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인영(23세, 여)

인영씨는 부부에게 "다정한 친구 같은 딸"이었다. 대학 입학 후 타지에 떨어져 살면서도 인영씨는 틈만 나면 엄마·아빠와 여행길에 나섰다. "봄에는 하동·남해, 여름엔 여수·목포, 가을엔 설악산·강릉, 겨울엔 스키장..." 부부는 딸과 찾았던 여행지를 하나하나 읊으며 잠시나마 미소를 내보였다.

가족의 마지막 여행지는 참사 전 여름의 제주도였다. 인영씨와 애틋했던 할머니·할아버지도 함께 여행길에 올랐다. 한라산에 오르고 싶었던 엄마·아빠가 하루 동안 따로 일정을 소화하는 중에도 인영씨는 살뜰히 할머니·할아버지를 챙겼다.

참사 2주 전인 10월 15일은 인영씨 생일이었다. 평소 같으면 전주에 있는 부모님 집으로 왔을 인영씨지만 이번엔 하루 앞으로 다가온 정보처리기사 자격증 실기시험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대학 졸업을 앞뒀던 인영씨는 엄마·아빠에게 "1년 동안 확실히 준비해 IT(정보통신기술) 대기업에 입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인영씨가 떠나고 얼마 후, 휴대전화로 전송된 자격증 합격 문자를 보고 부부는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