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1

'비현실적'인 의대 증원 정책... 미래는 정해져 있다

[주장] 의료계의 문제는 '의사 수 부족'으로 벌어지는 게 아냐... 근시안적 정책, 재고해야

24.02.12 18:59최종 업데이트 24.02.1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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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 병원에서 전공의로 근무하고 있는 류옥하다 시민기자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보내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대 정원 확대 관련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쏙쏙뉴스] '비현실적'인 의대 증원 정책... 미래는 정해져 있다 현재 한 병원에서 전공의로 근무하고 있는 류옥하다 시민기자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보내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환영합니다. ⓒ 고정미

 
윤석열 정부가 6일 의대 증원을 발표했다. 현 3058명인 의과대학 정원을 1.65배 늘어난 5058명으로 늘리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지역 의료 붕괴'를 이유로 1만 5천 명(2024년 2월 1일,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2만 7천 명(2021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의사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의사 단체는 정부가 근거로 삼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에 다수의 계산 오류가 존재하며,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데이터를 자의적으로 설정해 추산하는 등 '필요 의사 숫자'를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왜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이 도출됐나 

OECD와의 비교나, 부족한 의사를 객관적으로 산출하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그러나 국민 80%가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것은 '주관적으로' '의사가 부족하다'라고 느낀 지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지점이었는지 하나씩 짚어보자.

첫째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다. 작년 3월에는 대구의 한 건물에서 추락한 10대 소녀가 3시간여 구급차를 전전하다 사망했고, 5월에는 경기 용인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70대 노인이, 8월에는 삼척에서 80대 노인이 같은 일을 겪었다. 지방 사람들은 나도 응급진료를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을 공유했다. 

둘째는 '소아과 오픈런' 사태다. 소아과 진료를 위해 새벽 3시부터 대기하는 것이 여러 차례 화제가 되었다. 진료앱의 등장으로 아이돌 티켓팅을 방불케 하는 예약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부모들의 답답함과 원망, 분노가 쌓여갔다. 

셋째는 '지방 의사 부족' 뉴스였다. 지방의료원이 의사를 구하지 못했다. 속초의료원은 응급의학과 의사를 연봉 4억 2천만 원에, 산청의료원은 내과 전문의를 3억 6천만 원에 구한다는 공고를 낸 것이 화젯거리였다. 여론은 의사 수가 모자라서, 또 의사의 임금이 지나치게 높아서 그렇다고들 했다.

넷째는 '긴 대기와 짧은 진료 시간'이다. 다수의 국민들이 대학병원 진료를 받기 위해 몇 달 전 예약하고, 진료실 앞에서 수 시간을 대기해도 진료는 3분에 불과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의사가 부족하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환자들의 원망을 흔히 들을 수 있었다. 

정말 의사가 부족해서 벌어지는 일들인가
 

지난 2023년 10월 15일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은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협의회를 열어 의대 정원확대 방안 발표를 앞두고 의견을 조율한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의 한 의과대학. ⓒ 연합뉴스

 
차분히 살펴보자. 정말 이 모든 일들이 단지 '의사가 부족해서' 벌어지는 일들인가?

첫째, '응급실 뺑뺑이'는 의료 시스템의 복합적인 문제다. 가장 큰 문제는 응급실에 '응급'하지 않은 경증 환자들이 내원하면서, 중증 환자를 위한 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무료 택시처럼 119를 부르는 경증 환자부터, 대형 병원에 빨리 입원하기 위해 응급실을 경유하는 경우까지 '응급'하지 않은 일이 허다하다. 

경증 환자에게 귀가를 권유하거나 중증 환자로 인해 대기시간이 늘어나면 화를 내기 일쑤다. 난동 피우는 주취자나 진상 환자로 응급실이 마비가 되어도 구급 대원, 경찰, 공무원, 정부기관 누구도 돕거나 책임지지 않는다. 더하여 응급실을 백업할 인프라의 부족도 한몫을 한다. 응급실 간호사, 방사선사, 수술방 간호사 등 타 인력이 상시 유지될 비용과 시설이 필요하다. 

둘째, '소아과 오픈런' 사태는 저출산과 코로나 종료의 복합적 문제다. 출산율이 0.7명을 찍으며 서울 한복판의 초등학교와 국공립 어린이집도 문을 닫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산부인과나 소아과라고 다르겠는가. 

코로나가 끝나고, 미코플라스마나 독감이 급격히 유행하며 환자 수가 일시적으로 증가한 탓도 크다. 이런 계절성 질환이 창궐하는 시기, 아침저녁 붐비는 때가 아니면 많은 소아과들은 폐업을 걱정할 정도다. 

셋째, '지방 의사 부족'에는 언론의 왜곡이 한몫을 했다. 한국의 도-농 의료 격차는 이미 OECD 최저 수준이다. 의사 연봉으로 수억을 제시하는 곳들은 개별의 사정이 있었다. 갑질 원장과의 갈등, 관료주의 공무원들로부터의 부당한 대우, 임금 체불 등으로 인한 집단 사직과 같은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었다. 혹은 24시간 근무가 일상이거나, 모든 책임을 의사에게 지도록 하는 독소조항이 있는 사례도 있다.

