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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 서준식의 100인위를 지지한다.(0)
  퍼온글 2001.02.28 00:29 조회 0 찬성 0 반대 0
[가리사니] 100인위원회를 지지한다

`운동사회 성폭력 뿌리뽑기 100인 위원회'는 지난 해 말 16건의 운동사회 성폭력 사례와 가해자들 명단을 공개함으로써 진보운동계를 강타했다. 운동사회 성폭행의 존재를 만천하에 드러내놓은 것도 충격적이었거니와 성폭행 가해자의 실명 공개라는, 상식을 뛰어넘은 방식은 운동사회에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 동안 논쟁의 과정에서 이들 여성 활동가들에게 퍼부어진 수많은 원색적인 비난에도 불구하고 나는 100인위원회의 활동이 한국의 진보운동과 여성운동에 매우 값진 성과를 남길 것이라고 믿는다.
백인위원회에 쏟아지는 비난은 대체로 가해자의 실명 공개, 피해자 주장 중심주의, 그리고 성폭력 정의의 당혹스러운 광범위함 등으로 집약될 수 있다. 100인위원회가 `성폭력 뿌리뽑기'의 원칙으로 삼는 이 세 가지 방식은 당연히 큰 파장을 몰고 왔다. 가해자의 인권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난, `객관적이고도 정밀한 조사' 없이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성폭력사건으로 단정하고 있다는 비난, 따라서 성폭력의 경계가 어디에 있는지 도무지 애매하다는 비난이 쏟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비난 밑바닥에는 진보운동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는 불만이 광범위하게 도사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100인위원회의 고뇌와 결단은 과거 운동사회의 성폭력이 항상 진보진영의 단결과 대의를 보호하는 고려 속에서 결국 가해자의 행위를 덮어버리고 오히려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만을 가중시켜 왔다는 쓴 경험에서 나온다. 결과적으로 가해 남성들은 유능한 운동가로서 운동사회에 남고 피해 여성은 실의 속에 운동사회를 떠나게 되는 전도된 결과로 끝났다. 여성들에게 이런 경험은 완강한 절벽 그 자체였을 것이다. 100인위원회의 방법에는 나 자신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진정 운동사회의 성폭력을 뿌리뽑기로 결심을 한다면 실효를 거둘 수 있는 처방은 이런 것밖에 없어 보인다.

역사를 보면서 언제나 실감하는 것은 인권 개념의 발전과 외연 확대의 과정에는 언제나 당대의 사회적 통념과의 단절이 있었으며 역설적이게도 그 과정은 언제나 당대의 인권 담론의 테두리를 `폭력적으로' 뚫고 나가는 과정이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당대의 기준에서 볼 때 분명한 `반 인권'일 수밖에 없으며 `불법'일 수밖에 없다. 결국 지금 우리가 100인위원회에게 “그것은 불법이요 가해자에 대한 인권침해다”라고 비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 여성활동가들은 자기들 행동이 불법임을 똑똑히 알면서 몸을 담보로 “이것이 성폭력이다!”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그들은 당연히 감옥에 가기를 원하고 있을 것이다. 엄연한 사실은 그들의 행동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 그리고 불과 수년 내로 그들이 주장하는 것이 `성폭력'의 범주에 당당하게 입성하리라는 점이다.

200년 전, 프랑스혁명은 모든 인간의 해방과 시민의 `법 앞의 평등'을 확립했다고 설명된다. 그러나 실제로 혁명을 주도한 부르주아지 남성은 그 성과를 독점하여 무산계급과 여성의 정치적 권리를 박탈했다. 즉 근대적인 `인권' 확립의 역사는 곧 여성에 대한 억압의 역사였다. 우리는 이런 유구한 남성지배사회에서 일상적으로 여성에 대한 구타와 성폭행 속에 살고 있다. 남성이 권력을 쥐고 지배하는 사회에서 형성된 성폭행의 정의란 궁극적으로 남성을 위한 정의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객관적으로' 무엇이 성폭행인가를 규정할 수 있는 것은 여성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솔직한 심정을 토로하자면 요즘 마음이 몹시 불안하다. 과거 내가 뚜렷하게 `성폭력'이라는 의식 없이 저질렀던 수많은 행동들이 속속 성폭력의 반열에 올라오고 있음을 목도하면서 부끄러움과 두려움에 온몸에서 진땀이 난다. 우리는 바야흐로 여성관의 혁명적 변화 없이는 운동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운동사회 성폭력 뿌리뽑기 100인 위원회'는 지금 하나의 야무진 돌멩이가 되어 그 동안 건강한 상호비판과 자기비판이 없었던 우리의 닫힌 운동사회를 향해 날아오고 있다.

서준식/인권운동사랑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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