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4

용산에 탄천에 몇만 가구? 청년들에겐 공허한 논쟁일 뿐

[용산공원 논쟁 인터뷰] 전·월세 피해자 돕는 서동규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26.08.31 17:35ㅣ최종 업데이트 26.08.3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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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동규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 잔디마당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권우성


"용산공원 말고 탄천 물재생센터에 집을 지으면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요?"

정부와 서울특별시가 공공주택 공급지를 두고 연일 충돌하는 가운데, 서동규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35)의 질문은 단순했다. 최근 정부와 서울시 간 이른바 '용산 대 탄천' 논의엔 '어느 곳에 얼마만큼의 집을 짓자'는 구호만 있을 뿐, '누구를 위한 집을 어떻게 지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빠져있다는 지적이다.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서동규 위원장은 ▲청년 가구의 82.6%가 세입자(국토교통부, 2024년도 주거실태조사)인 점 ▲서울 원룸 월세가 최저임금보다 빠르게 오르는 점 등을 짚으며 "단순히 공급을 몇만 호 늘리기보다, 청년 세입자 다수가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10년째 서울 용산구에 사는 그는 "최근엔 또 어디로 이사를 가야 하나 걱정"이라고도 털어놨다. 주거 중인 청파동 일대가 지난해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재개발 사업 후보지로 선정되면서다. 그는 "우리의 고민이 '공원이냐 집이냐'에 그치지 않고, '세입자의 안정적인 거주 보장'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서 위원장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 형태로 정리했다.

"당장 필요한 건 지금 사는 집에서 안정적으로 살 권리"

▲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 내 옛 미군장군 숙소 구역. ⓒ 권우성


- 청년 공공주택 공급지를 두고 정부와 서울시가 연일 충돌하고 있다. 최근 상황을 어떻게 보나.

"청년 공공주택을 용산어린이정원에 짓자는 계획이든 탄천에 짓자는 계획이든, 어떤 집을 얼마만큼 짓겠다는 건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고 있다. 주택 유형은 뭔지, 실제 입주할 사람은 누구인지, 가격대는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는데 지금은 그런 내용 없이 '어느 땅에 지을 건지'만 놓고 논쟁 중인 것 같다. 공허하게 느껴진다.

일단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이라고는 하는데, 그 안에서도 자산 등 다양한 격차가 존재하잖나. 또 당장 주택을 짓는다고 해도 전·월세난 등 주거 문제를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즉각 도움이 될 주택이 지어진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공급을 이야기하기 전에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주거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인지, 정책의 목표를 분명히 하는 게 선행될 필요가 있다."

- 업계에서는 용산어린이정원 부지에 용적률 500%를 적용해 공공주택이 들어설 경우 1만~2만 가구가 입주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공급 물량보다 중요한 건 어떤 주택이 들어가느냐다. 앞서 말했듯 현재는 어떤 유형의 주택을 짓고, 누구에게 공급하며, 임대료나 분양가는 어떻게 책정할 것인지가 빠져 있다. 게다가 실제 주택이 공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용산어린이정원의 경우엔 토양 오염 정화 문제도 있다. 주택정책이 마치 심시티 게임처럼 '여기 땅이 있으니 집을 짓자'는 방식으로 결정돼선 안 된다."

- 최근엔 서울시가 용산공원 개발에 반대하며 강남 탄천 물재생센터 부지를 대체지로 제시했다. 이곳은 최대 1만 3000호가 입주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되는데.

"탄천도 마찬가지다. 그곳 역시 운동장, 공원 등 시민들이 이용하는 녹지 공간이 있잖나. 특히 그곳은 현재 하수 처리 기능을 하는 곳이다. 혐오 시설을 어디로 이전할지에 대한 문제가 생긴다. 용산과 탄천을 놓고 '여기가 낫다' '저기가 낫다'고 논쟁부터 하기 전에 지역별 주택 수요, 인구 변화, 기존 부지의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주택이 들어설 부지와 규모를 정하는 게 적절하다."

