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1일, 이 대통령 취임 100일 맞이 기자회견을 잘 들었습니다. 저에겐 대통령의 검찰개혁 언급이 특별했습니다. 큰 줄기에 대해선 정치적 결단을 했지만 앞으로 세밀한 부분을 챙겨 국민이 불편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들렸습니다. 특히 구더기 무섭다고 장독대를 깰 수 있느냐고 한 말씀에선 역시 대통령다운 신중함이 돋보였습니다. 저는 여러 차례 검사의 보완수사가 필요한 이유를 이론적, 실무적 각도에서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제 정부가 이것을 포함해 세밀하게 살피겠다고 하니, 그 논의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서, 보완수사의 필요성을 조금 세분화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① 법적 절차에 따른 불가피한 보완수사 송치사건 중 공소유지를 위해서는 보완수사의 필요성이 있으나 시간적으로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기 어려운 경우입니다. 예컨대 구속기한이 임박한 송치사건, 공소시효가 임박한 송치사건 등입니다. 이런 사건은 현재의 제도 하에서는 불가피하게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칫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가는 구속기한을 놓치거나 공소시효를 넘길 수가 있습니다. 검사의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이런 경우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느낄 겁니다. ②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한 보완수사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것만으론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힘든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검사가 직접 수사(보완수사)를 하지 않으면 재범 가능성 높은 중죄 범죄인을 놓치거나 무고한 시민을 범죄인을 만들 수가 있습니다. 몇 가지 예시적 상황을 들어보겠습니다. [사례 1] "A를 비롯해 10여 명의 고소인이 금융사기를 당했다고 B를 고소했으나 경찰은 증거 불충분 등으로 불송치 결정을 했다. 이에 고소인들이 이의신청을 해 검사가 수사기록과 고소인(변호인)의 의견서, 추가로 제출된 증거 자료를 검토해 보니, 경찰의 불송치 결정(무혐의)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런 사건은 법리적 판단이 매우 중요한데, 검사가 경찰에 사건을 돌려보내 재수사를 요청하는 게 좋겠습니까, 아니면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실체적 진실 발견과 신속한 피해자 구제를 위해선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훨씬 좋을 겁니다. [사례 2] "여성 A가 직장 내의 상사 B로부터 술좌석에서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고소했으나 불송치 결정을 했다. 이에 A가 이의신청을 해 검사가 살펴보니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을 함에 있어 성인지적 관점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고, 술좌석에 동석했던 참고인 조사도 부적절했음이 드러났다." 이런 사건을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것이 좋을까요? 만일 그랬다면 피해자를 사실상 두 번 죽이는 꼴이 될 겁니다. 이런 사건은 검사가 성인지적 관점을 갖고 직접 수사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을까요? 며칠 전 한국성폭력상담소가 보완수사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이런 것이 이유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례 3] "경찰이 A를 폭력단체 간부로 보고 폭처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는 변호인을 통해 자신은 폭력단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변소하는데, 검사가 변호인 제출의 관련 자료를 살펴보니, 일응 A가 무고하다는 판단을 하고, 이 사건을 전면적으로 다시 수사할 필요성을 느꼈다." 경찰이 조직 폭력배 단속했다고 대대적으로 언론에 보도까지 된 사건인데,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것으로 수사가 제대로 될까요? 이럴 때는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무혐의 가능성이 있으면 그것마저 놓치지 않고 수사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 머리 맞댄 정청래-민형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형배 검찰개혁 특별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 남소연 ③ 유혐의 사건 중 기소 필요성을 따지기 위한 보완수사 검사는 혐의가 인정되지만 여러 가지 사정을 따져 기소하지 않고 기소유예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소편의주의가 우리 법제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이 제도는 유지될 겁니다. 그런데 이런 사건이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2024년 통계(검찰연감)만 보더라도 자그만치 한 해(2023년)에 20만 명이 넘습니다. 검사가 기소유예를 할 때는 그냥 경찰 수사기록만 보고 하는 게 아닙니다. 피의자는 물론 참고인 등의 조사, 피의자의 반성 유무를 살핀 다음 결정하는 게 수사 실무입니다. 만일 보완수사를 못하게 하면 이것을 어떻게 할까요? 이것을 위해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를 해야 할까요? 경찰 작성 수사기록만 보고 눈감땡감 판단해야 할까요? 그저 무조건 공판에 넘겨 법원이 판단하도록 해야 할까요? 만일 그렇게 하면 법정이 미여터질텐데 무슨 대책이 있을까요? 보완수사권이 필요 없다고 주야장천 주장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은 검사가 보완수사하면 검찰개혁 망한다고 연일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분들에게 묻고 싶군요. 그럼 위와 같은 사례에서 무슨 대책을 갖고 계십니까. 일단 무조건 바꾼 다음 문제가 생기면 그때 또 바꾸면 된다고요? 그분들에게 이런 말을 들려주고 싶군요. "위의 사례의 당사자가 바로 당신이나 가족이라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때도 그런 무책임한 말씀을 하시겠습니까." 제도개혁이 실험이 될 수는 없습니다. 검찰개혁은 디테일한 문제를 챙기지 않으면 반드시 탈이 납니다. 그것은 이 정권을 위기적 상황으로 몰아갈 겁니다. 부디 정부의 심도 있는 논의를 기대합니다. #보완수사권 #검찰개혁 10만인클럽 프로필사진 글 박찬운 (chanpark62) 내방 구독하기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 공유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사 요약 보기 추천10 댓글 공유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