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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교의 폐교

며칠 전 오랜만에 동생에게서 문자가 왔다. 뜻밖의 내용이었다.

"오빠! 오빠네 중학교가 내년 2월 폐교된다네. 인구가 없기는 없나 보다. 그냥 그쪽이 그런 건가? 여하튼 그렇대."
"진짜? 잘못 들은 건 아니고? 누구한테 들었는데?"
"누구한테 들었는지는 까먹었고, 진짜인가 싶어 인터넷에 찾아보니 나오더라고."


황당했다. 내 모교는 서울시에서도 지금까지 계속 인구가 증가하는 강서구에 있는 송정중학교다. 내가 진학하던 1991년에 지역의 늘어나는 학생 수를 감당하지 못해 신설된 중학교였다. 내가 바로 1회 졸업생. 그랬던 학교가 30년도 되지 않아 폐교된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아무리 저출산이라지만 사람이 갑자기 그렇게 없어지다니. 
 
 서울 강서구 소재 송정중학교
 오랜만에 찾은 모교(서울 강서구 소재 송정중학교)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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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인터넷을 뒤져 보았다. 사실이었다. 내 모교는 다른 몇 개의 학교와 함께 마곡단지의 새로운 학교와 통폐합 대상이었다. 마곡동에서 오던 학생들이 모두 신규 학교에 편입된다면, 나머지 공항동에서 오는 학생들로는 학교의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교육청의 판단이었다.

그럼 학교의 방침은 무엇일까? 당장 전화를 했더니 학교 행정실장은 폐교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고 진행중이라고만 답했다. 학생과 부모, 선생님들이 찬반으로 나뉘어 있다고도 했다. 집 가깝고 새로 지어진 학교에 가고 싶은 학생과 정든 학교를 떠나기 싫은 학생들이 함께 있다던가.

이번에는 관련된 시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는 역시 정치인답게 학교 통폐합 결정은 이전에 다른 당 시의원이 자세하게 알아보지도 않고 결정을 내린 사항이라며 자신도 답답하다고 했다. 얼핏 통폐합에 부정적인 듯도 했지만, 결론은 자신도 교육청의 오래된 결정을 뒤집기는 어렵다며 확답을 회피했다. 적을 만들면 안되는 정치인으로서 최선의 대답이었다.

마지막으로 교육청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역시나 언론에서 나왔던 예상 답변이었다. 학교 통폐합 계획은 아주 오래 전에 마련되어 있었고, 현재 통폐합에 반대하는 교사와 학부모 등과 간담회는 하고 있지만 그것이 기존 계획을 뒤집을 수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교육청 역시 확답은 하지 않았지만, 통폐합은 되돌릴 수 없는 기정사실인 듯했다. 이전 정부 때부터 학교 통폐합은 하나의 기조였다.

착잡했다. 1회 졸업생으로서 모교가 이렇게 사라지는 것을 두고봐야 하는가. 교육청은 근거리 배정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나는 14살 중학교 1학년 때 버스를 타고 30분 이상 걸리는 학교를 다녔다. 당시 교육청은 부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근거리 배정과 상관없이(당시에는 이 규정이 없었을 수 있다) 신설 학교에 학생들을 배정했다.
  
이런 와중에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모교 폐교 반대 글을 보게 되었다. 도대체 모교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교육청이 학교를 통폐합한다는 것을 숨겨오다가, 모른다 하다가 이제야 학교에 찾아오지도 않고 의견 수합도 안 했으며 설명조차 없고. 학생들의 인격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물품취급을 당한 것 같습니다. 학생들의 인권은 없는 것인가요? 학생들도 소리 낼 수 있고 주장과 의견이 있습니다...(중략)... 학생들을 물품(물건)취급을 하지 말아주세요. 엄연히 학생들도 사람이고 인권이 있습니다. 행정으로만 처리하지 말아 주시고, 학생들의 목소리도 들어주세요. 

☞ 송정중학교 폐교 반대 청와대 국민청원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80802?page=23

#2. 재건축 단지의 과밀학교

오랜만에 연락한 친구는 걱정이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내년쯤 강동구 고덕동 재건축 신규 아파트 단지에 입주할 예정인데 학교가 터무니없이 모자라 아이가 초과밀 학교에 다니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한 반에 30명 이상도 모자라 학교 건물을 8층까지 짓는다던가. 수업 여건과 안전이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왜 이렇게 학교가 모자란 걸까? 비용 때문에 재건축 단지 내 학교 부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교육청의 예정 학생 수 조사가 부정확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학생 수를 예상하려면 자가 세대뿐만 아니라 전세까지 감안해야 하는데 교육청이 이를 간과한 것 같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과밀화에 반대하는 부모들
 초등학교 과밀화에 반대하는 부모들
ⓒ 정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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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더 흥분한 이유는 교육청이 근거리 배정 원칙을 주장하는 주위 단지 부모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일부 학생들을 신설 학교에 배정했기 때문이었다. 학교가 과밀할 것이 뻔한데 이를 방치했다는 것이 친구의 생각이었다.

반면 재건축 단지 바깥 학교 풍경은 다르다고 했다. 기존의 학생들이 빠져 한 학급에 20명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청은 그 학교들은 고려하지 못하는 듯했다. 아마도 자녀를 집 가깝고 새로 지은 학교에 보내고 싶어 하는, 그리고 내 아이가 저층 주거지 아이들보다는 아파트 단지 내 아이들과 어울리면 좋겠다는 부모들의 욕망 때문일 것이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또 착잡해졌다. 이는 양태만 다를 뿐, 본질적으로 앞서 이야기한 내 모교의 폐교와 똑같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신규 단지가 들어선 뒤, 기존의 학교는 없어지고, 새로 지어지는 학교는 과밀이 되는 현실. 이 불합리한 상황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3. 저출산과 폐교

흔히 우리는 학교 통폐합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출산율 0.98명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사회의 저출산 문제는 매우 심각하며, 이는 당장 학교 존폐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학생이 없는데 어떻게 학교가 유지될 수 있겠는가. 실제로 지난 해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는 22.3명으로서 이는 10년 전과 비교해 6.9명이 감소한 수치다.

그러나 학교 통폐합이 모두 저출산 때문이라고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일부 언론은 모교의 사례를 들어 서울에서도 학교 통폐합이 현실화되었다고, 이 모든 것이 저출산 때문인 듯 보도했지만, 이는 안일한 시각이다. 실제로 강서구는 서울에서도 인구가 두 번째로 많은 곳이며, 마곡단지 때문에 인구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는 학교 통폐합 이면에 숨어 있는 복잡한 이해관계를 고찰해야 한다. 재건축과 신도시 건설과 같은 지역 상황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좋은 학교로 보내고 싶은 부모들의 욕망과 가까운 미래도 내다보지 못하는 교육청의 행정편의주의도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만 학교 통폐합이라는 현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으며 피해도 최소화 할 수 있다.

학생이 줄면 학교는 유지하기 어렵다. 그러나 오히려 지방에서는 학교를 유지하며 학생들을 유치하는 곳도 있다. 학교가 있어야 학생이 오고, 학생이 와야 그 지역이 살아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를 대도시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지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최소한 지금처럼 학생이 줄고 있으니 학교도 줄여야 한다는 기계적인 사고방식은 옳지 않다. 학교는 단순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공간만이 아니라 지역공동체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아듀. 모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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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지금은 비록 회사에 몸이 묶여 있지만 언제가는 꼭 공부를 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