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2

'설익은' 검찰개혁안 현실화 됐을 때 나타날 두 가지 시나리오

[주장] 수사·기소 분리, 방법론이 될 수는 있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25.08.29 12:01최종 업데이트 25.08.2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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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 출범식 및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검찰개혁에 대해 나는 여러 차례 이곳과 SNS에서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여전히 내 입장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는 듯하다. 아마도 내가 주로 개혁안(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검찰개혁 법안)의 허점을 지적하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내 주장이 간혹 검찰개혁에 반대하거나, 검찰 편을 드는 것처럼 오해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검찰개혁을 누구보다 열망하는 개혁론자이다.

검찰개혁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활발한 토론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개혁의 주류가 말하는 것과 다소 결이 다른 이야기라도 하면 개혁을 반대하는 친검주의자의 방해술책 쯤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국회에서 정성호 법무장관이 검찰개혁과 관련해 이견으로 비쳐질 입장을 표명하자, SNS에서는 곧바로 "사퇴하라"는 구호가 터져 나오고 있다. 검찰개혁 강경론자들은 '검찰 해체'와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만이 검찰개혁의 유일한 해답이라고 말하며, 다른 목소리는 곧바로 반개혁으로 몰아붙인다.

이런 분위기에서 정상적인 논의가 가능할까. 형사사법의 근간을 바꾸는 문제는 결코 특정 진영의 전리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처럼 논쟁이 진영 대결로 흐르면, 국민의 신뢰를 얻기는커녕 개혁을 주장하는 진보 자체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하여, 나는 검찰개혁을 열망하는 시민들께 간곡히 호소한다. 서로 예의를 지키며 충분히 토론해 최선의 방안을 만들어 내자고.

개혁이 개악이 되어서는 안 된다

검찰개혁의 목적은 검찰권 남용을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반드시 유념해야 할 점이 있다. 검찰권 남용을 막겠다는 개혁이 국가의 범죄 억제 기능을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만약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제도를 바꿨는데, 그 결과 흉악 범죄자가 활개 치고 피해자가 절규하는 세상이 된다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

나는 이것을 독자들이 보다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지금 논의되고 있는 검찰개혁안이 현실화되었을 때 나올 수 있는 두 가지 가상사례를 우선 들어보고자 한다. 검찰개혁론자 중에선 검찰의 '보완수사권'마저 완벽히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이런 상황을 충분히 예견하지 못하고 나온 매우 설익은 주장이라 생각한다.

[가상사례 1] 사기 사건으로 전 재산을 날린 피해자들이 힘을 합쳐 경찰에 고소를 했다고 하자. 그런데 수개월 뒤 '무혐의 불송치 결정'이라는 통지를 받았다. 억울한 피해자들은 검찰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검사는 움직이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보완수사권이 없어서다. 피의자 소환도, 피해자들이 애써 찾아준 증인 조사도 불가능하다며 손을 놓아버린다. 결국 사건은 아무 진전 없이 종결된다. 피해자들의 절망감을 어떻게 옮길 수 있을까.

[가상사례 2]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살인사건의 피의자가 구속되어 검찰에 송치되었다고 해보자. 그런데 경찰이 수집한 증거엔 증거법상 문제가 많아 공소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하자. 공소를 유지하려면 피의자 신문, 추가적인 압수수색과 참고인 조사가 필요하지만,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없다. 구속기간은 며칠 남지 않았고, 기소하지 못하면 결국 피의자를 풀어줄 수밖에 없다. 이게 과연 정의로운 제도일까.

위 두 사례는 가상의 이야기지만, 검사의 보완 수사권이 원천적으로 봉쇄될 경우 형사사법 현실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합리적 우려다.

수사·기소 분리 원칙과 그 한계

검찰개혁 논의에서 핵심 원칙으로 제시된 것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다. 경찰이 수사를 맡고, 검찰은 기소에 전념한다는 구상이다. 원칙적으로 타당하기에 나도 기본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우리 법제와 현실에선 분명한 한계가 있다. 수사-기소 분리는 검찰개혁의 한 방법론이 될 수는 있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첫째, 헌법은 검사에게만 영장청구권을 부여한다. 따라서 헌법 개정 없이는 법률로 검사를 강제수사에서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검사는 압수·수색, 체포·구속 등 강제수사 국면에서 경찰 수사를 통제하게 된다. 검사는 헌법 개정 전까진 여전히 수사의 중심에 서는 것이 현실이다.

둘째, 검사는 판사가 아니다. 판사가 법적 판단을 본분으로 삼는 사법기관이라면, 검사는 국가의 의지를 대변하고 공익을 대표하는 법집행관이다. 사회를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에서 판사는 수동적이라면 검사는 적극적이어야 한다. 그런 검사를 단순히 '기소 여부 판단자'로 축소한다면 이는 검사의 본질을 판사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사실 우리 헌법이 예상한 우리 형사사법 원리가 아니다. 만일 이렇게 엄격한 수사-기소 분리를 검찰개혁의 목표로 삼으려면 그것 또한 헌법을 바꾸고 나서나 할 일이다. 비교법적으로 볼 때 우리 법제의 원류인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어디에서도 이런 역할만 하는 검사를 찾아볼 수 없다.

