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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 7살 아이들과 제주도로 여행을 갔다. 바다에서 실컷 놀다 올 요량으로 숙소를 협재 해수욕장 근처에 잡았다. 여행 첫날부터 장대비가 쏟아지고 바람이 많이 불더니, 외출을 자제하라는 행정안전부의 알림문자까지 왔다.

실망한 아이들과 방 안에서 비가 잦아들길 기다리다 오후 1시 쯤, 먹구름 사이로 언뜻 파란 하늘이 비치고, 제비가 날기 시작했다. 산책이라도 하자며 아이들과 밖으로 나왔다. 비는 그쳤지만, 바람이 많이 불었다.

아이들과 바다를 향해 걷다 4층 건물 전체가 통 유리로 되어 있어 바람은 피하면서 바다는 볼 수 있을 것 같은 카페를 발견했다. 맛있는 빵 냄새에, 간단히 요기라도 하면 좋겠다 싶어 신이 난 아이들과 나는 서둘러 가려다 문 앞에 놓인 빨간 입간판 앞에 멈춰야 했다. '저희 카페는 노키즈존입니다.' 아이가 물었다.

"엄마, 노키즈존이 뭐야?"

'노키즈존'이 은유하는 것들
 
 아이들이 바다에서 노는 풍경.
 아이들이 바다에서 노는 풍경.
ⓒ 김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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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다에 발이라도 담그고 빵을 먹으면 더 맛있겠다며 아이들을 남편과 먼저 보낸 후, 혼자 들어가 빵을 사서 나왔다. 우리는 바닷가 돌에 앉아 바람을 맞으며 빵을 삼켰다.

'노키즈존'이 있다는 말만 들었을 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나 역시도 아이들과 하루 종일 보내다 보면 지쳐 조용히 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때가 있으니까. 막상 아이가 아이라는 이유로, 나는 아이와 같이 있는 부모라는 이유로 장소에 제약을 당하고 보니 그 유리문이 단단한 성벽처럼 느껴졌다.

인터넷 검색창에 '노키즈존'을 쳐 보았다. 2014년 이후 생긴 신조어로 '영유아 및 어린이의 입장을 금지하는 업소'를 뜻하며, '성인 손님에 대한 배려와 영유아 및 어린이의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한다는 이유로 어린이의 출입을 제한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노키존' 카페는 잘 앉아 있을 수 있는 아이든, 그렇지 않은 아이든 상관없이 모든 아이는 돌아다니다가 뜨거운 커피에 데여 화상을 입을 테니 들어오지 말라는 거다. 그 부모는 아이의 행동을 '관리'할 수 있든 없든 모두 안 된다는 뜻이다.

특정 대상을 차등 대우할 공적 근거로 옹색하지 않은가. 아이와 그의 부모를 차단한 그 카페는 '어른들을 위한 조금 더 진지하고 따뜻한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고객님들의 깊은 양해를 바랍니다'라며 체면을 챙겼다. 모든 어린이를 잠재위험집단으로 보고, 출입을 통제하는 이 카페가 따뜻한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이 몹시 모순적으로 들렸다.

카페에서 돌아다니는 자는 아이 뿐이고, 뜨거운 차에 다치는 사람도 아이뿐이란 말인가. 통 유리 너머로 보인 그 카페 안에는 중년의 부부가 이것저것 구경하느라 서성댔고, 그 사이로 다른 어른들이 커피를 들고 자리에 가고 있었다.

어른들을 위한 진지한 공간이 되기 위해서라는 말이 조용한 시공간을 보장받고 싶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면, 이해는 된다. 아이들은 궁금하고 신기한 게 많아 말도 많고 행동도 빠른 존재들이니까.

그러나 공공장소에서 누군가의 시공간을 방해하는 게 아이들뿐인가 묻는다면 그렇다 답하진 못하겠다. 제주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릴 때, 형형색색의 등산복 차림을 한 50, 60대 성인남녀가 삼삼오오 모여 앉아 각자의 얘기를 하는데, 가까이에 있는 아이가 "엄마" 하고 부르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한 쪽에서는 구입한 기념품의 알맹이만 빼고 포장지는 공항 쓰레기통 옆에 수북이 쌓고 있었고, 또 한 쪽에서는 여행 중 먹다 남은 술인지, 새로 구입한 술인지 잔뜩 펼쳐 놓고 둘러 앉아 얼굴이 벌게져 있었다. 한 남성이 들고 있던 맥주 캔이 떨어져 터지면서 '분수쇼'가 벌어졌다.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고, 그 누구도 '노어덜트존'을 만들어야 한다 말하지 않는다.

무조건 아이는 떠들고 돌아다닌다며 들어오지 말라하는 어른들과 공항에서 본 소란스러운 어른들은 아이 눈에 어떤 모습이었을까. '노키즈존'은 아이의 입장(入場)이 불가란 말이지만, 사실은 아이 입장(立場)은 고려되지 않은 일방적인 말이다.

아이들에게 한번이라도 물어봤다면
 
 노키즈존을 만들기 전에 '어른들이 조용하게 쉬고 싶은데 어떻게 하지?', '뜨거운 거에 데일까 봐 걱정 돼'라고 아이에게 먼저 물어보면 어떨까.
 노키즈존을 만들기 전에 "어른들이 조용하게 쉬고 싶은데 어떻게 하지?", "뜨거운 거에 데일까 봐 걱정 돼"라고 아이에게 먼저 물어보면 어떨까.
ⓒ 김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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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목소리는 생략된 채 전국에 400여개의 매장이 생겨났다는 '노키즈존'은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와 닮았다. 보편적인 인간에 대한 예의는 잊고 약자들을 대한다. 18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보낸 중증발달장애 여동생과 다시 사회에서 함께 살고 있는 장혜영은 동생의 활동보조서비스를 신청할 때의 경험을 통해 말한다.

전기밥솥에 밥은 할 수 있는지, 집에서는 혼자 있을 수 있는지, TV는 보는지, 밥은 혼자 먹는지 같은 비장애인 전문가가 만든 '예' 혹은 '아니오'로만 답할 수 있는 질문지로 그와 그의 동생이 장애로 겪은 고통과 어려움을 파악할 수 없다고. 각기 다른 장애와 삶 속에 있는 장애인의 욕구와 그에 필요한 서비스는 당사자와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지 않겠느냐고.

아이에게 '노키즈존'은 조용하게 있고 싶은 어른도 있고, 아이들이 뜨거운 차에 데일까 봐 걱정하는 어른들도 있어 생겼다고 말해 주었다. 아이가 답했다.

"어른들도 떠들면서....... 엄마 커피에는 얼음 넣으면 되잖아."

무력한 아이라고 해서 사리분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른보다 뛰어난 상상력으로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있는 존재들이다. 빵을 다 먹고, 한참 동안 모래를 파 웅덩이를 만들고는 수영장이란다. 떠다니는 해조류를 주워 모자라며 갖고 논다.

노키즈존을 만들기 전에 '어른들이 조용하게 쉬고 싶은데 어떻게 하지?', '뜨거운 거에 데일까 봐 걱정 돼'라고 아이에게 먼저 물어보면 어떨까. 어른들은 생각지도 못한 상상력을 발휘해 우리가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지도 모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월간 소셜워커 6월호에 기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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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고싶은 만큼, 할 수 있는 만큼을 한다.

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