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3

민주당 갈팡질팡? 금투세 살리고, 거래세 폐지해야

[진단] 금투세 폐지하면 대주주 조세피난처로 변질... 금투세의 계층 이동 사다리 재정비해야

24.08.12 18:17최종 업데이트 24.08.12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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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국회에서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한국증시 밸류업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세제개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관련 토론회에서 송언석 위원장과 기획재정부 정정훈 세제실장(왼쪽)이 대화하고 있다. 2024.7.18 ⓒ 연합뉴스

 
최근 여당의 민생 1호 법안인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폐지를 놓고 주식시장은 배가 산으로 가는 총체적 난국에 빠진 상태다. 금투세 폐지 여론이 높다 보니, 정부와 여당은 만병의 근원인 금투세만 폐지하면 중병에 걸린 주식시장을 살려낼 수 있다고 호도하고 있다. 금투세 도입에 대체로 찬성하는 민주당은 여론의 눈치를 보면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또한, 대주주 주식양도세 부과 기준을 점진적으로 하향한 후 금투세 전면 과세로 전환하겠다던 기획재정부(기재부)는 아무런 말이 없다.

문제는 청년 세대 등 일반 투자자의 열망, 즉 자본시장을 통한 계층 이동 사다리를 제도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하기 좋은 규제 환경도 조성해야겠지만, 그렇다고 주식시장이 대주주나 자본권력의 조세피난처로 변질되어서도 안 된다. 민주당은 일단 금투세 도입을 유예하고, 금투세 부과기준 상향, 금투세와 연계한 장기보유특별공제 도입 등 금투세의 계층 이동 사다리를 더 견고하게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세수의 원천이 개인투자자인 증권거래세는 폐지하는 것이 맞다.

금투세 폐지 광풍에 무너지는 증권과세 체제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증권거래세, 대주주 주식양도세, 금융투자소득세 등이 혼재하는 후진적인 이중과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단일 과세 체제를 지향하는 글로벌 표준에도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자본 시장의 선진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기재부와 국회가 수년간 논의하며 금투세 중심으로 과세 체제를 재편하는 방안을 마련해 왔다. 한동훈 대표가 극렬하게 반대하는 금투세도 따지고 보면, 2019년에 여당의 추경호 의원이 대표발의했던 법안이다.

그러나 금투세 전면 과세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주주 주식양도세 부과기준을 일정 수준으로 낮추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하여 무려 20년의 제도개선 절차를 통해 대주주 부과기준을 2000년 100억 원에서 2013년 50억 원, 2016년 25억 원, 2018년 15억 원, 2020년 10억 원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제 주식양도세와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금투세를 도입하기만 하면 된다. 기재부의 기본 계획도 주식양도세를 금투세 단일체제로 전환하고, 후진적인 증권거래세를 점진적으로 폐지하는 것이었다. 여야가 합의한 금투세 부과기준(양도소득 5000만 원 이상)을 자산 기준으로 전환하면, 일반투자자는 얼추 5억 원(연평균 투자수익률 10% 가정 시)까지 비과세 투자가 가능해진다.

그런데, 지난 대선 때부터 배가 산으로 가기 시작했다. 당시 윤석열 후보가 증권거래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갑자기 이를 철회하고 주식양도세 폐지로 급선회한 바 있다. 한편, 당시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단일 과세의 틀 안에서 금투세를 살리고 증권거래세를 죽이는 공약을 발표했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에 시행령을 통해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기존 10억 원에서 다시 2013년 수준인 50억 원으로 올려 시계를 10년 전으로 돌려놓았다. 즉, 부과 대상이 0.03%에 불과한 대주주 주식양도세는 사실상 폐지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와 여당이 주식양도세 폐지에 이어 금투세마저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주식시장에서 대주주와 자본 권력에 과세할 수단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주식시장이 기업과 자본을 위한 조세 피난처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금투세 폐지 여론이 높다 보니, 주식시장은 돈을 벌어도 세금을 안 내는 비과세 시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주식으로 1억 원을 벌어 세금으로 1000만 원을 내는 금투세가 약탈적 제도라는 것이다.

"금투세 때문에 증시 폭락"은 가짜 뉴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회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2024.5.30 ⓒ 연합뉴스

 
도입도 안 된 금투세 때문에 증시가 폭락했다는 것은"돈 풀면 물가 때문에 서민 죽는다" 또는"상속세 낮추면 기업벨류업" 수준의 비이성적 논리에 불과하다. 얼마 전 국내 증시가 폭락하자 정부와 여당은 일제히 금투세 때문이라는 반응을 쏟아냈다.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는 금투세 때문에 미국 증시가 폭락했다는 수준의 무식한 얘기다. 그렇다면, 기업벨류업으로 국내 증시 사정이 좀 나아졌는가?