-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임차인 권리 보장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청년을 위한 주택 1만~2만 호를 짓는다고 해서 주거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되진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 청년 가구의 82.6%가 세입자로 살아가고 있다. 이들이 당장 필요로 하는 건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권리다.

특히 최근 월세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민달팽이유니온이 지난해 서울의 10평 이하 소형 주택 실거래가 등을 분석한 결과, 평균 월세가 70만 원이었다. 2020년 이후 지어진 신축으로 대상을 더 좁히면 96만 원까지 치솟는다. 주택 공급과 함께 기존 세입자의 안정적인 주거를 돕기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반복해서 말하는 이유다.

예를 들면, 과거 임대차 3법 시행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이 생겼을 때 세입자들은 '내가 이 집에서 조금 더 살 수 있는 권리가 생겼다'고 체감했다. 이처럼 앞으로도 세입자의 주거권을 실질적으로 확대하는 정책이 더 다양하게 마련돼야 한다."

"정부와 서울시, 숫자 뒤 가려진 문제를 보라"

▲ 서동규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 내 옛 미군장군 숙소 구역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권우성


- 그러기 위해 정부와 서울시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주택 공급과 세입자 보호를 병행하되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을 완화하는 정책을 빠르게 추진하는 것이다.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기존 원주민들이 내몰리는 문제도 살펴야 한다. 일종의 환경영향평가처럼 개발 사업이 지역 사회와 원주민의 주거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사회·인권적 영향까지 검토하는 장치가 마련되면 좋겠다.

서울시의 경우 현재 '주택임대차 보호 조례'가 없다. 이를 제정해서 세입자가 임대차 분쟁을 겪었을 때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제도화하자. 이에 더해 지역의 물가나 최저임금 상승률 등에 비해 월세가 지나치게 빠르게 오르는 경우는 임대료 상승폭을 더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자.

특히 최근 서울시가 내놓은 민간 임대 청년안심주택과 관련해 잠실과 동작 등 지역에서 수백 가구의 보증금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이 부분을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단순히 청년 공공주택을 더 많이 짓는 것으로 주거 문제가 해결될 거라 얘기하는 건 기만이다."

- 민달팽이유니온은 이를 촉구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에 계속 대응하고 있다. 전세사기특별법의 유효기간이 내년 5월 31일에 끝나는데, 최근까지도 전세사기 피해 인정 사례가 이어지는 실정이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대항력 확보, 최우선 변제금 제도 개선, 이른바 '바지 임대인'을 막기 위한 등의 법안들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조속한 입법을 정치권에 요구하고 있다.

또 사회주택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등과 연대하고 있고, 매년 세계 주거의 날(10월 첫째 월요일)을 전후해 세입자들의 목소리를 알리는 활동도 하고 있다. 올해는 세입자들을 모아 성토대회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

- 마지막으로 전할 말이 있다면.

"저는 2016년부터 용산구에 살았고, 그동안 용산구 안에서만 두 번 이사했다. 용산의 언덕진 동네들은 그나마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 재개발이 진행되고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부동산 가치가 뛰면서 기존 거주자·임차인이 내몰리는 현상)이 발생하는 걸 봐왔다.

지금 살고 있는 청파동 일대도 지난해 재개발 사업 후보지로 선정됐다. 저 같은 청년이 살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저 역시 '다음엔 또 어디로 이사 가야 하나'라는 걱정을 한다.

주택 공급 이야기만 들으면 장밋빛 미래가 떠오를 수 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지금 살고 있는 전·월세 세입자들이 어디로 밀려나는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는 주택 공급 숫자 뒤에 가려진 세입자의 주거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길 바란다. 촘촘한 대책, 문제의 근원이 되는 지점 등을 접근하는 식으로 말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공급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니까."

▲ 24일 오후 남산에서 바라본 용산미군기지와 용산구 주거지역. ⓒ 권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