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1

"<뉴스공장> 압도적 1위, 문제 있다면 청취율 그렇게 나올까"

[서울시 TBS 지원 폐지 논란] 이강택 TBS 대표 "지원 중단은 언론탄압, 방통위 적극 나서야"

22.07.13 12:08최종 업데이트 22.07.13 12:08
  • 본문듣기

이강택 TBS 대표 ⓒ 이희훈

 
"조례안이 통과가 되면 방송국이 작동을 못하게 될 겁니다. TBS 구성원들은 당연히 (거리로) 나앉게 될 겁니다."
 
인터뷰 중 거침없이 말을 이어가던 이강택 TBS 대표가 즉답을 못하고 뜸을 들였던 순간이 있었다. "국민의힘이 발의한 TBS 지원 폐지 조례안이 통과될 경우 TBS는 어떻게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직후였다. 10여 초의 정적이 흐른 뒤 "방송국이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렵게 말을 꺼낸 이 대표의 얼굴에는 많은 고민이 묻어 있었다.
 
이 대표는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서울시의 TBS 재정 지원을 폐지하는 내용의 조례를 발의한 것을 두고 언론 탄압이자 비판 언론 길들이기라고 규정했다. 그는 "정치권력이 언론을 권력의 도구로 생각하고 마음대로 유린하고 재편하겠다는 발상"이라며 "방송장악의 유전자가 그대로 이어져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TBS의 대표 시사프로그램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아래 뉴스공장)에 대해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 이 대표는 "일부 아쉬운 점이 있다"면서도 "<뉴스공장>이 편파적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편파적인지, 종합적으로 면밀하게 진단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뉴스공장>이 유독 논쟁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해서도 "영향력의 문제"라면서 "<뉴스공장>은 워낙 영향력이 크고 날카롭기도 해서 정략적으로 제거의 대상이 돼 버렸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끝으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TBS라는 공영방송이 존폐 위기에 놓인 상황"이라며 "방통위가 수수방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아래는 지난 8일 서울 상암동 TBS 사옥에서 진행한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시민들이 TBS 지원 중단 원한다? 그 반대 여론은 없나"
 

이강택 TBS 대표 ⓒ 이희훈

 
-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서울시의 TBS 지원을 끊기 위한 조례안을 발의했다. 여당의 지방선거 승리 이후 어느 정도 예상됐던 행보지만, 예상보다 더 센 조례가 나왔다는 평가다.
 
"당초에는 오세훈 시장께서 얘기했던 교육방송 전환을 지원하는 형태로 조례를 내지 않겠나 했다. 준비를 위해 시간적으로도 충분히 여유를 두지 않겠나 했는데 기존 지원 조례를 폐지하는 과격한 내용을 담을 줄은 전혀 예상 못했다."
 
-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조례안 발의를 두고 '현대판 분서갱유'라고 비판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에는 <뉴스공장>이라는 프로그램의 정치적 편파성을 주장하면서 TBS 편성의 틀을 바꾸겠다고 했다. 그러다 이제는 아예 TBS를 민영화하거나 폐지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자신들 마음에 들지 않으니 생명을 끊겠다는 것이다. 분서갱유 역시 특정 선비들 주장을 막기 위해 책을 불태우고 선비들을 땅에 묻었다. 본질에 있어선 다르지 않다. 돈(예산)을 지원하니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 1980년대 방송 통폐합의 연장선과도 같다. 정치권력이 언론을 권력의 도구로 생각하고 마음대로 유린하고 재편하겠다는 발상이다. 여권에 방송장악의 유전자가 그대로 이어져온 것이다."
 
- 시의회 쪽에서는 서울시민들이 TBS에 대한 예산 지원을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 반대 여론은 없을까. <뉴스공장>은 청취율 조사에서 압도적으로 1위가 나온다. 나름대로 장점도 많다는 걸 반영하는 결과다. 이 정도로 사람들이 매일 듣고 있다면 간단히 무시하고 매도할 건 아니다. 밉보였으니 한 번 혼내준다? 무슨 헐크가 힘자랑하나. 그리고 <뉴스공장>은 TBS가 하는 많은 프로그램 중 하나일 뿐이다. 중요한 대표 콘텐츠지만, 프로그램 하나로만 TBS를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TBS는 기존 매체에서 제대로 하지 못하는 공적 역할도 하고 있다."
 

이강택 TBS 대표 ⓒ 이희훈

   
- 실제로 조례가 통과되면 TBS는 어떻게 될 것 같나.
 
"(오래 뜸을 들이다가) 통과가 되면, 그렇게 되면 방송국이 작동을 못한다. TBS 구성원들은 당연히 (거리로) 나앉게 될 거다. 급여도 못 주게 되고 프로그램도 제작 못한다. TBS가 자체적으로 버는 수입이 있지만 그걸로 유지하기는 어렵다. 방통위에서는 공적인 전파를 지역공영방송이란 성격에 맞게 쓰도록 서울시가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을 전제로 매년 TBS에 허가를 내줬다. 이런 상태에서 지원을 끊고 민영화하고 팔아넘긴다면 지역공영방송의 의무를 완전히 져버리는 것이다. 전파는 공적 자산인데, 자신들이 마음대로 매각할 수 있다는 식의 착각을 하고 있다."
 
- TBS의 원래 기능이 교통방송이었고, 최근에는 교통방송의 기능이 시대적 역할을 다했다는 논리도 있다. 

