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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새벽,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이 국회 정개특위·사개특위에서 처리됐다.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사법개혁특위는 공수처 및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패스트트랙 안건을 가결한 것이다.

아무리 여야가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였던 사안이라지만, 이 과정에서 국회는 문제적 모습을 보였다. 특히 국회의원 지역구와 비례의 규모에 영향을 줄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포함되어 위기감을 느낀 의원들의 이성을 잃은 듯한 행태가 민의의 전당에서 버젓이 등장했다.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이와 중에 뜬금없이 '독재타도, 헌법수호'라는 구호가 떠돌았다. 자유한국당이 지난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패스트트랙 저지를 다짐하는 장외집회를 하면서 '독재타도, 헌법수호'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나온 것이다. 단상에 오른 일부 의원들은 '김일성 치하', '수령국가' 등의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제는 사라졌으면 하는 지긋지긋한 색깔론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국회 특위에서 패스트트랙이 처리되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독재 세력들이 든 독재 촛불에 맞서,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횃불'을 높이 들자"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며 정부와 여당을 흠집 낼 만한 각양각색의 언어를 총동원했다. 그런데 상대 진영의 문제를 지적하고, 유리한 여론 지형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표현들이 별 효과를 내지 못하는 듯하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서 자유한국당 해산에 동의하는 사람들의 수가 30일 오전 9시 15분에 10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의 구호가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고, 오히려 반작용을 낳았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말하는 사람의 자격

먼저, 말하는 사람의 자격이다.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헌법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 그러나 말이 설득력이 있고, 말하는 목적이 관철되려면 말하는 사람의 배경과 지위, 경험과 어울려야 한다. 자유한국당의 '독재타도'는 이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자유한국당이 어떤 당인가. 대한민국 역사 속에서 '독재'와 전혀 거부감이 없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과의 연관성은 여기서 다룰 필요도 없다. 시민들은 자유한국당의 과거를 잘 이해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독재 정권에 저항하여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목숨 바친 열사들의 상징인 5.18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망언을 쏟아낸 정당이 어디인가.

'헌법수호'는 어떤가. 국회에서 감금과 육탄전, 집기 파손 등 폭력적인 방법으로 법안 접수를 막고, 회의장을 봉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과 '헌법수호'는 함께 손잡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각 정당이 사전 합의 과정을 거치고, 법에 명시된 제도인 패스트트랙을 통해 법안을 처리하는 민주적인 절차를 막으려고 했다. 자신이 한 행동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외치는 구호는 아무런 의미 없는 소음으로 사라질 뿐이다.

말과 상황의 일치

다음으로, 말과 상황의 일치다. 말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평균적인 인식 수준과 눈높이를 반영해야 효과적이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정치인의 언어는 더욱 그러하다. 자유한국당이 들고나온 색깔론은 유통기한이 지났다. 북한과 현 정권을 연결짓고, 과거 그들의 공격 무기였던 '빨갱이'를 휘둘러 상처를 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시민들에게도 많은 경험치가 쌓였고, 이와 관련한 정보도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폐기 처분해야 할 색깔론으로 2019년을 사는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으려고 하는 건 시대착오적이다.

또한, 민의를 더욱 정확하게 반영한 국회 구성을 위해 필요한 선거구제를 개편하고, 고위 공직자의 비리를 철저히 밝히고,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견제할 공수처를 설치하는 것이 어떻게 좌파 독재이고, 헌법 파괴인가.

반대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와 악습들을 개혁하고,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길에 보탬이 되는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상황을 적확하게 읽어내지 못하는 언어 선택은 듣는 사람을 순간적으로 당황하게 만들고, 민망스럽게 한다. 멋지게 직조된 언어가 주는 감동도, 그들이 원하는 민심의 변화도 기대하기 어렵다.

말 많은 패스트트랙 안건이 국회 특위를 통과했으나 정국이 쉽게 풀릴 것 같지 않다. 자유한국당의 반발은 계속될 것이고, 장외 투쟁까지 기다리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속성상 여야 각 정당은 진영 싸움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첨예한 대립을 이어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치인의 말은 또다시 논란이 될 수 있다.

민심과 동떨어진 말은 언제든지 심판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자유한국당의 경험이 소중한 자산이 되길 바라며, 현명한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언어로 정치하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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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사회 이슈,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 많은 시민입니다.