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님의 소설 중 '도둑맞은 가난'이란 명작을 아시나요?
간단하게 줄거리를 말하자면,
공장에서 일하는 여주인공이 있습니다. 어느날 배가 고파 풀빵으로 점심을 대신하던 중, 풀빵을 고상하게 먹는 한 남자가 그렇게 허겁지겁 먹지 말라고 말을 건 걸 시작으로 그녀는 같은 공장의 그 남자가 점점 좋아졌죠. 둘 다 없는 형편에 따로 자취하고 있었는데, 여자가 그럴 바에 우리 연탄 값도 절약할 겸 같이 동거하자고 했죠. 그래서 동거를 시작했고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남자는 원래 부잣집 대학생 아들이었던 거죠. (그 공장 사장 아들이었던가? 하여튼...) 그 남자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가난이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려고 일부러 방학 동안 그런 생활을 경험하게 했다는 거죠. 그 남자는 그 여자의 접근을 자신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연탄값을 아끼려는 행위로 보고, 자기집에서 식모를 하라고 연탄 하나 때문에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점잖게 타이릅니다.
결국 자신을 사랑해서 결혼한 거라기 보다는 가난을 배우려고 사랑을 가장한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 여주인공이 마지막으로 하는 말...
<인용> "나는 우리 집안의 몰락의 과정을 통해 부자들이 얼마나 탐욕스러운가를 알고 있는 터였다. 그러나 부자들이 가난을 탐내리라고는 꿈에도 못 생각해 본 일이었다. 그들의 빛나는 학력, 경력만 갖고는 성이 안 차 가난까지를 훔쳐다가 그들의 다채로운 삶을 한층 다채롭게 할 에피소드로 삼고 싶어한다는 건 미처 몰랐다. 나는 우리가 부자한테 모든 것을 빼앗겼을 때도 느껴보지 못한 깜깜한 절망을 가난을 도둑맞고 나서 비로소 느꼈다."
이회창이 드디어 우리의 추모 집회마저 빼앗아가려 하는구나 싶네요.
정말 탐욕스럽습니다. 평상시의 가난에는 손톱의 때만큼도 관심을 안 가지시던 분이, 선거철이 되니까 우리의 가난을 빼앗으려 하는군요!
제발 우리대로 가난하게 살게 놔두시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