 
"우리는 교통방송만 하는 게 아니다. 지역공영방송으로서 기상·교통 프로그램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예술이나 다른 정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지역방송 프로그램인데 우리나라 방송에선 거의 없는 것들이다. 시민들이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이나 기후 위기를 다루는 정기 프로그램들도 꽤 잘나가고 있다. 방송의 공적 역할을 착실히 하고 있다. TBS 영어 FM도 주한 외국인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재난 방송도 확실하게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근거해서 평가를 해야 한다. TBS가 교통방송만 한다는 것은 그 전제 자체가 틀렸다."

"<뉴스공장> 공정성 논란, 일부 아쉬움도 있지만... " 
 

이강택 TBS 대표의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 광고가 나가고 있다. ⓒ 이희훈

 
- 결국 타깃은 <뉴스공장>인 건데, 과거 다른 라디오 프로그램들도 정치적 색채가 뚜렷한 사람들이 진행자였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유독 이 프로그램만 정치적으로 공격당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
 
"영향력의 문제다. 다른 라디오 방송에도 아주 '센'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문제가 되진 않았다. 하지만 <뉴스공장>은 워낙 영향력이 크고 날카롭기도 해서 정략적으로 제거의 대상이 돼 버렸다. 조그만한 거라도 잡아 꼬투리잡고 일부 시민단체에서 조직적으로 민원 제기하고, 방통위 여당 추천 인사들이 문제를 삼으면서 낙인효과가 발생했다. 그런데 정말 문제가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청취율이 그렇게 나올 수 없을 것이다. 

<뉴스공장>은 굉장히 독특한 프로그램이다. 김어준이라는 사람이 정통 방송인이나 언론인 출신이 아니라서 이질감이 있고, 색다른 문법이나 어법이 있다. 이게 때로는 약간의 지나침으로 나타나기는 한다. 하지만 공정성에는 다양한 논점이 있다.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이 프로그램이 편파적이라고 하면 어느정도 편파적인지, 종합적으로 면밀하게 진단을 해야 한다."

- <뉴스공장>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는데, 그동안 많은 논쟁과 비판이 있어왔다. 그동안 자체 평가는 없었나?
 

"작년에도 해봤는데 잘 되지 않았다. 학계에도 의뢰를 해봤는데 응하는 분들이 많지 않다.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입장 모두 굉장한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았다. 만약 이번에 다시 하게 된다면 시간을 많이 두고, 제도적으로 평가하는 위원회 형식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 <뉴스공장>은 대선 때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서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하는 진행자가 진행을 맡았다는 이유로 경고 처분을 받았고, TBS가 이의를 제기해 행정 소송이 진행 중이다. 또 방송심의위원회가 '조국 사태; 관련 진행자의 발언을 두고 주의 조치를 내렸다. 이런 부분은 문제가 없다고 보나?
 
"개선의 여지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법정 제재를 따지면 TBS는 라디오와 TV를 통틀어 지난 5년간 13건에 불과했다. 오히려 TV조선이 훨씬 많다. 선거심의위 경고를 받은 부분은 현재 우리가 낸 효력정지 가처분이 받아들여졌고, 본안 소송이 진행 중이다. 유튜브에서 특정 후보자 지지 발언을 한 것이 공적 영역인가 사적 영역인가 논란이 되는 건데, 과거에는 괜찮다는 판결도 있었다. 그런데 정치적 공정성에 대한 심의는 미국에선 35년 전 사라졌다. 심의가 오히려 더 소모적인 논란을 낳고 정쟁에 동원됐기 때문이다. (정치적 공정성을 따지는)이런 심의제도는 중국과 한국밖에 없다." 
 
- 공정성에 대한 시각이 다양하다는 얘기를 했는데, 그렇다면 대표의 기준으로 볼 때 <뉴스공장>은 공정하다고 보나?

 
"일부 아쉬운 점이 있다. 하지만 기득권 정당들의 이야기가 기계적으로 균형있게 반영되는지가 공정성을 평가하는 데 있어 핵심이 아니다. 내가 무엇보다 아쉬운 건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또 우리사회 공통의 문제들, 기후위기나 청년·여성의 억압적 현실, 노동자 목소리가 충분히 다뤄지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TBS 지원 폐지 조례는 민주주의 부정... 방통위 방관해선 안돼"
 

이강택 TBS 대표 ⓒ 이희훈


- 이런 사태가 발생하게 된 배경은 서울시 예산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상업광고 허용과 함께 점진적으로 재정적 자립을 이뤄나가는 방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출범할 때부터 광고 수입을 보조재원으로 허용해달라고 했고 방통위도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막판에 다른 방송사가 강하게 견제하면서 논의가 미뤄졌다. 상업 광고가 허용돼도 광고 수입은 보조재원에 그쳐야 한다. 광고 시장 논리에 복속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TBS가 무조건 상업 광고에 의존해야 한다는 주장은 공영방송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오는 얘기다. 공영방송이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이상적인 재원은 수신료다. 그동안 우리는 방송발전기금이나 지역발전지원금 등 공적 지원금을 하나도 받지 못했다. 이런 기금과 공적 재원, 상업적 재원이 조화롭게 확보돼야 한다. 청취자 후원회 설립도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서울시와 시의회에서 동의, 허가를 해줘야 가능하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현 상황에서 방통위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 400명에 가까운 TBS 구성원들의 고용이 위태로워질 수 있고, TBS 콘텐츠들을 향유해온 시민들의 권리가 박탈될 위기다. 공영방송의 토대가 근본적으로 허물어질 수 있다. 시장과 시의회 구성이 바뀌었다고 해도 30년 넘는 역사를 지닌 공영방송을 없애겠다고 하는 것은 언론 탄압이다. TBS 지원 폐지 조례안은 민주주의 그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방통위가 수수방관 해서는 안 된다."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