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의 구체적인 방법론을 두고 이견이 표출되고 있습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한다'는 대원칙에는 공감하지만, 실행 방법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싣습니다.[편집자말] ▲ 김민석 국무총리가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검찰개혁 관련 현안 브리핑에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의 기본 입장으로 최종 정리했다"고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5일 김민석 총리는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의 기본 입장으로 최종 정리하면서 "국회에서 입법이 이루어지면 정부는 그 결정에 따라 필요한 후속 조치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로써 검찰개혁의 마지막 관문인 형사소송법 개정에서 보완수사권을 허용하지 않는 원칙과 방향이 정해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방향에 대해 "범죄자 전성시대"를 경고한다. 검사가 보완수사하지 않으면 검사보다 낮은 경찰의 수사역량으로 인해 수사가 미흡해 범죄자가 처벌받지 않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이러한 우려는 현실을 왜곡한 과장이다. 다만, ① 경찰이 수사를 의도적으로 하지 않거나 ② 검사가 (예컨대 경찰의 영장 신청을 의도적으로 기각하는 경우처럼) 의도적으로 경찰 수사에 걸림돌이 되려고 작정하는 경우 이 우려는 현실이 될 수도 있다. 경찰이 보완수사하면 범죄자 천국? 논리 모순 2024년 기준 경찰에서 처리하는 전체 형사사건은 약 160만 건이며, 검찰에서 직접 수사개시한 형사사건은 전체의 1%에도 못 미치는 약 1만 5천 건에 불과하다(2025 범죄분석, 대검찰청). 따라서 경찰수사에 대한 현행 통제 기제가 붕괴된다면 모를까, 단지 검찰이 직접 수사하지 않는다고 대한민국에 범죄자 전성시대가 도래한다는 주장은 침소봉대에 다름 아니다. 현실적으로 검사는 경찰의 수사를 대체할 수 없으며,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따라 신설될 중수청 체제가 안착한다면 수사역량에 대한 우려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다. 그러면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대체 무엇이기에 그것이 없으면 범죄자 천국을 우려해야 할까?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단어 그 자체로는 검사의 수사권이며, 내용적으로 '경찰의 1차 수사를 보완'한다는 개념이다. 현행 형사사법시스템에서는 검사에게 ① 직접 보완수사할 수 있는 보완수사권 ②경찰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보완수사요구권을 허용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수사에 추가적으로 보완수사하는 보완수사권이 없다면, 검사는 그 보완수사를 경찰이 하도록 보완수사요구를 하면 된다. 검사의 보완수사는 검사의 보완수사요구권으로 대체된다. 즉, 검사 자신이 직접 보완수사할 사항을 경찰이 수사하도록 요구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하면 범죄자 천국이 안 되고, 검사가 보완수사요구한 대로 경찰이 보완수사하면 범죄자 천국이 된다는 것은 논리모순이다. 결국 누가 직접 조서를 쓰느냐 하는 주체의 문제일 뿐, 수사의 보완이라는 본질적 기능에는 아무런 공백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통계를 보면, 2024년 기준 경찰에서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하여 검찰에 송치한 사건은 약 75만 건인데, 이 중에서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요구한 사건은 약 14.7%인 11만 건이다.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한 건수는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통계는 없다. 다만, 최근 법무부에서 국회에 제출한 보완수사 항목별 비율을 보면 보완수사의 80% 이상이 검사가 확인한 사실 또는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는 수사보고서 작성이며, 피의자나 참고인을 대면 조사해 조서를 남기거나 강제수사하는 것은 전체 보완수사의 10%에도 못 미친다. 이러한 보완수사도 꼼꼼한 보완수사요구로 대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 점에서 이러한 보완수사를 검사가 직접 하지 않는다고 대한민국이 범죄자 천국이 될 것이라는 주장은 과장이며 사실을 호도하는 주장이라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범죄자 천국 우려에만 초점을 맞추면, 경찰수사 인력과 예산의 보강이 더 시급한 것 아닐까. 그럼에도 ①검사의 보완수사요구가 엉성하거나, ②경찰이 보완수사를 불성실하게 하는 경우는 문제될 소지가 있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이 2가지 경우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는 이유다. 지난 6월 5일 발표된 시민주도 신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검사의 보완수사요구를 표준화하고 경찰의 보완수사 이행을 강제하는 등의 규정을 두고 있다. 