맘에 들면 브랜드 옷도 곧잘 샀다. "그렇게 살다가 나이 서른 넘으면 어떡할래" 걱정하는 엄마에게 아들은 말했다. "조금만 누려볼게요. 서른까지만 해보고 안 할게요." 지난해 연애를 다시 시작한 아들의 얼굴은 활기로 가득했다. 그랬던 아들이, 서른이 되기 직전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