글로벌 '왕따'로 전락한 한국 증시는 글로벌증시 상승 대열에 합류한 적이 없다. 최근 10년간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증시는 저금리 환경, 코로나 유동성에 힘입어 최소 300~400% 안팎의 상승세를 보였으나, 유독 코스피는 2000대 박스권에 갇혀 자산 버블 축제에 참여하지도 못했다. 대세 상승은커녕 2021년 3300 고개도 넘지 못하고 흘러내리는 역주행 운행을 지속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한?미?일 주가 추이 ⓒ 금융투자협회(https://freesis.ko

 

국내 증시가 이렇게 된 이유는 증시 체질이 허약해 단타 시장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증시의 외인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 자본 이탈 시 증시 폭락-환율 폭등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단기성 투기 자본의 유입을 줄이고 장기성 투자 유입을 늘려 외인 자본의 질을 개선하지 않는 한, 결코 지금의 박스피 함정에서 탈피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외인 자본의 체질 개선 프로젝트를 가동해 오래 들고만 있어도 돈이 되는 증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금투세, 상속세, 기업 벨류업 등과 같은 제도적 이슈를 증시 환경과 희석해 논점을 흐려서는 안 될 것이다.

대만의 양도세 사례가 대표적이다. 36년 전에 대만 증시가 양도세를 도입해 폭락했다는 주장이다. 맥락 없이 1개월 증시 구간만 잘라서 보면,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인다. 대만 TWSE 지수는 1988년 양도세 도입 발표 직후 8789포인트에서 6515포인트로 한 달간 약 36% 폭락했다. 그러나 1980년대의 아시안 타이거(한국, 대만 등) 증시는 매년 10% 안팎의 고도성장에 힘입어 10년 동안 7~8배씩 급등하는, 사상 유례없는 증시 버블에 진입했던 시기다. 특히, 대만은 1988년 양도세 도입으로 과도하게 올랐던 주가지수가 36% 급락했지만, 1990년에 양도세 폐지 이후에는 불과 8개월 만에 무려 79% 대폭락하는 버블 붕괴를 경험했다.

▪ (1988년 9월) 대만 양도세 도입(한 달간 36% 폭락)
▪ (1989년 5월) 전고점 돌파(사상 최고가 도달)
▪ (1990년 1월) 대만 양도세 폐지 ▶ 역사적 버블붕괴(8개월간 79% 대폭락)

금투세 관점으로 보면, 대만의 증시 버블은 양도세 도입으로 폭락했고, 양도세 폐지로 대폭락한 것이다. 당연히, 대만 양도세 사례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대만의 증시 폭락은 일본의 '1990 버블 붕괴'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따라서 금투세 문제는 증권과세체제의 틀 안에서 제도의 실효성과 효과성을 평가해 실행 여부를 평가하면 된다. 여야가 도입하기로 합의한 현행 금투세 법안에 문제가 있으면, 이를 개선해 더 나은 제도로 재정비하면 될 일이다.

일단 '금투세' 도입 유예하고, 더 나은 금투세로 재정비해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한 시민이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2024.1.17 ⓒ 연합뉴스

 
바람직한 증권과세 체제는 금투세 중심의 단일 과세 체제로 재편하고, 증권거래세 등 다른 과세는 점진적으로 퇴출시키는 것이다. 그럼에도, 금투세 도입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은 것은 금투세가 여전히 제도적 측면의 불완전성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점에서, 민주당은 일단 금투세 도입을 잠정적으로 유예하고, 이를 재정비하는 작업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 문제 제기는 현행 금투세 법안이 자본시장을 통한 계층 이동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다. 주식시장이 대주주의 조세피난처로 변질되는 자본 편향도 제어해야 하고, 1400만 일반투자자의 재산 형성에 적합한 투자 환경도 조성해야 한다. 양도소득이 5000만 원 이상인 과세 대상이 상위 1%에 불과하다는 사실만으로는 미래 자본소득에서 희망을 찾고자 하는 일반투자자의 열망을 진화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금투세 부과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주주와 초고액투자자를 제외한 모든 투자자가 비과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부과 기준을 양도차익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하자는 것이다.

일례로, 금투세 부과기준을 1억 원으로 상향하면, 전체 투자자의 0.5% 정도가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연 평균 수익률을 10%로 가정하면 얼추 10억 원까지 비과세 투자가 가능해진다. 즉, 금투세 범주가 2013년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10억 원)과 견줄 만한 수준으로 넓어진다.

두 번째 문제 제기는 금투세와 연계한 '장기보유특별공제'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즉, 부동산처럼 주식을 오래 들고만 있어도 점진적으로 세금이 줄어드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주식 투자를 단기와 장기로 구분해 차별적 양도소득세를 매기는 미국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투자 기간에 따라 세율을 인하하는 장기보유공제가 도입되면, 장기투자 유인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본시장을 통한 계층 이동 사다리도 더 견고하게 구축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증권거래세를 전면 폐기해 금투세 단일 과세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징수 방식이 후진적일 뿐만 아니라,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라는 조세정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정부가 증권거래세 폐지에 반대하는 이유는 사치세 성격의 농특세(0.15%)가 거래세에 편입되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농특세 사업계정을 금투세 계정으로 옮겨 해결할 수 있다. 거래세 폐지가 금투세 도입의 전제 조건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송두한 KDI 경제정책 자문위원(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 송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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