넷째, '긴 대기시간과 짧은 진료시간'은 사실과 다르다. 한국의 대기 시간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짧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주치의를 만나기 위해서는 수 주를 기다려야 하고, 전문의를 만나기 위해서는 수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반면 한국은 아무 병원이나 제한 없이 방문해 언제든 그 분야의 최고 전문의를 만날 수 있다. 

진료 시간이 짧은 것은 현실적으로 국민들의 진료 횟수가 많고, 의료비는 저렴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1인당 연간 외래진료 횟수는 15.7회로 OECD 평균 5.9회보다 2.6배 많았다(2021년). 우리나라만 사람들이 2.6배 더 아프지는 않을 것이다. 중증 환자들의 진료가 지연돼서는 안되지만, 지금 상태에서 의사만 늘리는 것은 경증 환자의 과잉의료와 국민 의료비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이것은 전 국민건강보험 이사장들이 공통적으로 우려를 제기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만큼 자유롭게, 많이 의사를 볼 수 있음에도 한국의 급여 중 건강보험료 비율은 2020년 기준 6.12%(2023년 기준은 7.09%)로 일본의 10%, 독일의 14.6%, 프랑스 13% 등에 비해 많게는 절반에 불과하다. 이는 의사 수를 제한하고, 많은 진료 횟수, 전공의의 활용, 실손보험의 보조 등으로 의료비 상승을 억제해왔기에 국민들은 낮은 비용으로 의료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의사 수를 늘리면 선진국의 1/10~1/100에 불과한 값싼 의료는 불가능하다. 의료는 다른 분야와 달리 '공급자 유인 수요'를 '창출'해낼 수 있다. 증원된 의사만큼 의료비는 급증할 것이다. 로스쿨로 변호사가 늘어나며 소송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개인 간 해결되던 문제도 법정으로 가는 일이 비일비재해진 것처럼 말이다. 자유롭고 빠른 진료, 낮은 진료비, 많은 의사 수, 이 세 가지는 동시에 달성될 수 없는 불가능의 삼각형이다. 

의대 증원은 비현실적이다

의사는 생명을 다루고, 책임을 지는 직업이다. 제대로 된 실력을 갖춘 의사가 되기 위해서 제도적으로 10년이 넘는 교육과 수련을 필요로 한다. 수년 전 폐교한 서남대 사태에서 보듯, 부실한 의대는 부실한 의료 인력 양성으로 이어진다. 의료는 도제식 교육이기에, 단번에 1.7배를 늘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 당장 부족한 기초 교수는 어떻게 보충할 것이며 임상 실습은 병원에서 수용 가능한지 앞이 깜깜하다. 

정부는 대학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즉각 3000여 명을 추가로 교육 가능하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그러나 저출산 등으로 학생이 줄어드는 대학에, '증원' 숫자를 써내라고 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 개수를 묻는 것과 같이 모순적이다. 

이공계 학생의 의대 쏠림, 재수생 양산 또한 우려된다. SKY 이공계 절반만큼 의대가 갑자기 증원된다. 25만 출생아 중 5천명이 의사가 되는 것이다. 간호사, 물리치료사, 방사선사 등을 포함하면 곧 이과반 1/3이 의료종사자가 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국가의 미래 경쟁력이 깊이 우려된다.
 
공공의료와 지역의사제라는 해법 또한 잘못되었다. 의사가 전문직인 이유는 전문 분야에서 재량권이 크기 때문이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도 있고, 보신주의로 방어적 진료만을 할 수도 있다. 과연 공무원화된 의사, 강제로 지역이나 의료원에서 근무하는 의사가 온 힘으로 환자를 진료할까? 관료적인 행태로 의료의 질이 저하되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 

정부는 의대 증원으로 의사의 '기대수입을 균형 잡히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의사 소득을 낮춤으로써 학생들을 이공계 및 타 분야로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공계, 기술직의 처우 개선은 외면한 채, 의사 임금을 낮추어 타 분야를 살리겠다는 방향성은 옳지 못할뿐더러 실효성도 없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 관련 대한의사협회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 대한의사협회

 
정부는 80%가 넘는 국민들이 의대 증원에 찬성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소득세 50% 감세, 유류세 면제, 대중교통 무료화, 대한민국 전 지역 서울 편입, 국회의원 무급여와 같은 여론조사도 찬성률은 동일할 것이다. 위 정책들의 공통점은 포퓰리즘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 근시안적인 의대 증원의 미래는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1) 의료의 질은 낮아지고, 2) 필수의료의 붕괴와 의료진 이탈은 가속화되고, 3) 의료비는 감당할 수 없이 증가할 것이며, 4) 보험사와 대형병원이 바라는 대로 의료 영리화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 국민 건강과 국가 재정의 관점에서 의사가 정말 부족한지 진지하고 현명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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