게다가 검사에게는 경찰수사에 대한 시정조치요구권, 재수사요청권, 그리고 사건관계자의 이의신청 제기 및 이를 통한 검사의 보완수사요구권, 영장청구권, 기소권 등 경찰수사에 대한 촘촘한 통제권이 여전히 인정된다.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이 한결같은 기준에 따라 범죄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찾아 처벌을 요구하는 데 사용되었다면 지금의 검찰개혁은 불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때때로 검찰이 (어떤 이유에서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 또는 조직에 이익(또는 불이익) 여부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행사의 기준이 되었고, 그마저도 오남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더 심각한 것은 검찰권이 오남용된 경우에도 그 어떠한 반성과 성찰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달(검찰권의 오남용)을 가리키는 손가락(문제제기하는 사람)을 문제삼았던(수사하고 기소했던)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근에도 검찰개혁에 대한 저항 내지 반발은 차치하더라도, 관봉권 띠지 분실사건, 진술 조작 세미나 의혹 등 여러 사건들에서 검찰은 (반성과 성찰 없는)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수십 년간 외쳐온 검찰개혁... 지금 결단해야 한다 ▲ 대검찰청 청사 ⓒ 연합뉴스 물론, 그간 검찰의 이러한 행태를 방지하기 위해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지속적으로 축소해왔다. 그러나 이 정도의 시도로는 무소불위의 검찰권을 견제・통제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경험적으로 인식했고, 이러한 인식이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한 분리를 위한 검찰개혁의 동력이 된 것이다. 이를 통해 오는 10월 2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수청을 출범시키기로 결정한 것이다. 다만, 수사-기소의 완전한 분리라는 취지에 맞게 검사의 수사권 일체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형사소송법을 개정할 것인가, 아니면 검찰개혁 저항 세력에 부딪혀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남겨두는 방식으로 형사소송법을 개정할 것인가를 남겨두고 있다. 결국 보완수사권의 존폐가 가르는 것은 범죄자 천국의 도래 여부가 아니다. 보완수사권이 없어도 그 기능은 보완수사요구권으로 충분히 대체된다. 달라지는 것은 오로지 검사가 직접 수사할 권한이 줄어든다는 사실뿐이다. 다만, 검사가 과연 이러한 변화를 수용할 것인가의 문제는 변수다. 만약 개혁에 저항하는 차원에서 검사가 보완수사요구를 의도적으로 방기한다거나, 경찰수사에 의도적으로 걸림돌이 되려고 하는 순간 형사사법시스템은 삐걱댈 수 있다. 이것은 2020년 검경수사권조정 이후 검경 간 사건 핑퐁 및 그에 따른 수사지연의 문제를 보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 점에서 제도적 장치가 검사에 의해 의도적으로 형해화될 경우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와 법무부의 역할이 중요한데, 개혁 못지않게 개혁의 취지가 구현되도록 책임 있는 이행이 절실하다. 여기서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든 검찰에게 보완수사권을 허용하고 싶은가?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남겨둘 작정이라면, 굳이 검찰청을 폐지할 이유도 없다. 보완수사권을 남겨두는 순간, 검사와 역할이 중첩되는 중수청은 중대범죄수사기관으로 제 역할을 하길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더 냉정하게 말하면, 수사-기소 분리라는 명분 하에 검사에게는 과거와 변함없는 권한을 보전해 주고 거기에 중수청이라는 새 조직까지 만들어주는 셈이 된다. 수십 년간 검찰개혁을 열망한 국민이 과연 이러한 결과를 보기 위해서였을까. 그래서 지금 다시 결단해야 한다. 즉, 당초 목표대로 수사-기소의 완전한 분리를 향해 검사의 수사권 일체를 배제하느냐, 아니면 검찰청을 현행대로 유지하느냐를 선택해야 한다. 만약 검사의 수사권 일체를 배제한 데 대한 검사의 반발과 저항을 감당해낼 자신이 없다면, 굳이 공소청과 중수청을 신설할 필요 없이 현행 검찰청을 유지하면 된다. 또한 개혁의 어설픈 이행에 따른 검사의 반발과 저항은 자칫 새로운 형사사법시스템의 마비와 그에 따른 국민의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 선택과 결과에 대한 책임은 입법과 그 집행을 주도하는 정부 여당에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검찰개혁 #보완수사권 #보완수사요구권 #수사기소분리 #형사소송법 10만인클럽 프로필사진 글 황문규 (yellowco) 내방 구독하기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 공유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사 요약 보기 추천13 댓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