내가 제안하는 개혁의 구체적 방향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 연합뉴스


나는 오랜 기간 검찰개혁의 추이를 지켜보고 나름 의견을 내왔다. 나의 이런 경험에 비추어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검찰개혁의 주요 이슈에 대해 내 의견을 간단히 말하고자 한다.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추진하는 것이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가장 합리적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① 경찰은 1차 수사권의 주체

모든 수사는 경찰이 시작해야 한다. 고소사건이든 고발사건이든 범죄 신고에 따른 인지 사건이든 어떤 사건이라도 범죄 혐의가 있어서 수사를 개시한다면 그 권한은 경찰에게 주어져야 한다. 이렇게 1차 수사권은 경찰에게 독점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② 검찰은 2차 수사권 주체

경찰이 수사 완료 후 송치한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보완 수사(2차 수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앞의 사례와 같은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이것은 아래 전건 송치 제도와 더불어 경찰의 수사권 남용을 억지하는 필수적 장치이다. 다만 보완 수사가 남용되지 않도록 1차 수사의 동일성 범위 내에서 제한해야 한다.

③ 전건 송치

경찰에 1차 수사권을 주는 대신 수사종결권을 주어서는 안 된다.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 검사가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경찰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된다. 지금은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하게 되면 피해자(고소인) 입장에서는 변호사 없이는 다툴 수 있는 길이 사실상 없다. 돈이 없으면 검사의 판단도 다시 못 받고 경찰에서 끝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④ 검찰의 특별사법경찰 지휘권 유지

검찰개혁으로 검찰의 특별사법경찰 지휘가 없어지면 당분간 큰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특별사법경찰은 경찰과 달리 훈련된 경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특별사법경찰에 대한 검찰의 지휘권은 당분간 유지되어야 하며, 이는 불가피하다.

⑤ 중수청 설치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폐지되면 잉여 수사인력을 중수청으로 재편해, 국가 수사역량을 강화한다. 중수청의 소속은 행정안전부보다는 법무부 소속으로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행안부 소속으로 설치된다면, 행안부는 일반 행정경찰뿐 아니라 사법경찰(국수본), 나아가 특별수사청까지 산하에 두게 되어, 권력의 과도한 집중으로 인해 필시 부작용이 우려된다. 법무부 소속으로 둘 경우, 중수청이 검찰 지배하에 들어갈 것을 우려할 수 있으나, 그것은 인사제도 등으로 해결할 것이고, 행안부의 공룡화와 비교할 문제는 아니다.

혹자는 중수청을 법무부 산하로 하면 검찰청이 단순히 두 개로 분리되는 것에 불과하고 언젠가 두 기관의 통합이 가능해 검찰개혁을 무산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그것은 과도한 우려다. 사실 이런 걱정은 민주당 정권이 야당에게로 넘어갔을 때를 예상하는 것인데, 본질은 정권 재창출 실패지 제도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정권이 야당으로 넘어가고 의회 지배력까지 잃으면 중수청이 행안부 소속이라고 할지라도 그런 상황을 막을 수는 없다.

⑤ 국가수사위원회는 필요한가

민주당이 추진하는 국수위는 경찰의 수사종결권과 검사의 보완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경우 불가피하게 필요한 조직이다. 그러나 내가 위에서 제안한 개혁 구도로 간다면 불필요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위원회 조직에 의해 경찰의 수사통제가 제대로 되긴 힘들다. 형사사건은 사건 단위로 법률 전문가에 의한 통제가 되지 않으면 사실상 통제 밖에 놓이게 된다. 다만 경찰권 비대화를 감찰하기 위한 별도 외부 감찰기구로 국수위를 설치하는 것은 검토할 수 있다. 문제는 실효적인 감찰기관이 되기 위한 규모인데, 이게 사실상 쉽지 않은 과제다. 이 정부 내에서 그런 기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개혁의 실현 가능성

내가 말하는 검찰개혁이라면 그렇게 많은 시간과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 중수청 설치법 제정 등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렇게 한다면 검찰청을 굳이 폐지하고 공소청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기관을 신설할 필요도 없다. 다만 검찰의 새로운 출발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이름을 바꾸는 정도라면 특별히 반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것만도 상당한 정도의 사회적 비용을 각오해야 한다.

나는 지금이 검찰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한다. 검찰 조직이 조용하지 않은가. 이것은 검사들이 정권 초기의 개혁의 강한 기운에 사실상 저항의지를 상실했다는 것을 말한다. 이 상황에선 상당 수준의 개혁을 그대로 수긍할 수밖에 없다. 다만 거기에도 임계점은 있다고 본다. 임계점을 넘으면 과거와 같은 사태가 또 재연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말한 정도의 개혁이 검찰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가장 받아들이기 좋은 수준일 거라고 믿는다. 또한 이런 정도의 개혁이라면 보수 진영도 설득하기 쉽다. 결국 제도의 지속성과 실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개혁이 된다는 이야기다.

검찰개혁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나는 검찰개혁을 위해 애써온 많은 분들의 헌신을 존중한다. 그러나 모든 주장에 무조건 동의할 수는 없다. 진정한 동지는 침묵이 아니라 충언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법이다. 내가 제시한 안은 결코 개혁을 방해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실패하는 개혁이 아니라, 성공하는 개혁을 위해 내놓은 고언이다.

검찰개혁은 범죄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검찰을 무너뜨리는 것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다. 국민이 안심하고 의지할 수 있는 형사사법 체계, 공정하게 범죄를 다루는 정의로운 제도,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개혁이다.

격한 구호와 진영 논리를 넘어, 이성적이고 상식적인 설계가 결국 국민의 지지를 얻게 될 것이다. 만일 개혁의 방향과 내용이 그것이 아니라면 이 개혁추진은 결국 큰 화로 돌아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재명 정부의 성공은커녕 새로운 위기가 시작될 수 있다. 나는 그것을 두고 볼 수 없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로 경찰개혁위원회의 위원(2017년)으로 참여해 경찰 수사권 독립을 위해 노력했고,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2020-2023)으로 재임하면서 경찰의 인권침해를 조사하는 제1소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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